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고전(古典)

전상호(殿上虎) - 학봉 김성일(鶴峰 金誠一)

야촌(1) 2012. 8. 19. 23:14

■ 전상호(殿上虎) - 학봉 김성일(鶴峰 金誠一)

 

1572년(宣祖 5년) 9월 이 때 선조는 스스로 성군(聖君)으로 자처하는 때였는데. 35세 학봉(鶴峯 金誠一)이 사간원(司諫院) 정언(正言-正六品)으로 경연석상(經筵席上)에서 임금과 다음과 같이 문답(問答) 했다.

 

선조 임금이 묻기를

“경(卿)들은 나를 전대(前代)의 제왕(帝王)에 견주어 보면 어느 제왕(帝王)에 비(比)할 수 있는가?”

하였다.

정언 정이주(正言 鄭以周)가 아뢰기를

“요순(堯舜)과 비교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선조의 기분이 좋은 것 같아 보였다.

 

이 때 학봉 김성일(鶴峯 金誠一)이 아뢰기를

“요순(堯舜)도 될 수 있고걸주(桀紂)와 같이도 될 수 있습니다”

했다.

『요순은 성군(聖君)의 대명사요, 걸주는 폭군(暴君)의 대명사다.』

 

이 말을 들은 선조는

“요순과 걸주는 같은 반열이라고 보는가?”

하고 물었다.

 

학봉이 아뢰기를

“잘 생각하면 성인이 되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친 사람이 되는 것이니(剋念作聖 罔念作狂), 상감께서는 천자(天資)가 고명(高明)하시니 요순처럼 되기가 어렵지 않으시나 다만 스스로 어질다 생각하였고 간언(諫言)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병이 있사오니, 이것이 걸주가 멸망한 까닭이 아니겠습니까.”

하였다.

 

선조는 얼굴빛을 바꾸고 고쳐 앉았으며 경연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벌벌 떨었는데, 옆에 앉아있던 병조좌랑(兵曹佐郞-正六品) 서애 유성룡(西厓 柳成龍)이 아뢰기를

“두 사람의 말이 옳습니다. 요순(堯舜)과 같다고 대답한 것은 임금을 인도하는 말이며, 걸주(桀紂)에 비유한 것은 경계하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니, 모두 주상(主上=임금)을 사랑하는 까닭에 아뢰는 말입니다.”

하였다.

 

임금의 노기가 비로소 풀리면서 술을 내리라고 하명하고 경연을 파하였다.

 

[宣祖修正實錄卷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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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호(殿上虎) : 임금에게 위엄이 있고 정중하게 직간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