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시사 · 시론.

재난을 쇼처럼 보도 / 한국언론

야촌(1) 2014. 4. 24. 23:14

ISSUE : 세월호 침몰 사고

 

"재난을 쇼처럼 보도" 언론도 원칙 없기는 마찬가지

 

홍수처럼 쏟아지는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를 보면서 현직 기자들이 강도 높게 스스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침몰한 여객선뿐 아니라 이를 보도한 언론부터 원칙이 없다"며 "재난보도에 대한 기본교육도 없이 알권리만 내세운 마구잡이·선정적 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월호 참사 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들은 사실보도부터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사고 첫날 전원 구조 오보는 매우 안타까운 것이다. 한 번 더 확인해보고 확인이 안되면, 확인되지는 않은 내용이라고 썼어야 했다"며 "(며칠 후) 정부의 선체 진입 발표도 의심스러웠다면 확인되지 않는다고 써야 했다"고 말했다. 

 

이중우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장은 "성수대교 붕괴 등 현장에 직접 있었지만 재난을 쇼처럼 보도하게 된다"며 "많은 사람에게 아픔을 줬다. 데스크는 경쟁사와 다른 그림을 계속 주문하고, 그러면 현장기자는 만들어서라도 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했다.

 

재난보도에 대한 기본인식조차 없이 취재·보도하는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이중우 회장은 "기자들이 자신이 마치 수사관인 양 과도하게 질문한다. 이는 자신을 현장의 전사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기삿거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존엄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인 이연 선문대 교수는 "재난보도는 피해자 중심이어야 하는데 한국 언론은 독자·시청자 중심이다. 독자에게 공분을 불러일으켜 카타르시스를 주려고 한다"며 "갈등만 부추길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당 오마이뉴스 부사장은 "재난 전문기자도 없다. CNN은 사고가 발생하면 재난 전문기자가 앵커를 맡고, NHK는 마지막까지 자극적인 영상을 내보내지 않는 등 냉정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기자교육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규연 논설위원은 "일본에서는 방송에서 배경음악을 막고, 최상급의 부사나 형용사도 쓰지 못하게 한다"며 "이런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분노만 터지고 구조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병국 연합뉴스 콘텐츠평가실장은 "우리는 취재를 현장에서 도제식으로 배운다. 기자윤리나 재난보도 준칙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며 "현장에서 쓰이지 못하는 준칙 말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을 인터뷰해서 세부적으로 만들고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한국사진기자협회장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주일 뒤에도 재난보도 토론회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토론 내용이 다른 게 없다"며 "당시 포토라인 준칙을 세웠지만 치열한 속보 경쟁과 무리한 취재 요구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과거보다 더욱 자극적인 취재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