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재난고 제4권
■ 문정공(文正公) 권 국재(權菊齊)의 만사(挽詞)
익재 이제현(益齋 李齊賢)
청화한 관직 거쳐 상태에 이르니 / 揚歷淸華到上台
임금은 오로지 동량같이 여기네 / 君王獨倚棟樑材
시서는 집에 가득해도 번소 같은 첩이 없고 / 詩書滿屋無樊素
잠리가 많은 중에 노래 같은 자손이 있네 / 簪履盈門有老箂
천세의 학은 삼교의 달에 돌아갔고 / 千歲鶴歸三嶠月
구연의 용이 오경의 우뢰(雨雷)에 변했네 / 九淵龍化五更雷
재주 없어 높은 덕을 명할 수 없고 / 才疏未足銘淸德
옥경대 옛 생각에 눈물만 뿌리네 / 淚酒當年玉鏡臺
평생에 덕망과 지위를 겸전하였고 / 平生德爵已雙全
수명은 곽분양(郭汾陽)보다 일 년이 더하네 / 壽比汾陽更一年
좌망이지 질병은 아니라 여겼는데 / 將謂坐忘非示病
시해하여 도선할 줄 어이 알았으랴 / 豈知尸解卽逃禪
항아는 광한전에서 기다리는데 / 姮娥相待廣寒殿
거사만 도솔천으로 돌아갔구나 / 居士獨歸兜率天
다음날 동산의 화옥을 지나노라면 / 他日東山華屋過
구름 가에 나는 황학만 보게 되겠지 / 空瞻黃鶴白雲邊
-------------------------------------------------------------------------------------------------------------------------------------
[주01]권국재(權菊齋) : 국재는 권보(權溥)의 호.
[주01]상태(上台) : 삼정승(三政丞)을 하늘의 삼태성(三台星)에 비유하여 삼태라고 하는데 상태는 영상(領相)을
가리킨 말이다.《晉書 天文志》
[주02]번소(樊素) 같은 첩이 없고 : 번소는 백낙천(白樂天)의 첩(妾)으로 노래를 잘 하였다. 여기서는 그러한 첩을
두지 않았다는 뜻이다.《剪燈餘話 鸞鸞傳》
[주03]노래(老萊) : 춘추 시대(春秋時代) 때 사람인데 효자로 알려졌다.《史記 老子傳 正義》
[주04]천세(千歲)의 …… 돌아갔고 : 신선이 되어 갔다는 말이다. 정령위(丁令威)가 신선술(神仙術)을 익혀 학
(鶴)이 되어서 천 년 후에 고향에 왔다 간 고사에서 인용된 말.
[주05]구연(九淵)의 …… 변했네 : 하늘에 올라갔다는 뜻으로, 깊은 못의 용(龍)이 등천(登天)함을 뜻한다.
[주06]덕을 …… 없고 : 선생이 권국재(權菊齋)의 비명(碑銘)을 지었으므로 그의 덕을 다 표현하지 못했다는 뜻이
다.
[주07]옥경대(玉鏡臺) : 결혼을 뜻하는 말이다. 진(晉) 나라 온교(溫嶠)가 결혼할 때 옥경대로 예물을 삼았는데, 선
생은 권국재(權菊齋)의 사위이므로 그것에 비유한 것이다.《世說新語 假譎》
[주08]곽분양(郭汾陽) : 분양은 당(唐) 나라 곽자의(郭子儀)의 봉호(封號)인데 그의 수명은 85세였다. 《舊唐書
郭子儀傳》
[주09]좌망(坐忘) : 상대와 나에 대한 존재를 의식(意識)하지 않고 현실을 모두 잊는 경지에 도달함을 말한다.《莊
子 大宗師》
[주10]시해(尸解)하여 도선(逃禪) : 신선(神仙)이 되어 갔다는 말인데, 도가(道家)에서 신선술(神仙術)을 통하면
몸은 남겨두고 혼백이 따로 다니게 된다는 데서 온 말.《後漢書 方術 王和平傳》
[주11]광한전(廣寒殿) : 달 속에 있다는 궁전(宮殿) 이름.
[주12]도솔천(兜率天) : 도가(道家)의 태상노군(太上老君)이 거처한다는 곳.
[주13]동산(東山)의 화옥(華屋) : 동산은 진(晉) 나라 사안(謝安)이 은거(隱居)하던 곳인데 여기서는 권국재를 뜻
한다. 사안(謝安)이 죽은 뒤에 존경하던 양담(羊曇)이 그 집을 지나다가 조자건(曹子建)의 시에“살아서는
좋은 집[華屋]에 거처하더니 죽어서는 산으로 돌아간다"라는 글귀를 읊고 통곡한 고사.
'■ 보학 > 만사. 만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사와 만장이란? (0) | 2013.07.14 |
---|---|
挽鷄林府院君李公守一/오윤겸 (0) | 2011.01.23 |
백사선생에 대한 만사/상촌 신흠 (0) | 2010.12.07 |
멀리 있는 선산의 옥산(玉山) 이우(李瑀) 죽음을 애도하며 -최립 (0) | 2010.12.03 |
菊齋 權 文正公 挽詞(權溥)/益齋 李齊賢 撰 (0) | 2008.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