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한국의전통문화

1000년을 이어온 자랑, 1000년을 기다린 잔치

야촌(1) 2011. 9. 15. 20:42

1000년을 이어온 자랑, 1000년을 기다린 잔치

기사입력 2011-09-14 03:00:00 /기사수정 2011-09-14 09:13:24

 

1000년을 이어온 자랑, 1000년을 기다린 잔치

 

2011 대장경천년 세계문화축전 23일~11월 6일 해인사 일대
동아시아 문화대국 저력 보여준 증거…세계인 앞에 민족의 지혜 당당히 소개

 

 

 

 

 

 

유네스코 새계문화유산이 그 안에 세계기록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사례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바로 해인사 장경판전 내부에 보관되어 있는 팔만대장경이다.

 

팔만대장경은 1011년 처음 판각되기 시작한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에서 출발해 1251년에 완성된 팔만대장경으로 이어지면서 1000년이 지나도록 찬란한 문화의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연구원 보존국장 성안 스님)

1000년 전, 11세기가 시작되는 즈음에 우리 선조들은 대장경 판각을 통해 우리의 문화적 저력을 보였다.

당시 불교가 지배하던 동아시아에서 부처의 말씀을 담은 경전을 수집하고 대조 검증을 거쳐 엄밀하고 방대한 대장경판으로 판각하는 것은 국가가 지닌 문화의 저력을 남김없이 드러내는 일이었다.

고려대장경은 당대에 가장 방대하면서도 정확한 내용으로 아시아에서 문화적 정상의 지위를 누렸고, 근세에도 불교 지식과 문화의 표준이 되었다. 현대 불교에서는 20세기 초 일본에서 활자본으로 만들어진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을 가장 많이 참조하는데 이 대장경의 모본도 바로 팔만대장경이다.

이런 고려대장경의 판각 1000년을 기념해 경남도와 합천군, 해인사가 9월 23일∼11월 6일 경남 합천군 가야면과 해인사 일대에서 '2011 대장경 천 년 세계문화축전'을 연다.

고려대장경은 최초 판각부터 팔만대장경으로 완성되기까지 수없이 보완을 거쳤다. 고려의 존속 기간인 472년 중 무려 240년 동안에 걸쳐 완성됐다.

처음 만들어진 초조대장경은 거란의 침입을 계기로 1011년(현종 2년)에 만들기 시작해 1087년(선종 4년)까지 77년에 걸쳐 완성됐다. 대구 부인사에 도감을 두고 송, 거란의 대장경과 그때까지 전해오던 국내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호국의 의지를 담아 만들어 부인사에 보관했던 초조대장경판은 몽골의 침입으로 1232년 불타 없어지고 만다.

초조대장경판에서 인쇄된 문헌은 지금도 한국과 일본에 일부 남아 전한다. 고려대장경연구소(소장 종림 스님)는 일본 교토 난젠(南禪)사가 소장한 초조대장경 약 2000권 분량을 디지털로 복원하고 있다.

이후 몽골의 침입으로 어려운 때임에도 불구하고 1236년(고종 23년) 대장경판을 만들기 시작해 1251년(고종 38년) 완성한다. 이것이 지금 해인사에 보관돼 있는 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 즉, 팔만대장경이다.

 

 

 

 

↑경남 합천군 해인사 대적광전 외벽에 그려진 '대장경 이운(移運)' 벽화.

 

팔만대장경을 옮기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기존 그림을 바탕으로 1990년대 중반에 새로 그린 것이다.


팔만대장경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대장경판이다. 약 8만1350장의 경판에 5200만여 자가 새겨져 있다.

한자에 익숙한 사람이 하루 8시간씩 읽어도 다 읽으려면 30년이나 걸린다.

 

경판을 쌓으면 높이가 무려 3250m로 백두산(2744m)보다 높고, 무게는 약 285t으로 4t 트럭 70여 대에 나눠 실어야 옮길 수 있다. 이렇게 많은 글자들이 한 사람이 쓴 듯이 고르게 새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오탈자도 거의 없는 정교함을 자랑한다.

 

 

 

 

 

대장경에는 불교 경전의 주요 세 요소인 경(經)과 율(律), 논(論)을 담았다.

'경'은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것이고 '율'은 승려들이 지켜야 할 계율, '논'은 학덕이 높은 스님이 경전에 주석을 단 것이다.

 

성안 스님은 "고려는 인삼이나 청자 등으로만 세계에 이름을 떨친 것이 아니라 종이와 먹, 대장경 등으로 인쇄 문화에 있어서도 높은 수준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장경은 그 보존에서도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준다.

 

팔만대장경은 완성된 지 760년이 지났지만 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의 과학적인 구조 덕택에 아직도 완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공기의 순환을 돕는 서로 다른 크기의 붙박이 살창, 습도를 조절해 주는 숯이 깔린 바닥 등이 경판을 상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는 것. 대장경 천 년 세계문화축전을 관통하는 주제인 '살아 있는 지혜'는 대장경과 대장경을 보관하는 장경판전 모두에 스며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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