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역사이야기

최명길과 김상헌

야촌(1) 2013. 2. 2. 14:59

■ 주화파(主和派) 최명길과 주전파(主戰派) 김상헌  

 

우리의 역사에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인물로....조선 건국 당시의 정도전과 이방원....단종 폐위와 관련하여 사육신 성삼문과 신숙주. 그리고 병자호란 당시의 김상헌과 최명길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충절과 변절 (忠節과變節)의 대비(對比)로 설명되거나, 개인의 가치관 또는 처세(處世)로 구별하고 있지만,  그 뿌리는 유교의 다른 가르침에 있슴을 알게 된다.

 

유교가 발생한 중국에서....유교는 크게 두개의 흐름으로 나뉘어 서로 발전한다.  

하나는 원리(原理)를 중시하는 성리학(性理學)과 보다 실질(實質)을 중시하는 양명학(陽命學)이 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철저한 유교 원리주의가, 또 그만큼 배타적인 성리학만이 발전하게 된다. 

이는 우리의 국민성과도 관련되어 이해되고 있지만....하여튼 지금도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불사이군(不事二君).... 큰 나라를 모시는 사대주의(事大主義)...그리고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중히 여기는 여러 사회 현상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리하여 아버지 이성계를 몰아 내고 왕위를 차지한 이방원(태종).....단종의 폐위를 찬성하고, 세조의 왕권 인수에 협조한  신숙주....그리고 오랑케에의 항복을 주장한 최명길 등은 변절자로서 역사적 오명을 지금도 벗지 못 하고 있다 ........

 

우리에게는 이런 식의  변절의 역사가 너무 많이 얘기되어, 우리 스스로 자조감(自嘲感)을 갖고 있기도 하다.

소설 남한산성의 주인공은  임금 仁祖..주화파 崔鳴吉..주전파 金尙憲...그리고  임진왜란 끝난지 40년만에  또 다시 병자호란을 맞아  갖은 고초를 겪어 내야 했던  죄 없는 백성 민초(民草)들 일 것이다.

 

 여기서는 최명길과 김상헌의 생각과 행적을 더듬어 보고, 남한산성이 현대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정리하고 싶다. 

김상헌의 묘소...경기도 구리시 덕소에 있다.  김상헌은 최명길이  작성한 항복문서를 찢으며 자살을 기도한다. 

자결에 실패한 그를 조정은 감시한다. 

 

항복 후, 청나라가 그의 인질을 요구할 것으로 미리 감안하여....드디어 병자호란이 끝나고 4년 후 그는 청나라 수도인 심양으로 끌려 간다.  끌려 가면서 그는 시조를 남긴다.  

"가노라 삼각산(三角山)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 산천을 떠나려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그는 심양에서도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절개를 지켜 청나라 관리의 존경을 받는다.

 주전파(主戰派) 김상헌은 대의(大義)를 중시하는 성리학.... 주화파(主和派) 최명길은 실질을 중시하는 양명학....여기서 그들의 차이가 비롯된다. 그러나 길은 한 곳이었지만 다만 가는 길이 다를 뿐, 만나는 곳은 하나이었다. 

 

김상헌과 최명길은 모두 서인(西人)으로 광해군 때부터 벼슬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의 학문적, 정치적 성향은 이 때부터 차이가 있어, 최명길은 현실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김상헌은 명분과 의리라는 성리학의 원칙에 충실하였다.  광해군을 폐위시키는 인조반정 (仁祖反正)에서도   최명길은 적극 참여하여 功臣이 되었으나, 義理를 중시한 김상헌은 가담하지 않았다. 

 

병자호란이라는 국가 위기를 당하여도 두 사람은 의견을 달리 한다. 

김상헌은 명(明)나라에 대한 명분과 의리를 지켜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랑케 淸나라에 항복하는 것이나, 그에 맞서 조선이 지는 것이나 조선이 망하는 것은 같다라는 논리이었다. 

明나라를 배신하고 청에 항복한다는 것은 삼강오륜을 다 무너뜨리는 것으로 본 것이다. 

 

최명길은 우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살아 남아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시각이다. 

그래서 그의 주장은 선화후전론(先和後戰論)이었다. 단순히 목숨을 유지하고자 하는 구차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종주국으로서의 明에 대한 의리를 잊지는 않는다.

 

누가 옳고 그른가의 평가는 일단 유보하자. 여기서 나의 불만은  왜? 의리와 명분의 대상이, 기준이  명(明)나라이어야 했는가? 이다.  이것도 유보하자. 그럴 수 밖에 없는 약소국이었으니까.... 

 

(노무현은 미국이니까 믿을 수 없다..라고 한다. 이명박은 미국이니까 믿을 수 있다..라고 한다.....현대판 병자호란....미국에 대한 김상헌과 최명길이라 비유하면 과장일까?)

 

약소국의 설움과 의존적 운명은 여전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승만과 김구의 대비는 어떨까 생각해 본다.  

병자호란과 같은 절대 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죽을지 언정, 굴복은 있을 수 없다"는 김상헌과

"굴복을 할지라도, 살아야만 한다"는 최명길....두사람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렸지만, 누가 옳았다고는 쉽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들의 주장이 개인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닌, 진정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의 발로이었슴은 분명하니까......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살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실천불가능한 정의(正義)인가?

실천 가능한 치욕(恥辱)인가? 

 

작가 김훈도 평가를  유보한다. 자기는 고통 받는 者의 편이라고...하며. 

나의 성향은 분명히 김상헌이나... 만약 최명길이 왕권(王權)이나 사직 (社稷)과 백성을 구분하여  주화론(主和論)을 주장하였다면,  나는 최명길의 손을 들어 주겠다. 백성은 영원하니까....

민초(民草)는  언젠가 다시 그 생명력을  스스로 복원시키니까..... 

 

작가 김훈(장편소설  남한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