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와 이인엽(晦窩 李寅燁, 1656~1710) 선생이 금강산(金剛山)을 유람하는 길에 건봉사(乾鳳寺,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냉천리 36번지)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시를 남겼다.
그는 36세 되던 해(1691년) 가을에 건봉사를 거쳐 금강산을 유람하고 12월에 전라도 암행어사를 제수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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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건봉사(宿乾鳳寺) - 건봉사에 묵어며
야숙백운사(夜宿白雲寺)/잠 든 산사엔 흰 구름 떠 있고
한종시자면(寒鍾時自鳴)/차가운 종소리 때 되어 절로 우네.
전임유간고(殿臨幽澗古)/전각에 임한 옛 골짜기 그윽하고
월도상방명(月到上方明)/달은 높이 떠올라 밝구나.
산취의삼윤(山翠衣衫潤)/적삼에 젖어드는 푸른 산
풍천침점청(風泉枕簟淸)/대자리에 누워 바람 소리 물소리 듣네.
고등급불매(孤燈伋不寐)/외로운 등불에 잠들지 못하는데
만예청추성(萬壑聽秋聲)/계곡 가득 가을소리 들리네.
이인엽의 문집《회와시고(晦窩詩稿)》에 실린 이 詩에서 가을밤의 고즈넉한 건봉사 풍경과 그 속에서 세간의 덧없음을 느끼는 선비의 심정이 읊어져 있다. 산사는 그 풍경 안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수행이 되어버리는 그런 곳인가 보다.
시평 : 임연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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