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선 제5권≪오언고시(五言古詩)≫
익재 시에 차운하여[次益齋詩韻]
이달충(李達衷) 지음
거닐며 창랑수를 노래하고 / 行歌滄浪水。
악목 그늘에서 쉬기를 부끄러워하네 / 恥憇惡木陰。
온 세상이 그 까닭 알지 못하니 / 擧世不知故。
어느 사람이 지금을 풍자하리 / 何人能刺今。
때와 운명은 일정하지 않거니 / 時命難可常。
공명인들 또한 무엇이 유익하리 / 功名亦何益。
어떻게 이 마음 편안히 하여 / 若爲安此心。
피곤하면 잠자고 배고프면 먹으리 / 困眠且飢喫。
토끼 굴(보신책(保身策))을 만들 뜻이 없어 / 無心作兔窟。
일에 부닥치면 울타리에 달라붙는 파리(남을 참소하는 자)가 무서워라 / 觸事畏蠅樊。
한갓 수고로이 연참(먹과 종이 즉 문필)만 일삼았고 / 徒勞事鉛槧。
족히 가문을 일으킬 수 없구나 / 未足興家門。
돌아가리라 고기 없는 것을 탄식하고 / 歸來嘆無魚。
화와 복은 말 잃은 대로 맡겨 둔다 / 禍福從失馬。
가난을 편히 여겨 하는 일 없으니 / 安貧無所爲。
벼슬에서 물러나와 맑게 앉았네 / 退食便淸坐。
애석하여라 나는 장인 없나니 / 可惜吾無翁。
외로운 무덤 백양나무에 바람만 쓸쓸하다 / 孤墳白楊風。
그러나 나는 아버이 있는 것이 기쁘다 / 亦喜吾有父。
노인 익재 공이 계시는 것이 / 皤然益齋公。
친척에 돈독하여 기쁨 슬픔 함께 하고 / 睦族同欣戚。
사람 사귈 때 반드시 좋아하거나 싫다 함이 없다 / 與人無莫適。
인자한 은혜는 하해 같이 깊은데 / 仁恩河海深。
물방울 만큼이나마 갚으려 하나 부끄럽다 / 欲報愧㳙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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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창랑수(滄浪水)를 노래하고 :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탁하면 내 발을 씻는다.”는 노
래는《맹자》에도 있고, 〈어부사(漁父辭)〉에도 있다.
[02]악목(惡木) 그늘에서 쉬기를 부끄러워하네 : 《관자(管子)》에, “선비가 지조가 굳고 변하지 않는 마음이 있으
면 악목의 가지를 그늘 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03]돌아가리라 고기 없는 것을 탄식하고 : “긴 칼아, 돌아가자. 밥상에 생선 없구나.” 하였다는 옛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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