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제의례·제문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전, 어머니가 또 죽었을 때 그 복(服)에 관한 설

야촌(1) 2010. 10. 5. 00:25

■ 아버지가 죽어 장례를 치르기 전에

     어머니가 죽었을 때 그 복(服)에 관한 설.

 

글쓴이 : 이남규(李南珪)

[생졸년] 1855(철종6) ~ 1907(순종1)

 

조선말의 의사자로, 자는 원팔(元八), 호는 수당(修堂), 본은 한산(韓山)이다.

고종 19년 문과급제 후 궁내부특진관을 역임하였다. 유학자로 항일상소를 수차 올렸고, 일본 헌병에게 암살당하였다.

피화지(被禍地)에 아산군에서 비를 세웠으며, 건국공로훈장이 추서되었다. 묘는 대술면 방산리에 있다.

 

온양(溫陽)의 강태□(姜泰□)이, 아버지가 죽어 아직 장례를 치르기 전에 어머니의 상을 당하여, 정범약(鄭範若)을 통해 어머니에 대해 3년복을 입을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물어 왔으나, 창졸간이라 널리 상고하지 못하고 다만 상복편(喪服篇) 소(疏)의 ‘아버지가 죽은 지 3년 이내에 어머니가 죽으면 기년복을 입는다.’는 구절만 말해 주었다.

 

여기에 의한다면 아버지의 복을 벗은 뒤에 어머니가 죽어야만 비로소 3년복의 정분을 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예기》의 상복 소기편(喪服小記篇)에는,

 

“부모의 상이 함께 났을 경우, 먼저 어머니를 장사한 뒤에 우제(虞祭)와 부제(祔祭)를 지내지 않은 채 두었다가, 아버지를 장사하고 그 우제와 부제가 끝나기를 기다려서 어머니에 대해 우제와 부제를 지낸다.” 하였으며,《예기》의 잡기편(雜記篇)에는,

 

“아버지의 상을 당하여 상기가 끝나기 전에 어머니의 상을 당하였을 경우에는 아버지의 상을 벗을 때에 제상(除喪)의 복을 입고 대상(大祥)을 치른 다음, 다시 무거운 복인 어머니의 상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3년의 상이 겹쳤을 경우에는 뒤의 상에 대해 우제(虞祭)를 지내고 마질(麻絰)을 갈질(葛絰)로 바꾼 다음, 앞의 상에 대해 연제(練祭)나 상제(祥祭)를 지낸다.”하였다.

 

이것에 의하여 말한다면, 아버지가 죽은 경우, 그 여존(餘尊 아직 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인해서 어머니를 압존(壓尊)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하순(賀循)의 이른바 ‘아버지가 죽어 성빈(成殯)한 뒤에 할아버지가 죽으면 3년복을 입는다.’는 설을 이끌어서 방증(傍證)을 삼는다면, 오히려 지나치다는 비방을 면하지 못할까 하여 두렵기도 하였다.

 

그런데 나중에 정우복(鄭愚伏)의 설을 보니,

“아버지가 죽어 성빈(成殯)하기 전에 어머니가 죽으면 기년복을 입지만, 만약 성빈한 뒤라면 당연히 3년복을 입어야 한다.” 하였다. 우연하게도 나의 소견이 전현(前賢)의 정론(定論)에 합치되는 것이 스스로 다행스러웠다.


그러나 두원개(杜元凱 두예(杜預))는 말하기를,

 

“만일 아버지의 장례를 지낸 뒤에 어머니가 죽으면 어머니의 복인 3년복을 입는다.”

하였는데, 이는 또 유표(劉表) 등 제유(諸儒)들 및 태시제(太始制)의 이른바

“아버지가 죽어 장사 지내기 전에 할아버지가 죽으면 감히 할아버지를 위해 승중복을 입지 못한다.”

한 것과 부합되고 있으니,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정분에 맞고 예(禮)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하겠다.

 

[자료문헌]

수당집 제4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