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제의례·제문

제사드리는 예에 대하여 고하는 글[祭禮告辭]

야촌(1) 2010. 10. 5. 00:57

암집 제20권 >축문(祝文)

 

■ 제사드리는 예에 대하여 고하는 글[祭禮告辭] / 정축년

 

글쓴이 : 안정복(安鼎福 : 1712~1791)

 

조선의 문신으로 본관은 광주(廣州). 자(字)는 백순(百順), 호(號)는 순암(順菴), 한산병은(韓山病隱), 우이자(虞夷子), 상헌(橡軒), 시호는 문숙(文肅)이다. 강원도 제천(堤川) 출신.

 

삼가 생각건대, 제사의 예(禮)는 사당(祠堂)에서 모시는 것이 일차적이고 원야(原野)에서 모시는 것은 부차적인 것입니다. 설날 아침, 한식(寒食), 단오(端午), 추석(秋夕)에 산소에서 제사지내는 것이 동방의 옛 풍습이지만 예에는 본디 근거할 바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도리어 이것을 융숭하게 하고 사당에서 모시는 것은 폐하여 버리니, 이는 경중(輕重)의 차례를 잃어버리는 것으로서 예의 본뜻에 매우 어긋난 것입니다.


삼가 예경(禮經)을 상고하고 아울러 우리 나라의 풍속을 채택하여, 양(陽)이 생겨나는 날인 동지(冬至)와 음(陰)이 생겨나는 날인 하지(夏至)에는 사당에서 제사를 모시고, 풀이 돋아나는 때인 한식과 곡식이 익는 때인 추석에는 산소에서 제사지낸다.

 

이, 네 계절을 번갈아 사당과 산소에서 모시고자 합니다. 이렇게 하면 천도(天道)를 상고해 보아도 본받음이 있고 인사(人事)를 가지고 따져보아도 어긋남이 없을 것입니다. 변통하는 처음에 모호하게 행할 수 없으므로 설날 아침 차례지내는 때를 당하여 감히 폐거(廢擧)하는 연유를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