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고사성어

명성을 좋아하는 자

야촌(1) 2014. 2. 16. 19:06

■ 명성을 좋아하는 자

 

명성을 좋아하는 자는 행실은 비루하되 스스로는 높은 체하고,

실질적인 데 힘쓰는 자는 행실은 고결한데 스스로는 낮은 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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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好名者, 行卑而自處高ㅣ 務實者, 行高而自處卑.

호명자, 행비이자처고 ㅣ무실자, 행고이자처비.

 

자료 : 유건휴[柳健休, 1768~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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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大埜) 유건휴(柳健休)의 자는 자강(子强)이고, 본관은 전주(全州)입니다. 조선 정조 때의 학자인 동암(東巖) 유장원(柳長源)의 문인으로, 성리학에 심취하여 많은 저술을 남겼다고 합니다.

 

유건휴의 문집인 『대야집』에 수록된 「암재어록」은 유건휴가 스승인 유장원 선생에게 나아가 가르침을 받으면서 보고 들었던, 일상의 몸가짐에서부터 공부의 방법, 경서나 성리학의 이론, 시사(時事)에 이르기까지 온갖 가르침을 정리한 것인데, 위의 구절이 들어 있는 일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별검(別檢)인 족숙(族叔)이 연경으로 가려 할 때 암재 선생을 찾아가서 가르침을 청하였다.

선생이 말씀하시기를,

“명성을 좋아하는 자는 행실은 비루하되 스스로는 높은 체하고, 실질적인 데 힘쓰는 자는 행실은 고결한데 스스로는 낮은 체한다. 자신을 스스로 높다고 깃발을 흔드는 자는 실상이 부합하지 못하여 그 명성을 망치고, 낮게 자처하여 자신을 수양하는 자는 실상이 드러나지 않음이 없어서 명성이 더욱더 드러난다.”

하였다.

 

보통 어디 먼 길을 떠날 때 한 말씀 가르침을 청하면 덕담이나 축원을 하시는 게 일반적입니다만, 지금 선생은 경계의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이걸 보면 혹시 족숙이란 분이 평소 자신을 실제보다 과시하거나 드러내려는 경향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자기 자랑하는 사람 치고 제대로 된 사람 없으니 늘 겸손할 것을 생각하라.’는 경계의 말씀인 셈입니다.

‘복숭아꽃 오얏꽃은 말이 없으나 그 아래 자연히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말이 있습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그걸 드러내려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남들이 그 능력을 알아보고 추앙하는 법입니다.

 

아무리 요즘이 자기 PR 시대라고는 하지만, ‘겸손’이라는 최후의 덕목마저 외면한 채, 실력도 실속도 없으면서 자기 잘났다고 고개를 휘두르는 짓이야 어찌 차마 할 수 있겠습니까?

 

글쓴이 :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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