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금루기(雲錦樓記) 지은이 : 이제현(李齊賢) 세상에서 구경할 만한 경치가 반드시 궁벽한 먼 지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임금이 도읍한 곳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에도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그러나 조정에서 명예를 다투고 저자에서 이익을 다투다 보니, 비록 형산(衡山)ㆍ여산(廬山)ㆍ동정호(洞庭湖)ㆍ소상강(蕭湘江)이 한 발 내디디면 굽어볼 수 있는 거리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아도 의외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왜 그런가 하면 사슴을 쫓아가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하고 금을 움켜 잡으려는 사람은 사람을 보지 못하며 가느다란 가을 새의 털끝을 볼 줄 알면서도 수레에 가득 실은 섶을 보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쏠리는 곳이 있으면 눈이 다른데 볼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일을 벌이기 좋아하고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