■ 보학/한시(漢詩) 98

龍野尋春(용야심춘)

■ 龍野尋春(용야심춘) 용야에서 봄을 찾아 (松都八詠 중 6首) 益齋 李齊賢(익재 이제현) 偶到溪邊藉碧蕪(우도계변자벽무) 우연히 시냇가에 이르러 푸른 풀 깔고 앉았는데, 春禽好事勸提壺(춘금호사권제호) 봄새도 흥에 겨워 술 마시기를 권하네. 起來欲覓花開處(기래욕멱화개처) 일어나 꽃 핀 곳 찾으려 하였더니 度水幽香近却無(도수유향근각무) 물 건너 그윽한 향기, 가까이 가면 문득 없어지네.

칠석(七夕)

■ 칠석(七夕) 익재 이 제 현 끊임없이 바라보아도 만나기가 어렵더니/脈脈相望邂逅難 하늘이 오늘 저녁 한 차례 모이도록 하는구나/天敎此夕一團欒 오작교 밑의 넓은 물 한스러운데/鵲橋已恨秋波遠 원앙금침 위에 밤 어이 견딜까/鴛枕那堪夜漏殘 인간 세상에도 모이면 흩어지지 않을 수 없는데/人世可能無聚散 신선 역시 슬픔과 기쁨 있다네/神仙也自有悲歡 오히려 낫구나 후예(后羿)의 아내가 불사약 훔쳐먹다가/猶勝羿婦偸靈藥 광한궁에서 외롭게 사는 것보다/萬古覊棲守廣寒 [주] 오히려……것보다 : 후예(后羿)는 고대의 활을 잘 쏜 사람이며, 광한궁(廣寒宮)은 달 나라에 있다는 궁전.《淮南子》 覽冥訓에 "후예가 서왕모(西王母)에게 불사약을 구했는데, 후예의 아내인 항아(姮娥)가 훔쳐 가지고 월궁(月宮)으로 달아났다." 하였으므로..

金山寺(益齋 李齊賢)

■ 금산사(金山寺) 익재 이제현(益齋 李齊賢) 舊聞兜率莊嚴勝 (구문도솔 장엄 승) 도솔암 장엄하고 빼어난 경관에 대해 일찍이 들었지만 今見蓬萊氣像閒(금 견 봉래 기상한) 봉래산의 한가한 기상을 오늘에야 구경한다. 千步回廊延漲海(천보회랑 연창해) 천보나 되는 회랑은 넘실거리는 바다로 이어졌고 百層飛閣擁浮山(백층비각 옹 부산) 백 층의 나는 듯 한 누각 산에 안겨 떠있더라. 忘機露宿鐘聲裏(망기로 숙종성리) 세상 잊은 백로는 종소리에 잠들고 聽法龍蟠塔影間(청 법용 반 탑 영간) 법문 듣는 용은 탑 그림자 사이에 서렸더라. 雄跨軒前漁唱晩(웅과 헌 전 어창만) 난간에 걸터앉아 느저막히 어부가를 부르는데 練波如掃月如彎(연파여소월여만) 파도는 쓸어낸 듯 고요하고 달은 활처럼 굽었더라. ○도솔(兜 率) : 욕계(欲界)..

고풍(古風)

■ 고풍(古風) 익재 이제현(益齋 李齊賢 :1287∼1367) 公子遠行役 / 멀리 여행 떠나는 공자 鞍馬光翕혁 / 안장이랑 말이랑 윤나기도 하여라. 憔悴玉樓女 / 시름에 여윈 옥루 위의 여자 忍淚不敎滴 / 눈물짓지 않으려 애써 참네. 念之不可忘 / 생각을 잊을 길 없어 奮飛無羽翼 / 푸드덕 날아 따라가려도 날개가 없네. 寒鍾鳴苦遲 / 차가운 쇠북 소리는 더디기도 하여라. 何時東方白 / 동방은 언제나 밝아 오려나. 三冬天地閉 / 겨울이 깊어 천지가 얼어붙으니 龍蛇蟄幽宮 / 용과 뱀은 깊이 묻혀 잠을 자네 世道多反覆 / 세상길은 번복도 많구나. 君子有固窮 / 군자는 곤궁을 참고 견딜 뿐 虛窓列遠岫 / 빈 창 앞엔 먼 멧부리 늘어섰고 白雲度晴空 / 흰 구름은 개인 하늘을 지난다. 從嗔不迎客 / 욕하건 말건 손..

오촌공(梧村公) 이빙시(履氷詩).

■ 오촌공(梧村公) 이빙시(履氷詩). 지은이 : 이대건(李大建, 1550-1574) 氷下蒼波幾仞深 行人莫不戰兢臨 빙하창파기인심 행인막불전긍임 若敎平地昆如是 步步無時放 爾心 약교평지곤여시 보보무시방이심 -------------------------------------------------------------------------------------------------------------------------------------- [國譯] 얼음밑에 울부짖는 물소리! 깊이가 몇길이나 되는지? 지나는 사람마다 조심조심 걸어간다. 이 詩는 오촌공 이대건이 23세때 지은글로서 평지(平地)라고, 뚜벅 뚜벅 걷지를 말고, 한걸음 한걸음 얼음위처럼 방심(放心)하지말라. 아무리 조그만 일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

구룸이 무심탄 말이-李存吾

◇생년 : 1341년(충혜왕 복위 2) ◇졸년 : 1371년(공민왕 20). 구룸이 무심(無心)탄 말이 아마도 허랑(虛浪)하다. 중천(中天)에 떠 이셔 任意(임의)로 단니면셔 구태야 광명(光明)한 날빗찰 따라가며 덥나니 -------------------------------------------------------------------------------------------------------------------------------------- [현대어 풀이] 구름이 아무런 사심(邪心)이 없다는 말을 아마도 허무맹랑한 거짓말일 것이다. 하늘 높이 떠서 제 마음대로 다니면서 굳이 밝은 햇빛을 따라가며 덮는구나. [창작 배경] 고려 말엽 요승(妖僧) 신돈(申旽)이 공민왕의 총애를 받아 진평후(眞..

산중설야(山中雪夜)-益齋 李齊賢

■ 山中雪夜(산중설야) - 益齋 李齊賢(익재 이제현) 紙被生寒佛燈暗(지피생한불등암) / 얇은 이불에선 한기가 일고 불등은 어두운데 沙彌一夜不鳴鐘(사미일야불명종) / 어린 중은 밤새도록 종을 울리지 않는구나 應嗔宿客開門早(응진숙객개문조) / 자는 손 문을 일찍 연다고 응당 화를 내겠지만 要看庵前雪壓松(요간암전설압송) / 암자 앞에 눈이 소나무를 누른 것을 꼭 보리라. -------------------------------------------------------------------------------------------------------------------------------------- [시구풀이] ◈ 지피(紙被) : 종이로 만든 이불, 얇은 이불을 말함. ◈ 사미(沙彌) : 사미승, 불..

동창이 밝았느냐?-南九萬

■ 동창이 밝았느냐? 지은이 : 남구만(南九萬)/(인조7년 1629 - 숙종37년 1711)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희는 상기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지은이의 약사(略史) 조선 중기의 문신·서예가. 자는 운로(雲路), 호는 약천(藥泉)·미재(美齋). 본관은 의령(宜寧). 송준길(宋浚吉)의 문인(門人)으로 1656년(효종7) 별시문과에 을과로 급제하여 정언(正言)· 이조정랑(吏曹正郎)을 지냈으며, 사인(舍人)· 함경감사(咸鏡監司) 등을 거쳐 1687년(숙종13) 영의정에 이르렀다. 1674년(현종15) 함경도 관찰사로 있으면서 유학(儒學)을 진흥시켰고 변경의 사정을 연구하여 무산부(茂山府)를 설치했으며 갑산(甲山)·길주(吉州) 사이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