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고사성어 95

알맹이는 빠뜨리고 껍데기만 좇는다면

■알맹이는 빠뜨리고 껍데기만 좇는다면 옛사람의 작품을 본뜨려고만 하고 옛사람의 뜻을 얻지 못하는 것은 시대에 맞는 말을 하면서 옛사람의 뜻을 잃지 않는 것만 못하다. [원문] 與其有意古作而不得古 不若因用時語而寧不失古人之義 여기유의고작이부득고 불약인용시어이녕불실고인지의 자료 : 최국술(崔國述),《고운집》 -------------------------------------------------------------------------------------------------------------------------------------- [해설] 이 글은 고운 최치원 선생의 후손인 최국술(崔國述)이 1926년 고운 선생과 관련된 기록을 모아 문집을 간행하면서 지은 서문(序文)에 실린 글입니다. 세상에서..

선을 행하면....심대윤(沈大允)

■ 착하게 살자. 爲善而不見福 終必得福, 爲惡而不見禍 終必得禍. 위선이불견복 종필득복, 위악이불견화 종필득화. [국역] 선을 행하면 당장 복을 받지 못하더라도 결국에는 반드시 복을 얻으며, 악을 행하면 당장 화를 받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반드시 화를 얻는다. 출처>[심대윤(沈大允 1806-1872), 《복리전서(福利全書)》 김성애 역] -------------------------------------------------------------------------------------------------------------------------------------- [해설] 이상하다. 저 사람은 저렇게 착하게 사는데 왜 저리도 못 살까?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그렇게 안 도와주시는 거야? 반대로 저..

안일 속에서의 방심

■안일 속에서의 방심 편안한 상태로 있으면서 방심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위태로운 상태에서 스스로 지키는 것이 낫다. 여기안이방심야(與其安而放心也), 녕위이자지(寧危而自持)- 자료 : 유신환(兪莘煥,1801-1859),〈어린아이의 신발에 대한 명[穉子屐銘]〉,《봉서집(鳳棲集)》 ------------------------------------------------------------------------------------------------------------------------------------- [해설] 어린아이가 뒤뚱뒤뚱 걸어 다닙니다. 발에 잘 맞는 신을 신은 아이는 마음 놓고 걷다가 가끔 헛디뎌 넘어지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헐렁헐렁한 나막신을 신은 아이는 조심조심 걸음을 떼어놓느라 ..

폴란드대통령 카친스키

■폴란드대통령 카친스키 호민(豪民)이란, 민중들과 함께 지내면서 남몰래 딴 마음을 품고 주위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가 세상에 큰 일이 생기면 이를 기회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하는 사람이다. [원문] 潛蹤屠販之中, 陰蓄異心, 僻倪天地間, 幸時之有故, 欲售其願者, 豪民也 잠종도판지중, 음축이심, 벽예천지간, 행시지유고, 욕수기원자, 호민야 ◇자료 : 허균(許筠 1569-1618),〈호민론(豪民論)〉,《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 [해설] 호민(豪民)은 일반적으로 부..

19세기 서울의 새로운 인간형, 유속(流俗)

■19세기 서울의 새로운 인간형, 유속(流俗=風速) 시대의 변화는 인간형의 변화를 낳는 것일까? 공자의 가르침을 토대로 형성된 전통적인 군자-소인의 인간형은 19세기 서울양반 사대부사회에서 더 이상 현실적인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서울양반 사대부의 한사람이었던 소산(素山) 이응신(李應辰,1817~1887/전주이씨)은 이제 서울에서는 군자와 소인이 합쳐져 모두 유속이 되었다고 진단하며 차라리 소인이라도 보고 싶다는 우울한 마음을 토로한다. 그는 무엇을 근심한 것일까. 천하 국가를 다스림에 없애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소인(小人)과 유속(流俗)이 그것이다. 임금과 굳게 결탁하고 패거리를 널리 심는다. 참혹하게 남을 해치고 교묘하게 자기를 살찌운다. 독사와 맹수같이 마음먹고 사귀(邪鬼)와 요부같이 행동한다...

서릿발 같은 기상을 문집에 담다/남명 조식

■서릿발 같은 기상을 문집에 담다. “온 몸에 찌든 사십년의 찌꺼기를, 천 섬의 맑은 물로 다 씻어 없애리라. 그래도 흙먼지가 오장에 남았거든, 곧바로 배를 갈라 흐르는 물에 부치리라.” 위의 시(詩)는 무엇보다 유학자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과격한 표현이 돋보인다. 시(詩)의 작자는 남명 조식(曺植:1501~1572). 퇴계 이황(1501~1570)과 같은 해에 태어나 영남학파의 양대 산맥을 이끌어간 16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이었다. 그의 문집인 《남명집(南冥集)》에는 시대의 모순에 맞서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학자 조식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1. 외척정치를 향해 칼날을 던지다. “전하의 나라 일이 이미 잘못되어서 나라의 근본이 이미 망했고 하늘의 뜻이 가버렸으며 인심..

진정한 효도란

■ 진정한 효도란 어버이를 욕되게 한 죄가, 잘 봉양하지 못하는 것보다 크다. [원문] 辱親之罪。重於不能養也。 욕친지죄。중어불능양야 자료 : 오광운(吳光運),〈계위인자자(誡爲人子者)〉,《약산만고(藥山漫稿)》 --------------------------------------------------------------------------------------------------------------------------- [해설] “좋은 데 취직해서 돈 많이 벌어, 호강시켜 드릴께요.” 자식들이 부모에게 흔히 하는 말입니다. 그러면 부모들은 흐뭇해하며 말합니다. “우린 그저 네가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그만이다.” 너무 자주 들어서 식상한 듯하지만, 부모 자식 사이에서는 이것이 진리입니다. 사람마다 가치..

호화 청사와 민심

■ 호화 청사와 민심 누각 하나가 무너지고 서는 것으로써 한 고을의 인심을 알 수 있다. 夫以一樓之廢興 而一鄕之人心可知矣 부이일루지폐흥 이일향지인심가지의 하륜(河崙,1347∼1416),〈진주촉석루기(晋州矗石樓記)/《동문선(東文選)》 -------------------------------------------------------------------------------------------------------------------------------------- [해설] 진주(晋州) 남강(南江) 바위벼랑 위에 세워진 촉석루(矗石樓)는 저자가 어린 시절 즐겨 올라 노닐며 경치를 감상하던 곳이었지만, 고려 말엽의 혼란기에 도적떼의 침입으로 불타버리고 맙니다. 그 후 조선이 개국하고 태평한 세상이 되자..

서울에 퍼진 가짜 도학의 소문

■서울에 퍼진 가짜 도학의 소문 주류 문화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많은 아류 문화가 생기는 법이다. 조선시대 유교 문화도 그러했다. 홍한주는 1820년대 이래 많은 소문을 남긴 윤광현의 이야기를 전하며 서울에서 가짜 도학의 유행을 경계한다. 가짜 도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조선후기 유교 사회의 세속화 과정의 산물이다. 주류 문화에 근접하려는 문화적 욕망을 지닌 아류 문화의 표출이다. -------------------------------------------------------------------------------------------------------------------------------------- 왕원미(王元美)1)가 말했다. “자칭 도학(道學)이라 이름붙인 자는 모두 비루한 유자(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