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한시(漢詩)

용재 이종준(慵齋李宗準)선생 시 2편.

야촌(1) 2013. 3. 31. 01:26

■ 용제선생시2편(慵齋 先生詩二篇)

[작자]  용재 이종준慵齋李宗準
[번역]  청계 조면희淸溪趙冕熙
[출전]  용재선생유고慵齋先生遺稿>

<一>제침류정(題枕流亭)

고도명탄의구류, 풍림불개거년유.
古渡鳴灘依舊流, 豐林不改去年幽.

산개광막연봉호, 수포평전이조구.
山開廣漠聯蓬戶, 水鋪平田易釣鉤.

협로등연인식면, 관아당주고저두.
峽老登筵因識面, 官娥當酒故低頭.

사양면로혼무사, 사해창랑송객수.
斜陽眠鷺渾無事, 似解滄浪送客愁.

[해설]

침류정 정자를 시제로

옛 나루 우는 여울물 예와 같이 흐르는데
풍성한 숲은 지난해의 깊숙함 그대로일세.

산자락이 널리 열리며 초가집들에 이었고
물은 평탄한 들판에 펼쳐져 낚시에 알맞네.

산골짜기 노인은 낯이 익다고 아는 체하고
관청에 기생은 짐짓 머리숙여 술을 따르네.

석양에 잠자는 해오라긴 너무나 평온하여
강호에 노니는 나그네 근심 풀어줄 듯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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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 여권향지차계운영설(與權嚮之次季雲詠雪)。배율排律。

◇향지 수헌자. 계운 탕영자嚮之。睡軒字。季雲。濯纓字。-


세모종위객, 천애임전봉.
歲暮從爲客。天涯任轉蓬。: (작자)

매화경락지, 류서소인풍.
梅花驚落地。柳絮笑引風。 : 睡軒

편편비회급, 사사완무공.
片片飛回急。斜斜緩舞工。 : 慵軒

중중성활화, 일일입시화.
重重成活畫。一一入詩胸。 : 睡軒

은봉면의죽, 옥룡와언송.
銀鳳眠欹竹。玉龍臥偃松。 : 慵軒

백구응실수, 호곡이사롱.
白鷗應失樹。皓鵠已辭籠。 : 睡軒

부호양왕객, 음염사씨동.
賦縞梁王客。吟鹽謝氏童 : 慵軒

승주청흥족, 옹마적심충.
乘舟淸興足。擁馬謫心忡 : 睡軒

패리존동곽, 음견수양
敗履存東郭。吟肩秀兩峯 : 慵軒

폐문각고사, 영척점삼농.
閉門覺高士。盈尺占三農  : 睡軒

경우한정발, 요대망안몽.
瓊宇閑情發。瑤臺望眼矇 : 慵軒

선종피창득, 절위설전웅.
仙從披氅得。節爲齧氈雄 : 睡軒

조화원무정, 취허만불동.
造化元無定。吹噓萬不同 : 慵軒

서공수돌돌, 호주락융융.
書空愁咄咄。呼酒樂融融 : 睡軒

영설조양필, 무단부송궁.
詠雪潮陽筆。無端賦送窮 : 慵軒

[문장] : 오언고풍시五言古風詩. 압운 : 상평성 1. 동東운.
[해설] : 친구인 수헌 권향지와 함께 계운 김일손이 지은 ‘영설’이란 시에 차운함. 배율.
◇향지는 호(號) 수헌의 자(字), 계운은 호 탁영의 자-

저물어가는 한 해에 나그네 되어
저 하늘가에서 이리저리 떠다니네. : 용헌

매화 꽃 놀라 땅에 떨어지듯 하고
버들 솜 바람 따라 흩날리듯 하네. : 수헌

조각조각 빙빙돌며 날아서 내리고
공중에서 비스듬히 춤추기도 하네. : 용헌

겹겹이 쌓이니 살아 있는 그림되어
낱낱이 시짓는 마음에 들기도 하네. : 수헌

대나무엔 은빛 새, 앉아 자는 듯하고
소나무엔 옥으로 된 용, 누운 듯하네. : 용헌

흰 갈매기 깃들 곳 잃어 헤매듯하고
흰 고니들 새장 밖으로 나온 듯하네. : 수헌

양나라 완적은 흰 비단에 비유했고
사안의 조카는 소금에 비유 하였지. : 용헌

배에 올라타니 순수한 흥취 족했고,
말고삐 잡자 귀양가는 마음 애닲네. : 수헌

해진 신발 걱정은 동곽에 버려두고
시 읊는 어껜 산봉우리처럼 솟았네. : 용헌

눈 속에 문 닫으니 높은 선비 된 듯
세전에 한 자 쌓이니 풍년을 알리네. : 수헌

옥 같은 세상엔 한가한 정 생기니,
신선 사는 누대인가 몽롱이 보이네. : 용헌

신선세계는 흰 새의 깃털을 입었고
소무는 깃발을 씹어 고난을 이겼지. : 수헌

세상의 조화는 원래 일정치 않으나
변화는 수만 가지로 달리 나타나네. : 용헌

허공에 대고 불평과 근심을 쓰다가,
술을 불러 마시니 즐거움이 더하네. : 수헌

조양태수 한유처럼 눈을 읊조리지만
군색함을 쫓는 송궁문은 짓지 않네. : 용헌

[낱말]

1. 김일손「金馹孫 : 1464(세조 10)∼1498(연산군 4)」. 조선 전기의 학자 · 문신. 본관은 김해(金海). 자는 계운

    (季雲), 호는 탁영(濯纓) 또는 소미산인(少微山人). 할아버지는 김극일(金克一)이고, 아버지는 집의(執義) 김

    맹(金孟)이며, 어머니는 이씨(李氏)이다.


2. 배율(排律) : 6련(聯) 각련(各聯)이 대구(對句)로 된 시의 종류를 지적하는 말.
    이글은 작자 용헌과 수헌 2명이 대화 하듯이 전개해 나간 대구가 잘 되었으므로 초심자들을 위하여 특별히 발췌

    했음.

3. 은봉銀鳳, 옥룡玉龍 : 원元나라 오징吳澄의 《입춘일우북방 부설시立春日寓北方賦雪詩》에 <풍죽파사은봉

    무, 운송언와 옥룡한(風竹婆娑銀鳳舞, 雲松偃蹇玉龍寒)>에서 따옴.

4. 음염사씨동(吟鹽謝氏童) : 중국 진晉나라 명족인 사씨(謝氏)의 집안이 모였을 마침 큰 눈이 내렸다. 태부 사안

    (太傅謝安)이 흥취가 일어나서 자질들을 바라보며 “백설분분하소사(白雪紛紛何所似)”하였더니 그 중 어린

    낭(謝朗)이 답하기를:‘공중에 소금을 뿌리는가 의심스럽다’“산염공중차가의(散鹽空中差可擬)”라 했다고 함.

5. 패리존동곽(敗履存東郭) : 동곽선생이 집이 가나하여 가죽신에 언덕만 있고 바닥이 없어졌으므로 눈위에 걸어

    가면 발바닥의 금이 찍혔다고 하는 고사.<사기 골계전(史記 滑稽傳)>에 나옴. 뒷날 당나라 이상은(李商隱)의

    시에 :「설중동곽리, 당상로래의(雪中東郭履,堂上老萊衣)」가 있음.

6. 취허(吹噓) :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큰일을 성취함을 비유함.

7. 서공(書空) : 괴이한 일을 표시하는 말임. 진晉 나라 은호殷浩가 벼슬길에서 쫓겨나자 입으로는 원망하는 말은

     못하고 다만 종일토록 공중을 향하여 ‘돌돌괴사 咄咄怪事’란 네 글자를 썼다고 함. <진서 본전晉書 本傳>에서

     나옴.

8. 설전齧氈 : 털자리 빨고 깃발에 묻힌 눈을 먹으며 배고픔을 달랬다는 한나라 사신 소무(蘇武)의 이야기는 적군에

    항복하지 않고 굳은 지조를 나타내는 대명사로 쓰임<한서 소무전(漢書·蘇武傳)>

9. 조양필(朝陽筆) : 당나라 한유(韓愈)가 조주태수(潮州太守)로 가 백성에게 괴로운 일을 물었더니, 악어가 사람

     을 해치는 일이라 했다. 그래서 돼지와 양을 계곡에 던지고 악어문(鰐魚文)을 지어 고했더니, 그날 저녁 폭풍과

     우레가 일면서 수일내에 물이 다 마르고 악어의 걱정이 없어졌다 한다. 《 당서 한유전(唐書 韓愈傳) 》

10. 송궁문(送窮文) : 한유가 일찍이 항상 자기를 괴롭히는 다섯 궁귀 즉 지궁(智窮), 학궁(學窮), 문궁(文窮), 명궁

      (命窮), 교궁(交窮)을 물리친다는 뜻으로 지었음.

[작자소개]
이종준 (李宗準, 1458년 추정 ~ 1499) : 본관 경주(慶州). 자 중균(仲鈞). 호 용재(慵齋) ·용헌(慵軒) ·부휴자(浮休子) ·상우당(尙友堂) ·태정일민(太庭逸民) ·장륙거사(藏六居士). 김종직(金宗直)의 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