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제의례·제문

參將 駱尙志를 武烈祠에 치제한 글

야촌(1) 2018. 7. 21. 21:37

■ 참장(參將) 낙상지(駱尙志)를 무열사(武烈祠)에 추배할 때에 치제한 글

 

※무열사(武烈祠)

    1593년(선조 26) 명나라 병부상서 석성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평양에 세운 사당

 

● 명나라 상서 석성(石星)에게 고한 글

 

옛날 임진년에 난이 있어 / 維昔壬辰
중국에 원병(援兵)을 청했는데 / 控于大邦
천자가 문무 대신들에게 물어서 / 帝詢文武
이에 압록강을 다스리게 하였네 / 迺理鴨江


일을 도모하는 사람이 구름처럼 많아서 / 謀夫如雲
말이 조정에 가득 넘쳤는데 / 發言盈庭
사마가 말하기를 신은 / 司馬曰臣
왜적의 실정을 익히 아나니 / 夙諳倭情


지혜로써 취할 수는 있어도 / 可以智取
힘으로 이기기는 불가한지라 / 不可以力
한편으로 전쟁하고 한편으로 화친하여 / 以戰以和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하였네 / 勿徐而亟


이때에 동국의 사신이 / 于時東使
행차가 실을 짜듯 연달아 왕래하니 / 冠蓋如織
위 나라에 신릉군(信陵君)이 없는 형국이요 / 魏無信陵
제 나라 즉묵처럼 위급한 형편이었네 / 齊急卽墨


비록 말이 땀을 흘리도록 전쟁에 달리지는 않았으나 / 馬雖不汗
원병을 출정하도록 지시한 것은 공의 힘이었으니 / 發縱則公
한마디 말의 무거움이 / 一言之重
우리 해동을 안정시켰네 / 奠我海東


해동의 남녀 백성들이 / 海東士女
집집마다 빌어 기원하였으니 / 願言家祝
패수의 물가에 / 浿水之濆
사당이 장대하여 날아오를 듯했네 / 有堂翼翼


공의 유상(遺像)이 사당에 있는데 / 公像在堂
엄숙하고 맑은 모습으로 높아서 / 肅淸以高
그 자태가 삽상하니 / 颯爽其姿
세상을 덮을 호걸의 인물이었네 / 蓋世人豪


누구를 배향했던가 / 誰其侑之
네 사람의 장군이었네 / 曰四將軍
지금에 이르러 추배하는 이는 / 曁今追配
낙 참장(駱參將)이로다 / 維駱千斤


나의 생폐(牲幣)와 예주(醴酒)를 바쳐서 / 蕆我牲醴
그 의식을 빛나게 하니 / 用賁厥儀
길일을 택한 날 아침에 / 穀日其朝
운기를 펄럭이며 이르는 듯하네 / 髣髴雲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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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나라 제독 이여송(李如松)에게 고한 글.

 

아, 우리 충렬공이여 / 猗我忠烈
대대로 장수의 집안이었는데 / 家世元戎
무신으로서 제독이 됨은 / 武臣提督
곧 공으로부터 비롯하였네 / 其始自公


깨끗한 그 영령이 / 濯濯厥靈
청구의 땅에 머물렀으니 / 載之靑丘
화의가 길을 양옆으로 끼고 있고 / 花衣夾道
풍월의 누대가 있다네 / 風月有樓


서성에서 병갑(兵甲)을 드러내고 / 露甲西城
대포의 탄환이 별이 흩어지듯 하였으니 / 大礮星撒
고기가 놀라고 새가 숨었다가 / 魚駭鳥竄
드디어 잃었던 장소로 되돌아왔네 / 遂還所失


그 공에 보답하고자 하니 / 欲報之功
바닷물에도 깊고 얕음이 있고 / 深淺海水
바닷물도 다할 때가 있지만 / 海有窮時
보답함이야 어찌 끝이 있으리오 / 報豈可已


자손을 남겨 동국에 살게 하니 / 遺裔東投
대대로 옥관자를 차고 벼슬함이 있었네 / 世有緋玉
영령이 응당 여기에 있을 터이니 / 靈應在玆
나의 맛있는 술을 흠향하기 바라네 / 歆我尊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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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나라 총병 양원(楊元)에게 고한 것임.

 

왜군의 병화(兵火)가 매우 뜨거웠음은 / 倭燹之烈
남원 땅이 가장 심했으니 / 最帶方州
당시에 불행함이 있었던 것은 / 時有不幸
공의 부끄러움이 아니라네 / 非公之羞


서문이 창황하여 / 倉皇西門
기병이 쉰 남짓뿐이었으니 / 餘五十騎
어찌 성패를 논할 형편이었으랴 / 何論成敗
취할 바라고는 의리일 따름이었네 / 所取者義


시험 삼아 저 넓은 들판을 보니 / 試看普通
적을 어이할 수 없는 형세인지라 / 賊亦無奈
자신이 몸을 버리기로 뜻을 결정하자 / 志決身殲
한 번 죽음을 기꺼이 꺼리지 않았네 / 一死難貸


푸른 하늘에 도깨비불이 나타나고 / 燐火空靑
구름과 물이 모두 희게 되었으니 / 雲水俱白
광세의 감회가 / 曠世之感
마치 조석의 사이를 격한 듯하네 / 若晨之隔


날을 택한 것이 좋고 / 練日其良
이 제기가 청결하니 / 潔此豆鉶
경건한 심정으로 영령을 기쁘게 하여 / 穆將愉兮
아름다운 혼령을 맞이한다네. / 賓赫戲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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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나라 총병 이여백(李如柏)에게 고한 글

 

총병에 대한 나의 생각 지극하니 / 我思昧昧
영원백 이성량(李成梁)의 아들이고 / 寧遠之子
태보공 이여송(李如松)의 아우로서 / 太保之弟
천하의 용사였네 / 天下勇士


황화에 구름은 가득 끼었는데 / 密雲黃花
머무는 곳에 장수의 기를 세웠으니 / 旌纛所住
가장 먼저 적은 군대를 이끌고 / 首挈偏師
비장한 결심을 하고 동쪽으로 건너왔네 / 唾手東渡


벽제관 아래 / 碧蹄館下
달은 어둡고 기러기는 높이 나는데 / 月黑鴈高
분연히 진격하여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 奮前殊死
적병과 기마를 모조리 죽였네 / 介馬以鏖


목을 벤 시체가 즐비하게 늘어져 / 纍纍其馘
백육십 구 남짓한데 / 百六十餘
아득히 저 영웅의 풍모를 생각하니 / 緬彼雄風
보산의 옛터로다 / 寶山之墟


옛 사당의 단청에서 / 古廟丹靑
완연히 장하게 싸우던 모습을 보겠으니 / 宛如酣戰
제사에 바치는 깨끗한 물을 드리니 / 酌以明水
영령께서 돌아보시기를 바라네 / 庶被英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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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나라 총병 장세작(張世爵)에게 고한 글.

 

동국으로 출정한 여러 장수들 / 東征諸公
마치 날쌘 매처럼 용맹을 떨쳤으니 / 如鷹斯揚
우협의 장수로 말하자면 / 曰右協帥
당당한 장 총병(張摠兵)이었네 / 堂堂乎張


조승훈(祖承訓) 오유충(吳惟忠) 장응충(張應种) 왕필적(王必迪)과 / 訓忠應迪
조지목(趙之牧) 진방철(陳邦哲) 곡수(谷燧) 양심(梁心)이 / 牧芳燧心
모두 절제를 받았으니 / 咸受節制
나의 도검이 장하였네 / 壯我韜鈐


칠성문에 / 七星縣扉
대포의 탄환이 잘게 부서져 발사되니 / 砲碎而發
벌레 같은 저 오랑캐 무리가 / 蠢玆小醜
혼백을 잃고 달아났네 / 魄褫魂奪


평양이 회복되자 / 平壤旣復
송도가 이에 편안하니 / 崧京乃乂
지금 이후로는 / 今而後者
감히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인가 / 敢肆不譓


우리 낙공 상지(尙志)는 / 維我駱公
옛적에 공의 휘하에 있었으니 / 昔公戲下
위패를 만들어 배향하느라 / 作主侑食
잔에 술을 따르나이다 / 有酒斟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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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참장 낙상지(駱尙志)에게 고한 글

여러 차례의 전공(戰功)에 / 數戰之功
문득 앞장서서 적진에 올랐으니 / 輒先先登
정 나라는 모호를 찬미하고 / 鄭美蝥弧
초나라는 편승을 자랑하네 / 楚誇偏乘


앞장서서 나가지 않았다면 / 不爲之先
큰 공을 어찌 이루었으리오 / 大功安集
아, 낙 참장이여 / 猗駱參將
성대하게 무력이 있었네 / 蔚有虎力


원수가 거느리는 많은 군사에 / 元帥莅衆
감히 앞설 자가 누구였으리 / 孰敢先者
많은 군사들이 담장을 두른 듯했는데 / 萬夫如堵
모집에 응할 자 나라고 말하였네 / 應募曰我


한 자 길이의 칼로써 용기를 발휘하여 / 尺劒賈勇
드디어 적진의 성 문루(門樓)에 올랐는데 / 遂登危譙
천 길 높이인지라 헤아릴 수 없었으니 / 千仞不測
치솟기가 하늘을 맴도는 독수리와 같았네 / 聳若盤雕


절강(浙江)의 병사가 이를 따르니 / 浙兵從之
북이 울리는 소리 그치지 않았는데 / 鼓鳴不已
붉고 흰 기가 / 紅白其旂
바람을 따라 나부꼈네 / 隨風以靡


이 전공(戰功)이 컸음은 / 是公之膚
공이 실로 그 으뜸이었으니 / 公實其魁
만인을 대적할 역량이지 / 爲萬人敵
어찌 일개 참장의 재능일 뿐이리오 / 詎一將才


변방을 맡은 신하의 건의가 있어 / 藩臣有言
나의 충곡(衷曲)을 다했으니 / 槪予之衷
이 땅의 이 사당에 / 是地是祠
어찌 우리 공을 받들지 않으리오 / 曷不我公


이에 좋은 날을 가려서 / 迺選令朝
이에 밝은 제사를 받드노니 / 迺陞明享
억만년이 지나도록 / 維億萬年
보답하여 응함이 메아리 같기 바라네. / 報應如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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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주-01]위 나라에 …… 형국이요 : 신릉군(信陵君)은 전국 시대 위(魏) 나라 소왕(昭王)의 아들 무기(無忌)의 봉호이다. 진(秦) 나라가 조(趙) 나라를 포위하자 조 나라 평원군(平原君)이 자기 부인이 신릉군의 누나라고 하여 위왕과 신릉군에게 구원을 청하였는데, 위왕이 진비(晉鄙)로 하여금 구원하게 했다가 곧 진 나라의 강성함을 두려워하여 중지하였다.

 

이에 신릉군이 진비의 군대를 빼앗아 조 나라를 구원하고 진 나라를 물리쳤으나 위왕의 노여움을 사 돌아가지 못하였는데, 그후 진 나라가 위 나라를 침략하여 위급해지자 돌아갔다. 《史記 卷77 魏公子列傳》

 

[D-02]제 나라 …… 형편이었네 : 즉묵(卽墨)은 전국 시대 제(齊) 나라의 읍 이름이다. 제 나라가 연(燕) 나라 장군 악의(樂毅)의 침공을 받아 70여 성이 함락되고 오직 거(莒)와 즉묵(卽墨)만 남은 위급한 상황에서 제 나라 장군 전단(田單)이 즉묵을 고수하였다. 《史記 卷82 田單列傳》


[주-03]진방철(陳邦哲) :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16권 선조조 고사본말 및 《대동야승(大東野乘)》 36권 재조번방지(再造蕃邦志)의 기사에 근거하여 원문의 방(芳) 자를 방(邦) 자로 고쳤다.


[주-04]도검(韜鈐) : 옛적의 병서(兵書)인 《육도(六韜)》와 《옥검(玉鈐)》을 아울러 일컫는 말로서, 일반적으로 병서를 지칭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병법의 모략(謀略)이나 무장(武將)을 지칭하기도 한다.


[주-05]모호(蝥弧) : 춘추 시대 정(鄭) 나라 임금의 기(旗) 이름이다. 정 나라 임금이 허(許)를 정벌할 때 영고숙(穎考叔)이 이 기를 취하여 먼저 오르자 자도(子都)가 아래에서 활을 쏘아 쓰러뜨리니 하숙영(瑕叔盈)이 또 이 기로써 오른 뒤, 정 나라 군사들이 다 오른 일이 있다. 후에는 일반적으로 군기(軍旗)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春秋左氏傳 隱公11年》


[주-06]편승(偏乘) : 춘추 시대 초(楚) 나라의 전거(戰車)로 적진을 향해 앞장서서 달렸던 것으로 생각되나, 출처는 미상이다.

 

한국고전번역원 l 김홍역 역[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