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제의례·제문

장유의 형님에 대한 제문(張維의 祭伯氏文)

야촌(1) 2009. 9. 7. 03:36

형님에 대한 제문[祭伯氏文]

 

계곡 장유 찬(谿谷 張維 撰)문(祭文)

 

아 / 嗚呼
우리가 형제 된지 / 我爲兄弟
어언 사십년 / 今四十歲
우리 집 어려움 많기도 하여 / 吾家多難
일찍부터 흔단(釁端)이 모여들었네. / 早鍾釁戾


해년(亥年) 축년(丑年) / 歲在亥丑
연거푸 큰 슬픔 당했을 때 / 大戚洊摯
형님은 갓 십오세요 / 兄纔成童
나는 한 살 아래였네. / 弟少一齒


영락한 집안 살림 / 零丁孤露
함께 어머니 모시면서 / 共奉慈侍
위로 할머니와 / 上有王母
아래로 동생들 돌봤지요. / 下有弟妹


형님은 가장(家長)으로 / 兄爲家督
집안일 꾸려 가며 / 門戶不墜
모시고 돌보는 그 여가에 / 事育之暇
함께 공부 했었지요. / 共治文字


시원찮은 음식에 피나는 정진 / 食淡攻苦
서로들 격려하며 닦아갔는데 / 以相砥礪
파랗게 빛나는 등잔불 하나 / 靑熒一燈
한밤중 되어도 꺼질 줄 몰랐다오. / 中夜不寐


몸은 달라도 그림자 같이하며 / 分形並影
반걸음도 서로 떨어지지 않았기에 / 跬步不離

사람들이 간혹 일컬으면서 / 人或見稱
쌍벽으로 아름답게 여기기도 했었지요. / 雙璧聯美


나는 요행히도 빨리 변신하여 / 弟幸速化
붉은 종이에 이름이 올랐는데 / 登名紅紙
형님은 계속 험난한 길 봉착하여 / 兄苦蹇連
늦게야 태학생의 대열에 들었지요. / 晚列庠士


나는 중도에 기막힌 화를 당해 / 中經奇禍
도마 위의 고기 신세 요행히 면하고는 / 幸脫碪几
노인과 어린애 이끌고서 / 扶携老幼
해변가로 내려간 뒤 / 適彼海澨

먹고 사는 고달픔 / 作苦食力
온갖 신고(辛苦) 겪었지요. / 辛勤備至


때마침 흉년 당해 / 値歲之殺
쌀자루도 텅텅 비어 / 盎槖如洗
죽도 제대로 못 먹는 판에 / 餔糜不給
입맛 가릴 겨를은 더더욱 없었는데 / 遑論甘旨
형님이 애써 주선하신 덕택으로 / 賴兄拮据
그 많은 식구가 구제를 받았지요. / 百口以濟


변변찮은 음식이나마 차려 놓고 / 薦有魚菽
정결히 술밥 지어 제사를 올린 뒤에 / 吉蠲爲饎
손님이며 친구며 모인 자리에서 / 賓朋之會
술 한 잔에 부추 베어 곁들여 먹던 / 酌醪翦菜
편안하고 한가롭던 그때 그 시절 / 優哉游哉
아마도 죽어도 못 잊으리다. / 甘以沒世


성스러운 임금 일어나신 뒤 / 聖主龍興
국운(國運)이 위태롭게 되었을 때에 / 邦運傾否
그 누가 임금 도와 구제했던가 / 鱗翼之攀
바로 우리 아우였네. / 唯我叔季


그런데 일이 틀어지다니 / 事有緯繣
그 누가 이것을 주장했는가 / 孰主張是
최하위 관등(官等)이 / 一命之祿
혹 복이 될 수도 있으리라. / 亦或錫榹


형님이 갖춘 재질 / 兄有才具
동료 가운데 빼어났고 / 絶出流輩
민첩한 일솜씨 / 敏於見事
과감하고 멋있었지. / 旣果而藝


벼슬길에 운이 없어 / 官位所恨
품은 뜻 펼쳐 보지 못하던 차에 / 斂焉莫試
하늘도 야속해라 / 旻天不吊
할머니 세상 떠나셨네. / 奪我祖妣


종손(宗孫)의 책임 막중한지라 / 繼體持重
우리 형님 위차(位次)에서 곡을 하면서 / 兄哭于位
거친 밥에 물만 먹고 시름겨워 하던 끝에 / 纍纍疏水
은연중에 위장을 상한 나머지 / 暗鑠藏胃
겨우 소상(小祥)이 지났을 때에 / 纔過于練
병이 그만 발작하고 말았었다오. / 美疢伊始


음식은 물리치고 물만 마시며 / 食却飮進
바짝 야윈 몸 점점 시들어 가 / 尫然委憊
의원도 있는 기술 다 발휘하며 / 醫工殫技
별별 좋은 약도 써 봤건만 / 豈無良餌
목숨이 연장되지 못하였으니 / 命之不延
신도(神道)를 누구라서 헤아리리요. / 孰測神理


아 비통하도다 / 嗚呼痛矣
형님이 병에 걸린 것은 / 兄之有疾
지난해 동짓달 / 去歲建子
금년 사월 중순 무렵 / 首夏之中

나에게 찾아와서 / 來卽于弟
석 달쯤 있는 동안 / 閱三晦朔
병도 조금 차도 보여 / 疾亦少已
온 집안 반색하며 / 擧家動色
낫게 되었다고 기뻐들 하였는데, / 勿藥是喜


본댁에 가신 지 달포 만에 / 歸餘之月
두 녀석이 또 들쑤셔대 / 二豎復奰
하루가 다르게 위독해져서 / 日臻委篤
결국 일어나지 못하셨다네. / 遂以不起


모친은 백발 드리운 채 / 慈母垂白
땅에 쓰러져 통곡하고 / 哭而投地
아내와 첩은 / 一妻一妾
가슴 치며 죽고 싶다 울부짖고 / 搥胷欲死
울면서 아빠 찾는 / 啼號呼爺
어린 자식들 / 孑孑稚子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이 / 呼之不譍
까마득히 긴 잠에 빠지셨구려 / 漠然長寐


형님이여 형님이여 / 兄乎兄乎
어찌 차마 이럴 수가 있단 말이오. / 胡寧忍此
아 비통 하도다 / 嗚呼痛矣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제도 다른 법 / 死生異制
인간의 도 이제는 끊어져 버려 / 人道畢矣
이 집을 떠나서 / 違此室堂
묘도(墓道)로 가야 하니 / 卽彼原隧
안식처 정하는 일 / 宅兆安厝
이것이 큰일이라 / 玆爲大事


방곡의 선영은 / 方谷卜塋
이백여 년 세월 동안 / 二百餘祀
먼 세대부터 땅이 다 들어차서 / 世遠地盡
아무래도 다른 곳에 가야 하리다. / 不容無徙


바닷가 농장의 동쪽 산기슭 / 海庄東麓
예로부터 명당으로 일컬어졌고 / 舊稱美地
형님도 일찍부터 좋아했으니 / 兄嘗樂之
우연찮은 일로 여겨지구려. / 殆非偶爾


점을 쳐도 길(吉)하다 결론이 나와 / 卜曰允臧
사람과 신의 생각 계합되기에 / 神與人契
형님 그 속에 편히 모시고 / 兄藏在中
미방(未方)으로 머리 둘러 성분(成墳)한 뒤에 / 厥封枕未


왼쪽 혹은 오른쪽에 / 或右或左
묻힐 뒷사람 기다리게 했소이다. / 以待後死
노인 모시고 아이 돌보는 일 / 奉老撫孤
우리 두 사람 책임지고서 / 吾二人在
아침 저녁 어느 때이고 / 庶幾夙夜
형님의 뜻 어기지 않으리이다. / 不替兄志


어느덧 시일 흘러 / 日月有時
장례 날짜 이르름에 / 殯愼將啓
친우들 모두 와서 / 親友畢至
영결(永訣)을 고하는데 / 以祖長逝
내가 가진 맛있는 술 / 我有旨酒
구운 고기 저민 고기 / 有燔有胾
형님 드시라고 올려놓아도 / 饋兄奠兄
형님은 어찌 응답이 없으시나요. / 兄何昧昧


뼈와 살을 같이 나눈 형제의 정리 / 骨肉同氣
함께 살고 함께 죽어 마땅하거늘 / 死生同理
이제 영원히 이별하려니 / 一別終天
너무도 가슴이 아파옵니다. / 傷哉已矣


아 슬프다 / 嗚呼哀哉
흠향하소서 / 尙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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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01]붉은---올랐는데

대과(大科)에 급제했다는 말이다. 급제자에게는 속칭 홍당지(紅唐紙)라고 하는 붉은 종이의 합격 증서, 즉 홍패(紅牌를 주었는데, 그 종이는 중국 제품이아니라 한지(韓紙)를 물들인 것이었다.

 

[주02]두 녀석

병마(病魔)를 말한다. 진 경공(晉景公)의 꿈에 병마가 더벅머리 두 아이[二豎]로 변해서 고황(膏肓) 사이로 숨어들었는데, 결국은 명의(名醫)도 고치지 못한 채 죽고 말았다. 《春秋左傳 成公 10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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