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고전(古典)

약천 남구만 아들의 혼서(婚書)

야촌(1) 2013. 11. 9. 22:37

■ 가아(家兒)의 혼서(婚書)

 

을묘년(1675, 숙종1) 10월 ㅣ 남구만(南九萬)

 

자식이 아내를 얻기를 원하여 이미 만복의 근원을 정하였고, 아내를 맞이하여 종사(宗事)를 이어서 장차 두 성씨(姓氏) 간에 우호를 맺으려 합니다. 이에 몇 자 되는 폐백을 바쳐 공경히 함(函)에 글을 넣어 올립니다.

 

삼가 생각건대 존친가(尊親家)의 집사(執事)는 상국의 어진 후손이요, 유명한 고을의 어진 목사였습니다. 빈조(蘋藻)의 가르침이 이루어지니, 덕 있는 가문에 계녀(季女)의 공경스러움 소문났고, 금반(衿鞶)의 경계를 거듭하여 빈한한 가문에 맏며느리로 시집보낼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다행히 후사(後事)의 중함을 의탁하여 감히 선인(先人)의 의식을 밝힙니다.

 

첨친(忝親)의 아들 학명(鶴鳴)은 순수하고도 깊은 가르침이 부족하고, 시례(詩禮)의 학문을 모릅니다. 아름다운 혼인을 맺으니 바로 기러기 우는 아침이었고, 복을 받아 후손들이 번창할 것이니 곰의 꿈을 꾸는 점괘를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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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01]빈조(蘋藻) : 마름 따위의 수초(水草)로 선조의 제사를 경건히 지냄을 이르는바, 《시경(詩經)》〈소남(召南) 채빈(采蘋)〉에

“남간의 물가에서 빈을 캐고, 저 도랑에서 조를 채취해 오네.〔于以采蘋 南澗之濱 于以采藻 于彼行潦〕”

하였는데, 그 주(註)에 “제후의 부인이 빈조를 채취해서 성경(誠敬)을 다하여 제사를 받들므로 그 집안사람이 그 일을 서술하여 아름답게 여긴 것이다.” 하였다.

 

[주02]계녀(季女)의 공경스러움 : 계녀는 나이 어린 여인을 이르는 말로, 《시경》〈소남 채빈〉에 “이에 제수를 종실의 창문 아래에 올리도다. 누가 이것을 주장하는가, 공경스러운 계녀로다.〔于以奠之 宗室牖下 誰其尸之 有齊季女〕”라고 하였다.

 

[주03]금반(衿鞶) : 금(衿)은 작은 띠이고, 반(鞶)은 작은 주머니로 세건(帨巾)을 담는 것인데, 딸을 시집보낼 때에 어머니가 작은 띠를 매 주고 수건을 매 주며 훈계하기를

“힘쓰고 공경하여 밤낮으로 집안일을 어기지 말라.〔勉之敬之 夙夜無違宮事〕”

하고, 서모(庶母)가 문 안에 이르러 작은 주머니를 매 주고 부모의 명령을 거듭하여 훈계하기를

“공경히 듣고 네 부모의 말씀을 높여 밤낮으로 잘못이 없게 하여, 이 작은 띠와 주머니를 보라.〔敬恭聽 宗爾父母之言 夙夜無愆 視諸衿鞶〕”

라고 한다. 《儀禮 士昏禮》

 

[주04]기러기 우는 아침 : 《시경》〈패풍(邶風) 포유고엽(匏有苦葉)〉에

“옹옹히 우는 기러기는, 해 떠올라 아침이 될 제 운다오. 남자가 만일 아내를 데려오려면, 얼음이 풀리기 전에 해야 한다오.〔雝雝鳴雁 旭日始旦 士如歸妻 迨冰未泮〕”

하였는바, 기러기는 추위를 두려워하여 가을엔 남쪽으로 내려오고 봄에는 북쪽으로 올라가므로, 아내를 데려오는 것은 얼음이 풀릴 때에 하고 납채(納采)와 청기(請期)는 얼음이 채 풀리지 않았을 때에 하는 것이다.

 

[주05]곰의……점괘 : 아들 낳을 꿈을 이른다. 《시경》〈소아(小雅) 사간(斯干)〉에 “태인이 꿈을 점치니, 곰과 큰 곰의 꿈은 아들을 낳을 상서요, 큰 뱀과 뱀의 꿈은 딸을 낳을 상서로다.〔大人占之 維熊維羆 男子之祥 維虺維蛇 女子之祥〕” 하였다.

 

[문헌자로] : 약천집 제28권 >잡저(雜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