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만사. 만장

권국재(權菊齊)의 만사(挽詞) - 이제현

야촌(1) 2010. 12. 25. 19:39

익재난고 제4권

 

■ 문정공(文正公) 권 국재(權菊齊)의 만사(挽詞)

 

   익재 이제현(益齋 李齊賢)

 

청화한 관직 거쳐 상태에 이르니 / 揚歷淸華到上台

임금은 오로지 동량같이 여기네 / 君王獨倚棟樑材

시서는 집에 가득해도 번소 같은 첩이 없고 / 詩書滿屋無樊素

잠리가 많은 중에 노래 같은 자손이 있네 / 簪履盈門有老箂

천세의 학은 삼교의 달에 돌아갔고 / 千歲鶴歸三嶠月

구연의 용이 오경의 우뢰(雨雷)에 변했네 / 九淵龍化五更雷

재주 없어 높은 덕을 명할 수 없고 / 才疏未足銘淸德

옥경대 옛 생각에 눈물만 뿌리네 / 淚酒當年玉鏡臺

 

평생에 덕망과 지위를 겸전하였고 / 平生德爵已雙全

수명은 곽분양(郭汾陽)보다 일 년이 더하네 / 壽比汾陽更一年

좌망이지 질병은 아니라 여겼는데 / 將謂坐忘非示病

시해하여 도선할 줄 어이 알았으랴 / 豈知尸解卽逃禪

항아는 광한전에서 기다리는데 / 姮娥相待廣寒殿

거사만 도솔천으로 돌아갔구나 / 居士獨歸兜率天

다음날 동산의 화옥을 지나노라면 / 他日東山華屋過

구름 가에 나는 황학만 보게 되겠지 / 空瞻黃鶴白雲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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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01]권국재(權菊齋) : 국재는 권보(權溥)의 호.

[주01]상태(上台) : 삼정승(三政丞)을 하늘의 삼태성(三台星)에 비유하여 삼태라고 하는데 상태는 영상(領相)을

            가리킨 이다.《晉書 天文志》

[주02]번소(樊素) 같은 첩이 없고 : 번소는 백낙천(白樂天)의 첩(妾)으로 노래를 잘 하였다.  여기서는 그러한 첩

            두지 았다는 뜻이다.《剪燈餘話 鸞鸞傳》

[주03]노래(老萊) : 춘추 시대(春秋時代) 때 사람인데 효자로 알려졌다.《史記 老子傳 正義》

[주04]천세(千歲)의 …… 돌아갔고 : 신선이 되어 갔다는 말이다. 정령위(丁令威)가 신선술(神仙術)을 익혀

            (鶴)이 되어서 천 년 후에 고향에 왔다 간 고사에서 인용된 말.

[주05]구연(九淵)의 …… 변했네 : 하늘에 올라갔다는 뜻으로, 깊은 못의 용(龍)이 등천(登天)함을 뜻한다.

[주06]덕을 …… 없고 : 선생이 권국재(權菊齋)의 비명(碑銘)을 지었으므로 그의 덕을 다 표현하지 못했다는 뜻이

            다.

[주07]옥경대(玉鏡臺) : 결혼을 뜻하는 말이다. 진(晉) 나라 온교(溫嶠)가 결혼할 때 옥경대로 예물을 삼았는데,

            생은 국재(權菊齋)의 사위이므로 그것에 비유한 것이다.《世說新語 假譎》

[주08]곽분양(郭汾陽) : 분양은 당(唐) 나라 곽자의(郭子儀)의 봉호(封號)인데 그의 수명은 85세였다. 《舊唐書

            郭子儀傳》

[주09]좌망(坐忘) : 상대와 나에 대한 존재를 의식(意識)하지 않고 현실을 모두 잊는 경지에 도달함을 말한다.《莊

            子 大宗師》

[주10]시해(尸解)하여 도선(逃禪) : 신선(神仙)이 되어 갔다는 말인데, 도가(道家)에서 신선술(神仙術)을 통하면

            몸은 남겨두고 혼백이 따로 다니게 된다는 데서 온 말.《後漢書 方術 王和平傳》

[주11]광한전(廣寒殿) : 달 속에 있다는 궁전(宮殿) 이름.

[주12]도솔천(兜率天) : 도가(道家)의 태상노군(太上老君)이 거처한다는 곳.

[주13]동산(東山)의 화옥(華屋) : 동산은 진(晉) 나라 사안(謝安)이 은거(隱居)하던 곳인데 여기서는 권국재를 뜻

            한다. 안(謝安)이 죽은 뒤에 존경하던 양담(羊曇)이 그 집을 지나다가 조자건(曹子建)의 시에“살아서는

            좋은 집[華屋]거처하더니 죽어서는 산으로 돌아간다"라는 글귀를 읊고 통곡한 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