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 문화]
2020.03.17(화)
“이재정의 내 인생의 책”②전환시대의 논리 – 리영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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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힘
리영희 선생은 언론인,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로 쫓겨난 ‘해직 언론인’이다.
월남전쟁의 비밀문서가 밝혀지면서 미국의 추악한 역사 실체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앞장섰고 가장 선두에서 투쟁한 ‘언론의 대부’였다.
그의 평론집 <전환시대의 논리>는 당시 지식인들에게 어둠속 동굴 입구를 비추는 것과 같은 지성의 빛이었다. 처음 독자들에게 던져준 것은 사회적 충격이었다.
박정희 군사 쿠데타 이후 1972년 제2의 친위 쿠데타와 같았던 긴급조치 시대에, 헌법도 법률도 효력이 정지되고 오직 군부에 의해 모든 시민의 기본권과 인권이 송두리째 무너졌던 그 시기에, 이 책은 월남전 진실이 무엇이었는가,
미국이 내세우는 국익이란 결국 지배자 통치 논리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여기에서 언론의 책임은 과연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그것은 역사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리영희 선생은 미국과 다른 관점에서 중국을 파헤쳤다. 결국 한 사람의 영웅도, 대륙을 지배하는 권력도, 국가의 힘인 군대도, 그리고 정치체제나 사회이념도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민중의 힘이 더 큰 호소력을 갖는다고 말한다.
진실을 왜곡시켰던 미국의 뒷면이나 거대한 대륙을 지배하던 영웅시대도 모두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에서 리영희 선생은 1970년대에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을 밝히고 있었다.
우리는 그 당시 남미 구스타보 구티에레스의 ‘해방신학’,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서남동 교수나 안병무 교수, 그리고 문동환 교수 등이 주장했던 ‘민중신학’에서 민중의 가치와 민중의 힘을 인식하게 됐다.
정의와 평화는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인식이 역사를 바로 볼 때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은 오늘도 존중해야 할 가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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