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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칼럼]두 교육감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서울 끝자락에 위치한 성공회대학교는 박사과정까지 설치된 종합대학의 규모로서는 전국에서 몇 번째로 작은 대학이다. 이 작은 대학이 진보와 비판,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미지로 자리한 것은 종합대학 역사 20년 동안 학내 교수들의 학문적 기풍과 사회참여로 인해 얻어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진보·중도·보수로 구분할 수 있을까? 그동안 필자도 인터뷰할 때는 언제나 성공회대학교가 진보대학임을 역설하고는 했다. 그것은 진보가 좋고 나쁨, 혹은 자랑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특질과 성향을 의미한 것이다. 모든 대학의 성향이 진보일 필요는 없다. 또 진보를 지향한다고 해서 교내 구성원들의 학문적, 정치적 성향이 비판적 진보가 아니라면 대학 자체가 진보대학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진보’보다는 ‘열린 다양성의 대학’임을 강조하려고 한다. |
성공회대학교 총장 |
학문은 진보이어야 하며 실천성이 있을 때 그 학문의 가치는 사회에 더 영향력이 있다. 성공회대학교는 ‘진보’ 이전에 진보를 배양할 수 있는 ‘열림’을 기초로 설립한 대학이다. 엄밀히 말하면 다양성이 공존하는 ‘열린 대학’이라는 의미이다.
특정교단이 설립한 종립대학이지만 새 구성원을 받을 때는 이들의 신앙과 정치적 성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종립대학으로서 최소한 제공하고 있는 소위 예배의 참여조차 강제성이 없다. 단, 학생들에게 설립이념가치교육을 위해 4학기 채플을 요구하고 있으나 그 내용과 형식도 매우 다양하다.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의 구성원과 보수 성향의 구성원이 서로 나무라지 않으며 각자의 특질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다양성’의 특질을 이 대학은 갖고 있다. 그러나 대학을 운영하는 총장을 포함한 집행부는 이러한 다양한 특질들로 인해 운영에 다소 느림과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다양성과 민주’ 대학으로서 여러 소리를 들으며 수용하지 못할 내용들은 구성원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렇게 20년을 성장해 오는 동안 정부의 평가지침에 의해 ‘정부지원제한대학’에도 걸렸고, 정부의 이러한 평가방식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떠나 대학은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조치 중에서 가장 먼저 투입되어야 하는 것이 ‘돈’이다. 다양성 안에서 특히 진보의 이미지가 강한 성공회대학교를 후원해 주는 기업은 퍽 드물다. 그래서 이 어려움을 극복할 학내 구성원들의 노력과 외부의 재정적 도움이 절실한 때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애통해 할 때 선거가 있었고, 성공회대학교 구성원 두 분이 서울시와 경기도 교육감에 나란히 당선되었다. 이것은 분명히 진보 대학으로서의 결실이기도 하며 이로 인해 성공회대학교는 진보대학으로서의 이미지가 더 단단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이미지를 불쾌해하는 정치적 성향의 시민들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대학의 특질도 다양해야만 한다. 다양한 대학들의 다양한 교육적 특성들이 만나서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성공회대학교에서 일시에 두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탄생했다고 특별히 호들갑스럽게 홍보하거나 자랑하지 않는다. 교내 구성원들은 성공회대학교 다양성의 한 결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위 ‘개혁과 진보’성향의 두 교육감이 향후 서울과 경기도 교육에 미칠 파장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 영향은 전국 유치원, 초중고 교육은 물론 대학교육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다. 이 두 교육감이 그동안 성공회대학교에서 교육을 하면서 가르친 가치토대는 ‘열림, 나눔, 섬김’과 ‘민주, 평화, 생명, 인권과 평화’였다. 이러한 교육철학이 앞으로 두 교육감이 교육정책을 펼칠 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이념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지 모르나 오늘 한국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가치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정신을 펼쳐 나갈 때 많은 장애가 있겠지만 이것이 올곧은 교육철학이라면 그렇게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민들이 선출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진보와 보수로 나누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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