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차 경주이씨 대학생 선조유적지 순례기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명문 후손임을 느끼며
글쓴이 : 이진우 부산대학교 심리학과 1학년
저마다 세상을 작은 한손에 넣어 다니는 스마트폰 시대의 사회 초년생에게 “가문”이라는 타이틀은 무겁고도 멀다.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사라져 가고 개인주의가 너무나 당연한 사회이념이 된 지금, 같은 뿌리 속에서 나왔다는 말이 사실 그다지 마음깊이 와 닫지 않았다.
나는 나고 너는 너인 이곳에서 서로간의 유대는 이해관계의 합일뿐 더 이상 지연과 학연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난 삼일은 그래서 더욱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중심을 잡아준 중요한 시간이었다. 비단 우리가 ‘경주이씨’ 이기 때문에 훌륭하다는 말 안에는 분명한 어패가 있다.
확실히 ‘가문’과 어울리는 시대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조상을 잊지 않는 얼이 있다면, 이는 분명한 우리 안에 뿌리와 유대가 되어 얽혀나갈 것임을 깨닫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같은 조상 밑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기에 그에 따라 당연히 그분들과 같은 자격과 지위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과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그분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더욱 정진해 나아가야 함을 분명히 해두어야겠다.
위인으로 익히 알고 있던 이항복선생이 이제는 휘 항복으로 불러야 하는 내 조상이 되고, 이병철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쩌면 친척 아저씨였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보다, 헤이그특사 3인중 한분이었던 이상설선생이 나와 같은 뿌리를 공유하였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역사 공부를 끔직이도 싫어했지만 근현대사 시간만큼은 예외였는데, 역사책에 들어있지만 아직도 우리생활 곳곳에 숨어계신 그분들의 정신에 감사 함을 느끼기에 더 쉬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근현대사 시간에는 언제나 분하고 답답하다.
이봉창열사나 안중근의사처럼 목표한 바를 이루고 돌아가신 분 보다, 그 소임을 완수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신 분들이 마음 깊이 남아 있었는데, 그분들 중 한분이 이상설선생이었다. 나라를 빼앗긴 억울함과 되찾지 못했다는 원통함이 이번 숭렬사 방문으로 더 실감나게 느껴져 마음이 무거웠다.
국권회복이라는 비장한 결심을 가질 때의 그시기에 만약에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행동으로 나타냈을지 여러번 생각해 봤다. 그때마다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일제에 투항하고 지위확보에 급급했을 것이 자명해 보였다.
좀비영화에서 목숨 연장을 위해 힘들게 투쟁하는 것보다 차라리 좀비가 되어 편하게 되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혼자가 아니고 지켜야할 사람이 있으며 나를 믿어주는 내 곁에 있다면, 그리고 앞서간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피눈물 흘리며 맞서 싸우신 사실을 알았으니 어쩌면 나도 용기 내어 힘써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라를 잃어 나라를 울고,
집을 떠나 집을 울고,
이제 몸둘 곳조차 잃어 몸을 우노라.”며 흐느끼셨을 휘 상설선생의 마음에서 나라 잃은 슬픔을 다시금 느꼈고, 그렇기에 더욱 앞서 간 분들의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함을 느꼈다.
비록
‘나는 광복을 이루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니
어찌 고혼인들 조국에 돌아갈수 있으랴!
내 몸과 유품은 모두 불태우고
그 재마저 바다에 날린 후 제사도 지내지 말라.’
하셨지만 기념관을 차리고 생가를 보존하면서 까지 그 감사함을 후세에 전해야 함은 이 때문인 것이다.
조상을 숭배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행위며, 고리타분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몹시 부끄러워졌다.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모습들로, 다른 일들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확인하면서, 옛 분들의 훌륭하신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앞을 향하는 것이 이 미로처럼 얽혀 어지러운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고 살아갈 방법이며, 혹시나 다시 올지도 모르는 혼란의 시대에서 건져 올릴 영웅이 탄생하게 되는 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명맥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자 하는 어른들의 생각을 이제는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잊어서는 안 되며 잊혀서는 안 되는 우리들의 역사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반듯이 이어나가야 하는 것이다.<끝>
출처 : 경주이씨종보 제274호 제5면(2014. 08. 25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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