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제의례·제문

제사(祭祀)에 담긴 뜻.

야촌(1) 2010. 10. 3. 13:11

■제사(祭祀)에 담긴 뜻.

 

제사(祭祀)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시되는 제사(祭祀)는 사대 봉사(四代奉祀)라 해서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가 돌아가신 날 즉 기일(忌日)에 가정에서 지내는 기제사(忌祭祀)이다.

 

기(忌)는 금(禁)으로 추모(追慕)하는 마음을 가다듬어 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논어(論語)]에 말하기를「제사는 계시듯이 지낸다(祭如在) 」또 중용(中庸)에는 「돌아가신이 섬기기를 살아있는이 섬기 듯이 한다(事死如事生」라고 하였다.

 

이는 유교에서의 제례(祭禮)가 어떤 것인가를 시사해주는 말들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귀신이 있어서 거기에 이(臨)했기에 음식을 올리고, 절을 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그것보다는 돌아가신 이를 추모해서 마치 거기에 계시듯이 정성을 쏟아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류 사회에서 베풀어지고 있는 갖가지 의미의 제사 의절(義絶)은 그만두고라도 우리 겨레가 가정에서 올리는 기제사의 의례는 처음 한동안은 신(神)의 강림(降臨)을 믿었던 것 같고, 시대를 내려오면서 차츰 정성(精誠)에 더 비중을 두고 유교의 계시듯이 추모하는 의식에 기울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사실 우리의 제사 의식(儀式)에는 유교적 이론이 뼈대를 이루고 있지만 그 속에는 우리 고유의 토속신앙, 불교사상, 도교사상도 가미되어 있음을 알 수있다.

 

조상이 돌아가신 날을 제삿날로 잡는 일, 음식을 차려 놓는 일, 술잔을 세 번 올리는 일, 향을 피우는 일[분향(焚香)], 신을 강림 하도록 하는 일[강신(降神)], 복을 받는 절차[음복례(飮福禮]등 모두 토속. 유교. 도교 사상 등이 어우러져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제사를 올리는 그 본뜻은 원시 보본(原始報本)이며, 처음을 찾아 뿌리[조상(祖上)]에 보답하는 것[보본(報本)]이다. 인간이란 누구나 뿌리를 갖고 있다. 뿌리가 없는 인간이란 존재할 수 없다.

 

나무에 뿌리가 있어 줄기가 생겨나고, 가지가 있고, 잎이 무성해져 꽃이 피듯이 인간도 마찬가지다.

하여 일가친척을 꽃나무에 비유하기도 한다. 인간은 이 세상에 단독자로 오지 않는다. 수많은 연줄의 하나로 태어났다.

 

종(從)으로는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 등, 까마득히 조상들과 이어져 있고, 횡(橫)으로는 형제, 자매, 인아척(姻婭戚堂)과 끝없이 얽혀있는 중의 하나로 이 세상에 온 것이다.

 

오늘날 내가 이렇게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것은 부모의 덕이고, 부모는 조부모의 덕이고, 조부모는 증조부모의 덕이며, 줄줄이 이어진 조상이 계셨기에 오늘날 내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나를 이렇게 존재하게끔 해주신 조상에 대한 감사의 생각이 없다면 그건 아무런 의식(意識) 없이 존재해 가는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 하겠다. 살아있는 가장 가까운 조상 즉 부모나 조부모에게 감사하고,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효도(孝道)이고, 돌아가신 조상에게 보답하는 것이 제사(祭祀)이다. 이로 보면 효도와 제사는 그 맥락을 같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인간을 역사적 존재로 파악한다. 조상에서부터 내 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다시 내 몸에서 미래의 자손에 이르기 까지 인간은 줄줄이 이어진 고리의 하나인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위로는 조상을 숭배하고 조상에게 보답해야 되며, 아래로는 자손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꽃다운 이름을 백세에 남겨야 [유방백세(遺芳百世)]하는 것이다.

 

조상을 숭배하고 조상에게 보답하는 표상이 제사이며, 자손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은 수기(修己), 즉 몸을 닦아 후세에 착한 이름을 남기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사는「미루어 길러 효를 잇는 것(祭者所以追養繼孝也 : 禮記. 祭統)」때를 드리는 것이고, 공경을 드리는 것이며, 아름다움을 드리는 것이지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이 아니다 [祭者 薦其時也, 薦基美也, 非享味也, 春秋穀梁傳]라고 했다.

 

정성(경건성, 성의)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정성이 깃들여 있지 않다면 제사는 백번 지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공자(孔子)는「내가 제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제사 지내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었다.

 

「예기(禮記)」「제의(祭儀」에서는「제사는 자주 지내고자 하지 않는다.

자주 지내면 번거로워지고 번거로워지면, 경건성이 없어진다.

 

제사는 드물게 지내고자 하지도 않는다. 드물게 지내면 게을러 지고 게을러지다보면 아주 잊어버리고 만다」고 했는데 이는 제사도 알맞게 올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정성(精誠)이 으뜸이라는 것을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