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한시(漢詩)

봄날의 그리움 - 이매창(李梅窓)

야촌(1) 2020. 11. 29. 13:04

작성일 : 2017. 04. 15

 

■춘사(春思 : 봄날의 그리움)

 

  지은이 : 명기 이매창(名妓 李梅窓)

 

동풍삼월시(東風三月時)/지금이 봄바람 부는 삼월이라,

처처낙화비(處處落花飛)/곳곳에 지는 꽃잎이 휘날리네.

녹기상사곡(綠綺相思曲)/거문고는 사랑 노래를 연주하건만,

강남인미귀(江南人未歸)/ 강남 가신 님은 돌아오질 않네.

 

※녹기(綠綺) : 중국 역사상 4대 거문고 중의 하나. 한나라의 문인 사마상여(司馬 相如,: BC 179~BC 117)의 거문

    고 이름인 녹기금(綠綺琴)의 준말.

 

이 詩는 조선시대 전라북도 부안군의 명기(名妓) 이매창(李梅窓)이 지은 시이다.

우선 이 시를 이해하려면 중국 한나라 시절로 되돌아가봐야 한다. 간단하게 삼국지의 300년 전쯤이라고 보면 된다.

 

사마상여라는 뛰어난 문인이 있었다. 자허부(子虛賦), 상림부(上林賦)라는 중국 문학사상의 걸작을 남긴 사람이다.

쓰촨성(四川省) 출신으로 매우 가난했다. 그렇지만 글재주와 거문고 연주가 출중했다.

 

사마상여와 그의 부인 탁문군(卓文君)의 러브 스토리는 매우 유명하다.

사마상여는 너무 가난해 가진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탁문군은 요즘으로 치면 재벌 집 딸이었다.

 

어느 날 사마상여가 재벌인 ‘탁왕손(卓王孫)’의 연회에 참석했다.

주위 사람들이 사마상여에게 거문고 연주를 요청했다. 사마상여도 아마 그 때 막 과부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탁왕손의 딸 탁문군에게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사마상여가 연주하는 사랑 노래를 듣고 감동한 탁문군은 그 날 밤 사마상여의 고향인 쓰촨성(四川省)으로 야반도주를 해 버렸다. 찢어지게 가난하여 얼마 뒤에 돌아와 술집을 열어서 생활했다.

 

재벌인 아버지가 이를 부끄럽게 여겨 재물을 나눠주면서 살림이 펴졌다.

탁문군도 거문고 연주와 시를 잘 지은 여류 문인이었다. 그래서 사마상여의 연주를 듣고 반해버렸던 것이다.

 

이 스토리가 이 시의 밑바탕에 깔려있다. 사마상여가 소유한 유명한 거문고의 이름이 녹기(綠綺)였다.

봄날이 되어 꽃이 피고 봄바람이 불어오는 철이 되어, 그리운 님을 애타게 기다린다.

그리움을 달래려고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불러보지만 야속한 님은 소식조차 없다.

 

여기에서 님은 한양으로 떠난 유희경을 말한다. 절절한 러브 스토리를 담담하게 노래한 시이다.

이매창「李梅窓,1573년(선조 6)~1610년(광해군 2)」은 조선 선조 6년에 태어나 광해군 2년에 3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전라북도 부안군의 아전 이탕종(李湯從)과 관비(官婢)의 서녀로 태어났기에 기생이 되었다.

고교 국어 책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라.

 

이 시조를 지은 사람이 이매창(李梅窓)이란 기생이다.

조선시대 기생으로는 황진이(黃眞伊)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사람으로 詩를 짓는 재주가 뛰어났다.

계유년(선조 6년)에 태어났다고 해서 계생(癸生), 계랑(癸娘)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스스로 붙인 호가 매창이다.

 

본명은 桂生(계생), 扶安(부안)의 명기로 한시를 잘 지어 58수가 전한다.

그녀는 가무와 시문과 거문고에 뛰어나 당대의 문사인 유희경(劉希慶),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許筠), 후에 인조반정의 일등공신 이귀(李貴) 등과 깊은 친분을 맺고 지냈다. 허균의 문집에는 매창이 이귀의 정인이라, 처소에는 소문을 잠재우려 매창의 조카를 수청 들게 했다고 적혀있다.

 

그녀가 지은 시들은 여성적 정서가 잘 표현됐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녀가 평생 사랑한 님은 스물여덟 살이나 연상인데다가 천민 출신인 촌은(村隱) 유희경「劉希慶, 1545년(인종 1)~1636년(인조 14)」쟁쟁한 당대 최고 양반들의 사랑을 받으며 명성이 높았던 매창이 유희경에게 강하게 끌렸던 것은 같은 천민 출신이고, 시에 능했기에 서로가 시로 대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허균과 깊은 친교를 나누었다고 허균의 문집에 적혀있다.

허균은 매창의 요절(夭折)을 아주 안타깝게 생각했다.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서외리 567에 ‘매창공원’ 이 있다.

 

 

↑새로 창작된 이매창 영정

 

2017년 4월 3일 전북 부안군은 부안문화원과 함께 2016년부터 이매창선양사업의 일환으로 매창영정제작사업을 추진했다며 제작이 완료된 매창영정의 제작발표회가 군청에서 열렸다.  미술사학 박사인 김호석 화백이 천연 안료를 사용해 제작한 이매창의 영정이다. 2017.04. 03. (사진 = 부안군 제공) 매창 영정

 

 

↑매창집, 미국 하바드대학교 엔칭연구소 소장.

 

↑이매창 묘(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매창로 89/지번: 서외리 566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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