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칼 럼

[이정구칼럼] 두 교육감

야촌(1) 2014. 6. 18. 23:42

경기신문 >오피니언 > 칼럼 ㅣ 경기신문  |  webmaster@kgnews.co.kr

 

[이정구칼럼]두 교육감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서울 끝자락에 위치한 성공회대학교는 박사과정까지 설치된 종합대학의 규모로서는 전국에서 몇 번째로 작은 대학이다.

이 작은 대학이 진보와 비판,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미지로 자리한 것은 종합대학 역사 20년 동안 학내 교수들의 학문적 기풍과 사회참여로 인해 얻어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진보·중도·보수로 구분할 수 있을까? 그동안 필자도 인터뷰할 때는 언제나 성공회대학교가 진보대학임을 역설하고는 했다.

그것은 진보가 좋고 나쁨, 혹은 자랑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특질과 성향을 의미한 것이다. 모든 대학의 성향이 진보일 필요는 없다. 또 진보를 지향한다고 해서 교내 구성원들의 학문적, 정치적 성향이 비판적 진보가 아니라면 대학 자체가 진보대학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진보’보다는 ‘열린 다양성의 대학’임을 강조하려고 한다.

 
성공회대학교 총장

 

학문은 진보이어야 하며 실천성이 있을 때 그 학문의 가치는 사회에 더 영향력이 있다. 성공회대학교는 ‘진보’ 이전에 진보를 배양할 수 있는 ‘열림’을 기초로 설립한 대학이다. 엄밀히 말하면 다양성이 공존하는 ‘열린 대학’이라는 의미이다.

 

특정교단이 설립한 종립대학이지만 새 구성원을 받을 때는 이들의 신앙과 정치적 성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종립대학으로서 최소한 제공하고 있는 소위 예배의 참여조차 강제성이 없다. 단, 학생들에게 설립이념가치교육을 위해 4학기 채플을 요구하고 있으나 그 내용과 형식도 매우 다양하다.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의 구성원과 보수 성향의 구성원이 서로 나무라지 않으며 각자의 특질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다양성’의 특질을 이 대학은 갖고 있다. 그러나 대학을 운영하는 총장을 포함한 집행부는 이러한 다양한 특질들로 인해 운영에 다소 느림과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다양성과 민주’ 대학으로서 여러 소리를 들으며 수용하지 못할 내용들은 구성원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렇게 20년을 성장해 오는 동안 정부의 평가지침에 의해 ‘정부지원제한대학’에도 걸렸고, 정부의 이러한 평가방식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떠나 대학은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조치 중에서 가장 먼저 투입되어야 하는 것이 ‘돈’이다. 다양성 안에서 특히 진보의 이미지가 강한 성공회대학교를 후원해 주는 기업은 퍽 드물다. 그래서 이 어려움을 극복할 학내 구성원들의 노력과 외부의 재정적 도움이 절실한 때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애통해 할 때 선거가 있었고, 성공회대학교 구성원 두 분이 서울시와 경기도 교육감에 나란히 당선되었다. 이것은 분명히 진보 대학으로서의 결실이기도 하며 이로 인해 성공회대학교는 진보대학으로서의 이미지가 더 단단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이미지를 불쾌해하는 정치적 성향의 시민들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대학의 특질도 다양해야만 한다. 다양한 대학들의 다양한 교육적 특성들이 만나서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성공회대학교에서 일시에 두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탄생했다고 특별히 호들갑스럽게 홍보하거나 자랑하지 않는다. 교내 구성원들은 성공회대학교 다양성의 한 결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위 ‘개혁과 진보’성향의 두 교육감이 향후 서울과 경기도 교육에 미칠 파장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 영향은 전국 유치원, 초중고 교육은 물론 대학교육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다. 이 두 교육감이 그동안 성공회대학교에서 교육을 하면서 가르친 가치토대는 ‘열림, 나눔, 섬김’과 ‘민주, 평화, 생명, 인권과 평화’였다. 이러한 교육철학이 앞으로 두 교육감이 교육정책을 펼칠 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이념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지 모르나 오늘 한국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가치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정신을 펼쳐 나갈 때 많은 장애가 있겠지만 이것이 올곧은 교육철학이라면 그렇게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민들이 선출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진보와 보수로 나누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