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한시(漢詩)

산중설야(山中雪夜)-益齋 李齊賢

야촌(1) 2007. 1. 6. 18:52

■ 山中雪夜(산중설야) - 益齋 李齊賢(익재 이제현)

 

紙被生寒佛燈暗(지피생한불등암) / 얇은 이불에선 한기가 일고 불등은 어두운데

沙彌一夜不鳴鐘(사미일야불명종) / 어린 중은 밤새도록 종을 울리지 않는구나

應嗔宿客開門早(응진숙객개문조) / 자는 손 문을 일찍 연다고 응당 화를 내겠지만

要看庵前雪壓松(요간암전설압송) / 암자 앞에 눈이 소나무를 누른 것을 꼭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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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풀이]

◈ 지피(紙被) : 종이로 만든 이불, 얇은 이불을 말함.

◈ 사미(沙彌) : 사미승, 불문에 갓 들어온 어린 중.

◈ 숙객(宿客) : 하룻밤 자는 손.

◈ 요간(要看) : 마땅히 보고자 하다.

◈ 설압송(雪壓松) : 눈이 소나무를 누르다. 눈쌓인 소나무

 

[해설]

唐末 李商隱의 작품〈憶住一師〉의 模倣作이라는 評에도 불구하고 李齊賢의 名作으로 그 독창적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 시이다. 《東人詩話》卷下에 이르길...「이 시를 읽으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안에 상쾌한 이슬기운이 생겨나게 한다.

 

拙翁 崔瀣가 일찍이 “益齋 선생의 평생 詩法이 모두 이 詩안에 들어 있다.」라고 하였으며, 《靑丘風雅》에 이르길..「세상 사람들이 말하길 益齋 평생동안 지은 作品을 崔拙翁에게 주어 評點을 부탁하였는데, 崔拙翁은 다른 詩들은 모두 무시해 버리고 단지 이 詩만을 돌려보냈다고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또한 현대인 閔丙秀는 이 詩에 대하여 評하길...

 

「한 글자의 허비나 이완됨도 없이 마치 구슬을 꿰듯이 森嚴하게 조직되고 있어 文字 그대로 工妙의 극치를 보게 해준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이 시에 대한 古今人들의 일반적인 評은 模倣詩라는 차원 이상의 것임을 알 수 있다.

 

내용적인 면을 보면 전반적으로 차갑고 싸늘한 느낌이 드는 가운데 4句에서 보이는 ‘雪壓松’으로 표현된 雪景이 특히 아름답게 느껴지는 시이다.

 

1.2句에서는 작자가 山中庵에서 留宿하며 맞이하는 춥고 긴 겨울밤과 함께 낯선 상황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작자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1句에서는 추운 방의 싸늘한 寒氣가 온몸에 스미는 듯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紙被’에 대하여 《靑丘風雅》에서는 ‘楮衾’으로 注하고 있는데 종이로 만든 이불인 듯 하다. 솜이불에 비해 딱딱하고 바스락거리며 차가운 촉감의 이불일 것이다.

 

게다가 ‘佛燈’마져 모두 꺼져 있으니 어둠 속의 냉기는 더욱 시리게 느껴지고, 작자는 꼼짝없이 그대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작자는 이 밤이 얼른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2句에 나타난 바 ‘不鳴鐘’에서 알 수 있듯이 沙彌僧은 깊은 잠에 빠져 밤새 한 번도 종을 울리지 않고 있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각인지 조차 알 수 없으니 작자는 더욱 답답하고 밤은 더욱 길게만 느껴진다. 춥고 어둡고 답답하여 俗人인 작자가 묶기에는 너무 낯설고 고된 山中庵의 겨울밤이다. 작자는 또한 沙彌僧이 鐘도 울리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 있다고 하여 잠을 못 이루는 자신의 모습과 대비시킴으로써 자신의 客意를 더욱 돋구어 내고 있다.

 

3.4句에서는 시간적 배경이 전환된다. 밤새 추위에 떨며 뜬눈으로 고생했을 작자의 모습을 감지할 수 있으며, 3句의 ‘開門早’는 이러한 상상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詩語이다. 여기서 작자는 자신이 일찍 문을 연 것에 대하여 ‘손님이 왜 이렇게 일찍 떠나시느냐?’하며 주지 스님이 사미승에게 화를 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러한 독백조의 말은 靜寂속에 묻힌 자신의 조심스런 움직임을 自述하는 말로써, 이른 아침 山中의 靜的인 韻致를 더욱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4句에서는 그동안 춥고 답답하던 분위기가 ‘雪壓松’에 의해 瞬間的으로 밝고 신선한 분위기로 一轉 된다.

 

‘雪壓松’ 세 글자는 작자 眼前에 펼쳐진 雪의 壯觀을 떠올리게 한다. 더구나 山中에서 맞이하는 이러한 景觀은 雪이 가진 깨끗한 이미지와 어우러져 俗人이 넘볼 수 없는 특별한 意境을 느끼게 한다.

 

결국 작자는 山中의 脫俗的인 雪景에 마음을 두고 간밤의 고된 추위와 답답함을 견뎌낸 것으로 볼 수 있다. 《靑丘風雅》에서 注하길 「世俗을 싫어해 山家의 淸景을 표현한 것으로 語意가 新하다.」라고 한 것처럼, 이러한 山中의 雪景은 곧 작자의 내면이 추구하는 고차원의 정신세계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림출처>해마루의공간 ㅣ 해마루

 

◈ 지피(紙被) : 종이로 만든 이불, 얇은 이불을 말함.

◈ 사미(沙彌) : 사미승, 불문에 갓 들어온 어린 중.

◈ 숙객(宿客) : 하룻밤 자는 손.

◈ 요간(要看) : 마땅히 보고자 하다.

◈ 설압송(雪壓松) : 눈이 소나무를 누르다. 눈쌓인 소나무

 

[해설]

唐末 李商隱의 작품〈憶住一師〉의 模倣作이라는 評에도 불구하고 李齊賢의 名作으로 그 독창적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 시이다. 《東人詩話》卷下에 이르길...「이 시를 읽으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안에 상쾌한 이슬기운이 생겨나게 한다.

 

拙翁 崔瀣가 일찍이 “益齋 선생의 평생 詩法이 모두 이 詩안에 들어 있다.」라고 하였으며, 《靑丘風雅》에 이르길..「세상 사람들이 말하길 益齋 평생동안 지은 作品을 崔拙翁에게 주어 評點을 부탁하였는데, 崔拙翁은 다른 詩들은 모두 무시해 버리고 단지 이 詩만을 돌려보냈다고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또한 현대인 閔丙秀는 이 詩에 대하여 評하길...

 

「한 글자의 허비나 이완됨도 없이 마치 구슬을 꿰듯이 森嚴하게 조직되고 있어 文字 그대로 工妙의 극치를 보게 해준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이 시에 대한 古今人들의 일반적인 評은 模倣詩라는 차원 이상의 것임을 알 수 있다.

 

내용적인 면을 보면 전반적으로 차갑고 싸늘한 느낌이 드는 가운데 4句에서 보이는 ‘雪壓松’으로 표현된 雪景이 특히 아름답게 느껴지는 시이다.

 

1.2句에서는 작자가 山中庵에서 留宿하며 맞이하는 춥고 긴 겨울밤과 함께 낯선 상황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작자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1句에서는 추운 방의 싸늘한 寒氣가 온몸에 스미는 듯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紙被’에 대하여 《靑丘風雅》에서는 ‘楮衾’으로 注하고 있는데 종이로 만든 이불인 듯 하다. 솜이불에 비해 딱딱하고 바스락거리며 차가운 촉감의 이불일 것이다. 게다가 ‘佛燈’마져 모두 꺼져 있으니 어둠 속의 냉기는 더욱 시리게 느껴지고, 작자는 꼼짝없이 그대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작자는 이 밤이 얼른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2句에 나타난 바 ‘不鳴鐘’에서 알 수 있듯이 沙彌僧은 깊은 잠에 빠져 밤새 한 번도 종을 울리지 않고 있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각인지 조차 알 수 없으니 작자는 더욱 답답하고 밤은 더욱 길게만 느껴진다. 춥고 어둡고 답답하여 俗人인 작자가 묶기에는 너무 낯설고 고된 山中庵의 겨울밤이다. 작자는 또한 沙彌僧이 鐘도 울리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 있다고 하여 잠을 못 이루는 자신의 모습과 대비시킴으로써 자신의 客意를 더욱 돋구어 내고 있다.

 

3.4句에서는 시간적 배경이 전환된다. 밤새 추위에 떨며 뜬눈으로 고생했을 작자의 모습을 감지할 수 있으며, 3句의 ‘開門早’는 이러한 상상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詩語이다. 여기서 작자는 자신이 일찍 문을 연 것에 대하여 ‘손님이 왜 이렇게 일찍 떠나시느냐?’하며 주지 스님이 사미승에게 화를 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러한 독백조의 말은 靜寂속에 묻힌 자신의 조심스런 움직임을 自述하는 말로써, 이른 아침 山中의 靜的인 韻致를 더욱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4句에서는 그동안 춥고 답답하던 분위기가 ‘雪壓松’에 의해 瞬間的으로 밝고 신선한 분위기로 一轉 된다.

 

‘雪壓松’ 세 글자는 작자 眼前에 펼쳐진 雪의 壯觀을 떠올리게 한다. 더구나 山中에서 맞이하는 이러한 景觀은 雪이 가진 깨끗한 이미지와 어우러져 俗人이 넘볼 수 없는 특별한 意境을 느끼게 한다.

 

결국 작자는 山中의 脫俗的인 雪景에 마음을 두고 간밤의 고된 추위와 답답함을 견뎌낸 것으로 볼 수 있다. 《靑丘風雅》에서 注하길 「世俗을 싫어해 山家의 淸景을 표현한 것으로 語意가 新하다.」라고 한 것처럼, 이러한 山中의 雪景은 곧 작자의 내면이 추구하는 고차원의 정신세계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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