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만사. 만장

백사선생에 대한 만사/상촌 신흠

야촌(1) 2010. 12. 7. 00:21

상촌 선생 집 제11권>시(詩)○오언배율(五言排律)

 

■ 백사 상공에 대한 만사[挽白沙相公] 2수

 

세상에 남 늦었다 말하지 말자 / 生世休言晩
내 오히려 이 공을 만나보았네 / 吾猶及此公


담박한 흉금 본디 시원하였고 / 冲襟元洒落
툭 트인 풍도 절로 깊고도 높아 / 曠度自深崇


만물 함께 사라져 몸 관계 없고 / 物化身何與
사람 죽어도 도는 무궁하다네 / 人亡道不窮


어쩌다 세상 온 건 꿈이었고요 / 倘來曾是幻
때마침 되돌아가 형적이 없네 / 適去任成空


강물은 흘러 흘러 끝이 없는데 / 江漢流無盡

기상에 적힌 공적 이미 풍성해 / 旂常績已豐

침문의 통곡 속에 마음 서글퍼 / 傷心寢門慟
머리 들어 서풍을 향해 그리네 / 矯首遡西風


지난해 평구에서 작별할 적에 / 去歲平丘別
땅바닥에 섶 깔고 함께 앉았지 / 班荊坐路岐


오년만의 만남에 서로 놀라며 / 相驚五年面
일만 겹의 생각이 한이 없었네 / 不盡萬重思


이러한 이치 장차 어디 물을꼬 / 此理將安問
덧없는 인생 끝내 이에 그쳤네 / 浮生竟止斯


생사 존망 조만이 있을 뿐이고 / 存亡惟早晩
악취 썩음 그 또한 신기함일레 /臭腐亦神奇


무덤속의 황천은 깜깜하고요 / 輪坎泉臺暝
명정은 하늘 높이 나부낀다네 / 丹旌劍壁危


드높고 분방한 곡 내 이미 감춰 / 峨洋吾已閟

다시는 거문고줄 뜯지 않을레 / 無復啓朱絲

 

이(二)

[01]기상 : 깃발의 이름임. 고대에 왕은 태상(太常)을 사용하고 제후는 기(旂)를 사용했는데, 생전의 공적을 기록하는 의식으로 썼다. 여기서는 역사서 등을 뜻함.


[02]침문 : 내실(內室)의 문. 당 나라 백거이(白居易)의 《長慶集 卷11 哭諸故人因寄元八》에 “어제도 침문에서 통곡을 하고 오늘도 침문에서 통곡하였네[昨日哭寢門 今日哭寢門].” 하였음.


[03]이러한 이치 : 사람이 죽는 소이연을 뜻함.


[04]악취----신기함일레 《莊子 知北遊》의 “아름답게 여기는 것은 신기함이고 싫어하는 것은 악취와 썩은 것인데, 악취와 썩은 것이 다시 신기한 것으로 변하고 신기한 것이 다시 악취와 썩은 것으로 변한다.”에서 나온 것으로, 자연의 이치로 볼 때 죽은 것이나 사는 것이 다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05]드높고---않을레 : 춘추시대 때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종자기(鍾子期)는 감상을 잘하여, 백아가 거문고를 타면서 생각이 높은 산에 있으면 종자기가 말하기를

“좋구나, 드높기가 태산 같구나.”

하고, 생각이 흐르는 물에 있으면 말하기를

“좋구나, 넘실넘실 분방하기가 하수(河水) 같구나.”

하였는데,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자기의 곡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하여 거문고를 다시는 타지 않았다 한다.

 

여기서는 상촌이 자기를 깊이 알아주던 이항복이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깊이 애도하는 뜻으로 쓴 것이다.

《列子 湯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