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문]
노량(露梁)에 있는 육선생(六先生)의 사우(祠宇)를 봉안한 제문
임술년(1682, 숙종8)
약천 남구만 찬(藥泉 南九萬 撰)
저 강가를 돌아보건대 / 睠彼江濆
봉분이 네 개 있으니 / 封土有四
작은 비석을 나란히 세워 / 列樹片石
성씨를 기재 하였습니다 / 題其姓氏
그 성씨 누구인가 하면 / 其姓伊何
성씨. 박씨. 유씨. 이씨. 입니다 / 成朴兪李
누가 충성스러운 넋을 모셔다가 / 孰將忠魄
이곳에 묻었단 말입니까 / 瘞之于此
이름을 쓰지 않고 벼슬을 쓰지 않았으니 / 不名不爵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 知有所以
처음에는 혹 아닐까 의심하였으나 / 始疑或非
끝내는 과연 사실임을 믿었습니다 / 終信果是
그러나 어찌하여 그 숫자가 / 然胡厥數
여섯에 둘이 없단 말입니까 / 在六除二
아마도 본래 딴 곳에 있다가 / 豈本異處
뒤에 옮겨 왔거나 / 將後遷徙
아니면 무덤이 무너져서 / 抑有崩夷
터를 분별하지 못해서일 것입니다 / 未辨其址
세대의 차이가 / 世之相後
이백 년이 넘었으나 / 餘二百禩
사람에게 있는 떳떳한 성품은 / 彛常在人
끝까지 없어지지 않으니 / 終古罔墜
이곳을 지나는 자 / 凡過此者
누구인들 눈물 흘리지 않겠습니까? / 孰不隕淚
풍도(風度)가 미치는 바에 / 風聲所及
많은 선비 분발하게 하였습니다 / 起我多士
사당을 세워 영령을 모심을 / 建祠妥靈
어찌 그만둘 수 있겠습니까 / 其何可已
후세의 충신이라고 말씀하심은 / 謂後忠臣
유지가 남아 있고 / 厥有遺旨
높여 받들도록 허락하심은 / 許以欽崇
또 지금으로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 又自今始
이에 계추를 당하여 / 玆當秋季
사당 짓는 일을 끝마치니 / 寢宇訖事
좋은 때를 가려 / 卜辰之良
처음으로 제사를 올립니다 / 肇修禋祀
변두가 매우 아름답고 / 籩豆孔嘉
희생과 단술이 모두 구비되었으므로 / 牲醴咸備
이 한 줌의 향을 받들어 / 奉此一瓣
여섯 분의 신위에 올립니다 / 獻于六位
백이(伯夷)와 숙제(叔齊)가 말을 붙잡고 간하니 / 夷齊叩馬
그곳에 사당의 모습 우뚝하였고 / 廟貌尙爾
방정학(方正學)이 살신성인하니 / 正學殺身
또한 옛 마을에 제향 하였습니다 / 亦享故里
일이 세교에 관계되니 / 事關世敎
전후가 똑 같습니다 / 前後一致
묘소에 사모하는 마음 부치니 / 寓慕丘壠
의귀할 곳이 있습니다 / 依歸有地
훈호하고 처창함이 / 焄蒿悽愴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으니 / 不遠伊邇
부디 강림하시어 / 庶幾格思
우리들을 멀리 떠나지 마옵소서 / 無我違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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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01]
육선생(六先生) : 세조 2년(1456)에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처형된 이개(李塏), 하위지(河緯地), 유성원(柳誠源), 성삼문(成三問), 유응부(兪應孚), 박팽년(朴彭年) 등의 사육신(死六臣)을 이른다.
[주02]
방정학(方正學) : 정학은 명(明)나라 방효유(方孝孺)의 별호로, 명나라 성조(成祖)가 조카인 건문제(建文帝)의 제위(帝位)를 빼앗을 때에 죽은 충신이다.
[주03]
훈호(焄蒿)하고 처창(悽愴)함 : 《예기(禮記)》 제의(祭義)에 보이는바, 훈(焄)은 내음이고 호(蒿)는 기운이 증출(蒸出)하는 모양이며, 처창은 사람으로 하여금 숙연하게 함을 이르는 것으로 제사를 올릴 때에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공경하게 됨을 말한 것이다.
약천집 제27권 >제문(祭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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