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이씨/선세자료

의정부에서 김종직의 시호 일로, 봉상시 이원(李黿) 국문하기를 청하다.

야촌(1) 2010. 2. 9. 22:18

국역 조선왕조실록>성종 24년 계축(1493, 홍치 6) >1월9일 (을해)

■의정부에서 김종직의 시호 일로 봉상시 이원(李黿)을 국문하기를 청하다.

봉상시 봉사(奉常寺奉事) 이원(李黿)이 왕명을 받아 글을 올려 이르기를,「선비들의 풍습이 사리(事理)에 어두움은 도학(道學)이 행하여지지 않기 때문이며, 도학이 행해지지 않음은, 유도(儒道)가 이어서 널리 퍼지지 않음에 근원한 것입니다.

김종직(金宗直)이 처음으로 마음을 바로 가다듬는 학문을 일어켜, 후배들을 인도하여 도와주었습니다.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는 것으로서 학문의 근본을 삼고, 몸소 유학(儒學)에 평생을 걸고, 유학(儒學)을 일어켜 세움을 자기가 할 일로 삼았습니다. 그 공(功)은 제법 정사(政事)에서 세운 공명(功名)과 해놓은 업적의 뛰어남 보다도, 오히려 더 훌륭함이 있었습니다.

시호(諡號)를 의정(議定)하는 규정에, 학문을 널리 닦고 견식(見識)이 많음을 문(文)이라 하며, 사물(事物)을 널리 잘 알고, 능(能)한 것이 많음을 문(文)이라 하며, 도(道)와 덕(德)이 높고, 견문(見聞)이 넓음을 문(文)이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만일, 견식(見識)이 많고, 능(能)함이 많은 것으로서 이름을 짓는다면, 종직(宗直)이 마음을 바르게 닦음을 근본으로 삼고, 몸소 유학을 일어켜 세움을 자기가 할 일이라 정하고, 평생 애써온 공(功)이, 후세(後世)에는 형적도 없이 버릴 것이므로, 도(道)와 덕(德)이 높고, 견문(見聞)이 넓다는 것으로써 시호(諡號)를 의정(議定) 하였습니다.」 라고 하였다.

임금께서는「의정부(議政府)에 내려 보이라」 고 명하였다.

의정부에서 아뢰기를,「신들은 종직(宗直)이 못 났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시호(諡號)를 의정(議定)한 글에 이르기를, "청렴(淸廉)하면서도 사람들과의 사이에 막힘이 없고, 사람들과 화목(和睦)하게 지내도 정의(正義)를 굽혀서 까지 그 사람들을 따라가지 않는다." 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덕(德)에 기대고 인(仁)에 의지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다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야 하는 노릇입니다.

또 이원(李黿)이 올린 글에 이르기를, "도학(道學)이 행해지지 않음은 유도(儒道)가 이어서 널리 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정자(程子)· 주자(朱子)· 장자(張子) 같은 이들도, 아직 도학(道學)이 온전 하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더구나 종직(宗直)에게 도학(道學 : 性命, 義理의 哲學)을 말 할수 있겠습니까?

또 이르기를, "인도하여 도와 주었다"고 하였는데, 인도하여 도와준다는 것은, 다만 시(詩)와 문장(文章)을 짓는 것일뿐, 도학(道學)을 인도하여 도와준다는 것은 신(臣)들은 아직 이를 알지 못합니다. 또 평생 널리 사람들에게 알리어져 나타난 자취를 살펴보니 역시 허물이 있었습니다. 사헌부(司憲府)에서 올라온 글에서는 "그 행실을 돌아보지 않고서 한 말이다."고 했으나, 이 말은, 반드시 헛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호(諡號)를 의논하여 정하는 일은 큰 일입니다. 지금 봉상시(奉常寺)에서 의논함이 실없는 일 같아서, 신(臣)들은 그들이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서, 그렇게 함이 아닌가 의심이 나니, 그 여부를 신문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하니, 왕 께서는 하교하여 이르기를

「만일, 이와 같은 일을 가지고서 반드시 봉상시(奉常寺)를 신문해야 한다면, 뒤로는 비록 어진 사람일지라도 반드시 등급을 내려서 그 시호(諡號)를 의론하여 정할 것이니, 다만 종직(宗直)의 소행이 옳고 그름을 가려, 다시 의론하여 그 시호(諡號)를 어떻게 정할까를 물어서 아뢰라」고 하였다. 

 

[원전] 12 집 268 면

[분류] *왕실-종사(宗社)/*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인물(人物)/*사법-탄핵(彈劾) / *역사-고사(故事)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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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01] 정자(程子) : 송나라의 정호(程顥)·정이(程頤).

[주02] 주자(朱子) : 송나라의 주희(朱熹).

[주03] 장자(張子) : 송나라의 장재(張載), 즉 횡거 선생(橫渠先生).

[주04] 사마공(司馬公) : 송나라의 사마광(司馬光).

[주05] 소강절(邵康節) : 송나라의 소옹(邵雍). 강절은 시호임.

 

자료 : 재사당선생일집.

 

야촌 이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