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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크리스마스 메세지 - 이재정

야촌(1) 2013. 12. 26. 20:07

2013 크리스마스 메시지

더불어한교회/이재정

 

“하늘에 영광, 땅에는 평화”

크리스마스 때마다 우리가 노래하는 영광의 찬송의 첫 대목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 태어나시던 그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늘에 비극, 땅에는 절망”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2천여 년 전 시골구석이었던 베들레헴에서도 가장 낮고 천한 마구간에서 “새 빛”이 태어났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사람이 태어날 수 없는 곳으로 내몰린 한 여인이 몸을 풀었을 때 어둠을 뚫고 새로 비추이는 별빛을 따라 찾아 온 동방박사들이 새 아기 탄생을 이 세상에 알렸습니다.

 

성서를 기록한 사람들은 이 역사적인 사건을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이 상황을 잘 생각해 봅시다. 새로운 평화의 질서로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류를 축복하신 하느님마저도 세상의 권력에 의하여 유린당하고 있었습니다.

 

죽임을 무릅쓰고 정의를 외치며 불의에 맞서 싸우던 예언자들이 정당하지 못한 폭력을 휘두르는 왕권에 의하여 온갖 핍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어둠뿐이었습니다. 어디에도 빛이 없었습니다. 생명이 사라진 죽음의 세계였습니다. 그 때 그 곳에서 그렇게 새로운 희망, 새로운 축복,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인류 역사가 그러했습니다, 그때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하였습니다. “너 어디 있느냐?”(창3:9) 역사에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갖은 핑계를 대고 자신만이라도 살겠다고 숨었습니다.

 

자기가 살겠다고 남을 쳐 죽이고도 태연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자연들이 정당하지 못한 독재자들의 독선과 폭력아래, 개발 독점자들의 욕심과 불의아래, 거짓 학자들의 위선과 기만 아래 죽임을 당하고 유린을 당하고 파괴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세상을 지배하는 폭력과 불의와 위선 밑에 숨어서 오직 자신만 살고자 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룩 1:30) 이 말씀이 우리에게 새로운 용기를 주셨습니다.

아무리 악한 세력이 세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려 해도 “이새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나오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 나오는” 그런 놀라운 역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오늘 아홉째 말씀처럼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요 1:5)

그래서 이제 “그 빛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었습니다.”(요1:9)

 

그런데 우리 주변은 더욱 어둠이 폭력이 독점과 독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진실이 유린되고 정의가 무너지고 평화가 파괴되고 있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독재자는 귀를 막고 자기 이야기만 소리치며 독을 품고 독기를 거세게 내뿜고 있습니다. 그 독기 속에서 국민은 무너지고 짓밟히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전교조도, 강정마을도, 쌍용차 노동자들도, 밀양의 노인들도, 철도노조 사람들도, 종교계 지도자들의 외침도 모두 무시하고 대통령이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당선 일 년도 안 되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소리가 나오자, 이제는 더욱 폭력으로 국민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민주노총 본부를 유린하지 않습니까.

 

책임을 묻는 국회의원을 징계하려하지 않습니까. 전임 대통령들이 이룩한 한반도 평화의 터전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서민들을 더욱 비극적인 절망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지 않습니까. 국정원이 이미 국정원이 아니고 검찰도 경찰도 정의를 지키는 국민의 보루가 아닙니다.

 

언론은 국민의 언론이기를 포기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아리랑이 금지곡이 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할 수 없는 세상,

“그리운 금강산”이 더 이상 아름다운 가곡으로 부를 수 없는 세상, 이제 무엇이 더 남았습니까.

 

어둠이 두려운 어둠이 너무 깊어지고 있습니다. 나라와 민족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한 청년의 말처럼 국민 모두가 “안녕하지 못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잘 가라 2013년아”라는 말이 더욱 절실하게 들립니다.

물러날 사람이 모두 물러나야 합니다. 헌법이 보장한대로 국민 앞에 서약한대로 권력을 국민을 위해 쓰지 않는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닙니다. 약속을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대통령은 물러날 수밖에 없는 헌정의 비극이 올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성탄절이 더욱 우리에게 소망이 되는 이유입니다.

우리 속에 아기 예수가 다시 빛으로 오셔야 합니다.

 

우리 자신도 아기 예수와 함께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빛으로 새로운 빛으로 어둠을 이길 수 있는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우리의 이 한 많은 죽음과 왜곡의 역사가 다시 생명의 역사로, 진실과 정의의 역사로 태어나야 합니다.

이제 우리 자신을 숨기지 맙시다.

 

우리 자신을 속이지 맙시다. 그리고 나섭시다. 진실을 외칩시다. 역사에 정치적으로 숨겨진 사실을 모두 밝혀냅시다.

그래서 진실이 이기는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 말씀이 성탄의 축복입니다.

 

아기 예수를 잉태한 마리아의 소망이 바로 우리의 소원이 되어야 합니다.

“주님은 전능하신 팔을 펼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를 흩으셨습니다.

 

권세 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며, 배고픈 사람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요한 사람은 빈손으로 돌려 보내셨습니다.” (룩 1:51~53)

 

이것은 마리아가 비극적인 권력의 종말을 예언한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이루어져야 할 희망의 세계를 절절하게 노래한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우리의 목청을 다해 외칩니다. 역사를 다시 살리고 나라를 다시 살리고 국민을 다시 살려내기 위하여 반드시 이것을 이룩하기 위하여 이렇게 다시 외칩니다.

 

“하늘에 영광, 땅에는 평화”

진리가 빛이 반드시 어둠과 악을 물리치고 이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