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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켜야 할 조목 24가지

야촌(1) 2009. 9. 11. 02:56

■ 인간이 지켜야 할 조목 24가지

 

글 : 취운 이원우(翠雲 李元雨)

 

1.선조를 밭 뜸『봉선(奉先)』

선조를 밭 뜸은 효도하려는 생각에서 우러난 것이다. 제사에는 반드시 정성을 다하여 몸을 깨끗이 하고 생존한 것 같이 하여야 할 것이다. 영역(瑩域: 山所)은 반드시 전답(田畓)을 두어야 하고 관리인이 있어야 하며 재실(齋室)을 세우는 것은 잠을 자기 위한 것이고, 비석을 세우는 것은 표시하기 위한 것이며 벌송(邱木: 무덤가에 있는 墓木)을 심은 것은 벌 안을 가꾸기 위한 것이다.

 

거리가 가까우면 날마다 성묘를 할 것이요, 멀면 매월 초하루에 한번씩 성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선조님에게 아름다움이 있으면 들추어 내야 할 것이며, 간혹 선조의 얼이 있으면 서술을 하여 잠시라도 잊지 않을 것이다.

 

2.어버이를 사랑할 것『애친(愛親)

어버이는 내 몸을 낳아주신 분이니 은혜를 갚으려 한다면 하늘이 없어질 때까지 갚는다 해도 어찌 다 갚을 것인가. 어버이를 봉양함에 있어서는 뜻을 따르고 입맛을 기쁘게 하여야 할 것이며, 어버이께서 병석에 누우시면 그 정성을 다하고 그 걱정을 다 할 것이다.

 

어버이의 초상을 만나면 슬퍼하고 예절을 간섭하지 않을 것이요. 어버이의 제사에는 그 초상때를 그리며 슬퍼하면서 오로지 경근(敬謹-공경하고 삼감)을 주장하여야 할 것이다.

 

내 몸이 노쇠 하는 지경에 이르를 지라도 항상 어린이가 부모를 그리듯 하여 어버이께서 사용하신 지팡이와 신발 등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여야 할 것이다.

 

어버이가 사랑하시던 계산(溪山)과 초석(草石) 등은 가벼히 말고 남에게 주지 말 것이며, 인(仁)을 닦고 의(義)를 행동하여 마침내 어버이를 현달하게 할 것이니 이것이 어버이를 사랑하는 도리일 것이다.

 

3.형제간에 우애할 것우형제(友兄弟)

형과 아우는 형체는 나누어졌지만 같은 기운을 받았으니 무었을 사사로이 하고 무엇을 자기 것이라고 할 것인가. 성냄과 원망을 잊고 좋은 음식이나 낮은 음식을 나누어 먹을 것이다.

 

일척(一尺)의 땅과 일두(一斗)의 곡식이라도 네 것, 내 것이 없어야 할 것이며, 형이 걱정을 하면 아우도 걱정을 할 것이요. 아우가 기뻐하면 형도 기뻐하여 서로 오가면서 날마다 우애를 다져 하여금 재산을 비교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 뒤에야 가히 천륜(天倫)의 근본이라 이를 것이다. 세속에 형제 되는 자들의 삶을 살펴보면 그들이 어렸을 땐 간혹 우애를 하기도 하고 성장함에 미쳐서는 처자(妻子: 아내와 자식)의 치우친 사욕에 빠져 재물의 이해(利害)를 따로 하여 반대로 불목(不睦)하며 싸우기까지 할 것이니 이것을 가히 거울삼아야 할 것이다.

 

옛날이야기를 들으면 우애가 독실했던 분은 민자(閔子)와 왕상(王祥)과 속수옹(涑水翁)이라고 하였으니 이분들의 우애는 배워야 할 것이다. 인간에 형제가 없으면 누구와 우애를 할 것인가. 무릇 지금 사람은 우리 형제 같이 우애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였으니 이 시(詩)를 작성한자는 우애하는 근본을 얻었다고 이를 것이다.

 

4.종족들과 화목을 다질 것『동종족(敦宗族)

종족(宗族)이란 성(姓)이 같은 친척이다. 복숭화 꽃은 오얏나무에서 피지 않을 것이고 생강은 나무에서 솟아나지 않은 것은 만물(萬物)이 자라나는 이치의 근본이니 더구나 뿌리가 같은 종족(花樹: 꽃나무)이야 말할 것이 없다.

 

처음엔 분신(分身)으로 결국 억만의 몸이 되었다. 시조님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두가 이 한 몸에서 나누워진 것이니 어찌 기공복(朞功服)과 총상복(總床服)으로 사이가 멀다 가깝다 하여 소외감을 줄 것인가.

 

질병이 있으면 서로 부조(扶助)하여야 하며 좋은 일이나 나쁜 일에 서로 구원하고 황급하고 어려운 일은 서로 보호할 것이며, 가난한 분에게는 서로 은혜를 베풀어 남과 같이 생각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옛날에 9세(九世: 아홉 가족)를 동거(同居)한 장공(張公) 예(藝)와 오중(吳中)땅 원문정공(苑文正公)이 있어 종족 사회에 본보기가 된 것이니 우리 가문 형제들이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5.외척들과 화목할 것목인척(睦婣戚)

외척이란 성씨(姓氏)가 다르지만 함께 좋아하는 처지이니 오늘날 척(戚)을 옛날에는 인(婣)이라고 하였으며 옛날에는 인(婣)을 오늘날에는 척(戚)이라 하니 그 정의(情誼: 서로 사귀어 친하여진 정)의 독실(篤實: 열성 있고 성실함)함이 어찌 보통 사람에게 비유가 되겠는가.

 

옛날을 그리며 오늘날 다지고 다져 더 많은 사랑을 하고 길이 멀다 하여 원족(遠族: 먼 종친)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며 안면(顔面: 서로 낯이나 익힐만한 친분)이 막혔다 해서 영원히 막혀서는 아니 될 것이다.

 

우환(憂患)과 어려움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반드시 편지를 보내어 위문을 하고 힘껏 도와야 할 것이다.

질병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달려가 의약을 주선할 것이요,

 

관례 또는 결혼식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경제적으로 보조를 하여야 할 것이며, 만일 까닭이 있어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 모름지기 타인을 대신하여 당사자로 하여금 갈망하지 않도록 한 뒤에 인척(婣戚)의 도리를 다 했다고 이를 것이다.

 

혹시라도 저들이 찾아오지도 않고 편지도 없다하여 비교해 같이 하지 않으면 저들 역시 화목하려는 길로 돌아올 것이다. 내가 먼저 인척들과 화목 하는 마음을 확립하는 것이요. 결코 인척들이 나에게 화목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6.내외를 분별할 것별내외(別內外)

부부간(內外)은 가정에 하늘과 땅인 것이니 마음으로 믿고 강(剛)과 유(柔)를 체득하여 하여금 1분도 홀대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밖에 남편이 정직하면 아내도 정직하고 밖에 남편이 사곡(私曲: 불공평하고 바르지 않음)서러우면 아내도 사곡 서러운 것은 이치(理致: 도리에 맞는 취지)의 당연한 것이다.

 

하늘과 땅이 올바른 뒤에 온갖 물건이 자라난 것이고 일년 사계절의 차례가 이루어질 것이며, 만일 그러하지 않고 상호간 반목하면 집안이 패망하는 것이니 가히 삼가 하지 않을 것인가.

 

각각 안밖 거실을 두고 각자 그 직무를 감당할 뿐이니 어찌 혼란하여 그 정욕을 채우려 할 것인가. 한결 같이 한(漢)나라 맹광(孟光)의 삶을 따른 뒤에야 그의 부부내외의 정도(正道)에 합할 것인가.

 

7.자손을 가르칠 것교자손(敎子孫)

자손이란 피를 받아 집안 대대로 계통을 전하니 자손이 현철하면 부모님과 선조가 현달하는 것이고, 자손이 현철하지 않으면 부모님과 선조가 욕을 먹는 것이다.

 

가르침을 받지 않고 인격을 완성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 부모가 되는 분이나 할아버지가 되는 분이나 당연히 자손을 잘 가르치는 것이 가정을 전한 것이라고 이를 것이다. 교육이 올바르면 받은 것도 올바르고 올바르지 않으면 받은 것도 역시 올바르지 않다.

 

무릇 자손이 어렸을 때 항상 가까이 두고 교육을 할때 효도와 우애를 먼저 가르쳤고, 다음으로 예의를 가르치며, 세 번째로 문학을 가르치고, 네 번째로 출입과 진퇴(進退: 행동)를 가르쳐 털끝만치도 어긋남이 없는 뒤에 가히 가리켰다고 할 것이다.

 

풍속에 오염되어 화려하게 살면서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옷을 입으며, 다만 편안하게 살도록 한다면 이는 금수(禽獸: 모든 짐승)를 면하지 못할 것이니 이를 교육이라고 하겠는가.

 

8.벗을 사귐교붕우(交朋友)

벗이란 뜻과 기질이 같은 사람이다. 세상에 벗을 사귀는 자들을 살펴보면 다만 안면(顔面: 얼굴)만 보고 교제하는가 하면, 이해(利害)를 가려 교제하여 술과 음식을 베풀어 주기도 하고, 금전을 써주는 벗을 가로되 잘하는 교제라고 한다.

 

또 기분 좋은 말로 아첨하며 비위를 맞추면서 말하기를 둘도 없는 막역간(莫逆間)이라고 하였지만 큰 어려움과 큰일을 당하여서는 아는 척도 하지 않으니 이는 벗으로써 있을 수 있는 도리가 아니다.

 

어찌 이들과 더불어 교제할 것인가. 옛날 성인(聖人)이 말씀하여 가로되 “나만 같지 않은 자는 벗으로 사귀지 말라”고 하였으니 과연 믿음직한 말씀이 아니고 무어시겠는가.

 

3익(三益)에 해당하는 사람을 벗으로 취택하는 것이 가(可)할 것이요.

3손(三損)에 해당하는 사람과는 절교를 하는 것이 가(可)할 것이니 삼가 하여야 할 것이다.

 

9.손님을 접대함『접빈객(接賓客)

손님이란 처지와 학덕이 같은 분으로 이따금 찾아온 것이다.

녹명(鹿鳴)과 백구시(白駒詩)에서 언급한 손님은 쉽게 만나 볼 수 없으나 찾아온 손님이 많으면 그분의 기거(起居)와 동작(動作)을 살펴본 결과 그분의 소견(所見)이 높아야 할것이며, 그분의 말씀을 들은 결과 그분의 들은바가 넓어야 할 것이다.

 

이웃 마을에 덕망이 높은 분은 반드시 당(堂)에서 내려와 부축하여야 할 것이며, 부형(父兄)의 벗은 반드시 문밖에 나와 절을 하고 뵈어야 할 것이다.

 

나와 나이가 같은 벗이 찾아오면 자리를 깨끗이 쓸고 영접할 것이니 가히 자동차 키를 빼앗을 정도로 정분이 있는 벗과 오래전부터 믿음이 있는 벗은 술과 음식을 접대하는 비용은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속담에 말하기를 “손님이 오면 식량이 걱정이다”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격담(格談)이다.

우정이 친절하고 소외감이 있다하여 밥반찬을 차이가 있게 말아야 할 것이며, 오래 동안 유숙한다 해서 낯빛을 변하지 말고 교제가 오래일수록 더욱 삼가(조심하는)는 것이 군자의 도리일 것이다.

 

10.마을 모두와 어울림처향당(處鄕黨)

대체적으로 마을은 모두가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에 시비(是非)도 있고 공사(公事)와 사사(私事)가 함께하는 곳이니 어찌 털끝만치도 잘못이 있어야 되겠는가.

 

가장 삼가(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의복을 갖추고 허리띠를 띠며 앞뒤를 보면서 읍(揖)하고 사양하며 왼쪽 오른쪽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어른의 자리를 넘어 다니지 말고 벗들에게 버릇 없이 굴지 말 것이며 먼 곳을 손짓하지 말고 가까이 가서 귓속말을 하지 말 것이다.

 

대들며 시간 약속을 어기지 말고 말씀과 낯빛을 경솔히 하거나 교만하지 말 것이며, 술자리에서는 저 사람이 3배(三盃)를 들면 나는 한잔만 마시고 식사 자리에서는 저 사람이 먼저 먹고 내가 뒤에 먹어 한결 같이 겸손하고 양보하여 몸을 간직하는데 허점이 없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날 논의된 결과 결정을 기다릴 것이요, 불필요한 이야기는 더 하지 말고 자리에서 나오는 것이 매우 좋을 것이다. 하루 종일 노력한자와 더불어 어깨를 같이 하고 옷소매를 잡은 행동을 하여 오가는 길손들에게 비웃음을 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11.선조의 유업(遺業)을 보존함보선업(保先業)

선조가 후손에게 남겨준 것은 이름다운 전통이 아닌 것이 없으니 그 유업에서 대소(大小)와 경중(輕重)을 막론하고 어찌 잠시라도 잊을 것인가. 계산(溪山)과 초석(草石)은 선조께서 가꾸시던 것이고, 뽕나무와 느티나무는 선조들이 심은 것이며, 거문고와 병풍과 책은 선조의 손때가 묻은 것이니 멀리 물리쳐버리는 것도 불가할 것이요. 황폐하게 버려둔 것도 역시 불가할 것이다.

 

마땅히 공경한 마음을 불러일으켜 영원히 보존하는 것이 선조님의 근본 뜻일 것이다.

가령 선조께서 심은 나무를 사람들이 꺾어버리며, 선조님의 손때가 묻은 물건을 사람들이 밟아 버린다면 자손된 마음이 편안하겠는가 편안하지 않겠는가. 반드시 이마와 등에서 땀이 흐를 것이니, 이 한몸을 편안히 보존하여 아름다운 전통에 상처가 없었으면 한다.

 

12.학업에 부지런 할 것『근학업(勤學業)

학업이란 격을 완성시키는 바탕인 것이다.

성인의 중요한 도리가 모두 이 가운데 있으니 이 글을 읽으면 성인의 제자가 될 것이요.

예의와 염치(廉恥: 염결하여 수치를 아는 마음)가 모두 이 가운데 있으니 이 글을 잘 읽으면 깨끗한 선비가 될 것이다.

 

요즈음 세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인도(人道)가 매우 낮아져 모두 신학문으로 들어가 우리의 근본 유학(儒學)은 전폐하여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니 이는 오랑캐의 도리이다. 어찌 바람 앞에 풀처럼 그들과 함께 신학으로 돌아갈 것인가.

 

남을 위하는 학문이 아니면 할 말이 없지만 만일 남을 위한다면 학문이 아니니 하지 않을 것이다.

효행(孝行)을 실천하고 힘이 남아 있으면 즉시 학문을 닦으라고 한 것은 옛날 성인의 교훈이니 남이 하나를 익히면 나는 백가지를 익히라는 것이 그를 분명히 뒷받침이 아니겠는가.

 

이른바 근면이라는 것은 밤낮으로 외우며 읽으라는 것이 아니니 이 학업에 마음과 힘을 쏟아 헛되이 지내지 말 것이다.

 

13.내정을 다스릴 것『제내정(制內庭)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 가문의 융성과 쇠퇴는 내정(內庭)을 잘 다스리고 잘못 다스리는 것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가문을 다스리는 자는 먼저 내정(內庭)을 다스리지 않으면 불가할 것이다.

 

대체로 부인(婦人)이 내정에서 거처하는 것은 옳다. 그가 해야할 책임은 시부모를 섬기고 남편을 받들어 아들 딸 기르고 제사를 받들며 손님을 접대하고 산업(産業)을 다스릴 뿐, 밖에 무슨 일이 있겠는가.

 

내정을 거처하면서 영고(榮枯: 성하고 쇠함)가 없으면 문밖을 나오지 않고 일이 없으면 남과 더불어서 주고받지도 않으며, 도박하는 일과 소설 읽기를 금지하고 비단옷과 금반지와 화려한 장식물은 가까이 말 것이며, 한결 같이 물래질 하고 북으로 배를 짜며 바느질하고 절구질 등 실업(實業: 생산적인 경제적 사업)을 익혀야 한다.

 

근면 검소하여 조금도 나태하지 말 것이며 또 요망한 3고(三姑: 무당)와 6파(六婆)를 접견하여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이고 오로지 유순과 정숙을 주장하여 소리를 유순하게 할 것이며, 성내어 질투하지 않을 것이니 남자가 되어 어찌 아내를 다스리지 않을 것인가.

 

14.산업을 다스릴 것『치산업(治産業)

산업(産業: 생산을 하는 사업)이란 의복과 음식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일이니 다스리면 의복과 음식이 있고 다스리지 않으면 의복과 음식이 없으니 가히 삼가지 않을 것인가.

 

잘 다스리면 선조님께 제사하고 어버이를 섬기며 아들과 딸을 먹이고 손님을 접대하는데 족히 걱정이 없을 것이요, 다스리지 않으면 부모와 처자로 하여금 얼어 죽게 하거나 굶주림을 면하지 못할 것이니 어느 겨를에 선조님께 제사를 모시고 손님을 접대하는 도리에 예의를 다 지킬 것인가.

 

근면이란 산업을 다스리는 근본인 것이고 검소란 치산(治産: 생활의 수단을 세움. 가업에 힘씀)하여 얻어진 재물을 사용함이니 어찌 세월을 허송할 것이며 사치하는 풍속에 현혹될 것인가.

 

혼정신성(昏定晨省: 조석으로 부모의 안부를 물어서 살핌)을 철저히 실천 하고, 들에 나가 밭 가리를 하여 농사일에 그 시기를 잃은 경우가 없어야 할 것이다. 집안에 들어가면 온 집안을 물 뿌리고 쓸며 봄. 여름에는 가을과 겨울에 해야 할 계획을 세우고 가을과 겨울에는 봄과 여름에 해야 할 일을 결정하여 한가히 보내는 날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진실로 한 해 동안 수고하여 온 몸에 땀 흘려야 스스로의 마음이 흐뭇할 것이며, 그렇게 하여야 선조의 유업을 다스렸다고 할 것이며, 후손의 길을 열어 주었다고 할 것이니 가히 다스리지 않을 것인가.

 

15.출입을 삼갈 것근출입(謹出入)

출(出)이란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고 입(入)이란 집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니 하늘이 해와 달로써 나감도 있고 들어옴도 있게 하는데 더구나 하늘의 기운을 받아 인간이 되어 출입하는 방향이 없겠는가.

 

나가는 것 역시 때가 있는 것이고 들어온 것 또한 때가 있는 것이다. 나가야 할때 들어오면 비록 잘못된 일은 없으나 그 경제는 어떠하겠으며 들어와야 할 때 나가면 반드시 후회가 있을 것이니 되돌리려 한들 어찌 되돌릴 것인가.

 

대성(大聖) 공자께서 행동하셨으며 복성(復聖) 안연께서는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으니 이는 적당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자막(子莫)의 집중과 같다고 하겠는가 한걸음도 망녕되어, 내딧는 것도 불가하며 또한 일척(一尺)으로써 왕비(枉費)하는 것도 불가하다.

 

시기도 네 번을 나오지 않을 때가 있으며 모임도 네 번을 나가지 않을 때가 있으니 송(宋)나라 소옹(邵翁)은 출입의 때를 알았다고 한다. 진실로 미리 간다는 것은 불가하다. 그러나 날마다 보통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출입이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불가할 것이다.

 

간혹 염치를 되돌아 보지 않고 경솔하게 행동을 하고 결정을 지은다면 다만 뭇사람의 지적을 받을 뿐 아니라 일신(一身)의 과실이 될 것이다. 송곳 끝이 나오듯 밖에 나와 발언을 하여 10의 9명(十九人)의 다행을 얻은 것이 주머니를 묶은 듯 들어앉아 침묵을 지키며 천만인의 찬사를 받은 것 같을 것인가. 마땅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16.도시를 멀리 할 것원성시(遠城市)

대체로 도시란 중개하는 미천한 사람이 모두 다 모이는 곳이다.

그들의 하는 말은 거친 말투와 욕설 등이고 그들의 익힘은 주먹질과 발차기이며 하는 일은 도박뿐이고 재주는 사기 치는 일 뿐이다. 하물며 다방과 술집이 즐비하니 가까이 아니하면 불행이 없지만 가까이 하면 불행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곳이 진흙을 바른 것처럼 더러움이 되었다는 것도 이미 알았고 더러운 똥처럼 냄새가 풍기는 것도 이미 알았으니 반드시 회피하여 멀리 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러하지 않으면 진흙보다 10배나 더러울 것이고 똥냄새보다 100배나 더러워질 것이니 어찌 멀리 하지 않을 것인가.

 

17.의복과 음식을 검소하게 할 것검의식(儉衣食)

의복은 몸을 가리는 것이고 음식은 배를 채우는 것이니 몸을 가린 것 밖에 다시 무슨 몸을 가릴 것이며 배를 채우는 것 밖에 다시 무슨 배를 채울 것인가. 겨울에는 솜옷을 입고 여름에는 마포 옷을 입으면 만족한데 비단옷 열 벌이 무슨 도움이 있을 것인가.

 

아침엔 기장밥을 먹고 저녁엔 쌀밥을 먹으면 만족한데 듬뿍 쌓인 고량진미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여름에 반짝거리는 새털과 물총새의 화려한 문채가 비록 눈으로 보기가 아름다워 날아다니는 새에 불과 하지만 외모를 꾸미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큰 열매를 쫒아먹는 봉황과 마른 풀잎을 뜯어먹는 기린이 눈으로 보기에 상서롭게 보이지만 좋은 것을 먹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만류(萬類)의 가운데 영장이 되는 인간으로써 의복에 있어 무슨 꾸밈을 취택할 것이며 음식에 있어 무슨 진미를 취택할 것인가.

 

한 사람이 검소한 의복을 입으면 10명에게 의복을 입힐 수 있고 한 사람이 음식을 검소하게 먹으면 10명에게 먹일 수 있으니 검소란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이다. 의복은 검소하지만 덕(德)이 있으면 몸이 저절로 윤택하고 먹는 것은 검소하지만 인(仁)과 의(義)로 가득 채우면 몸이 저절로 배부른 것이니 가히 검소하지 않을 것인가.

 

18.언어를 삼가 할 것신언어(愼言語)

언어란 선비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요 재화와 복록을 일으키는 문이다.

옛날에 남용(南容)은 백규장(白圭章)을 세 번 반복하여 읽어 좋은 일이 있었고 김상인(金像人)의 입은 세 번이나 꾸며 놓았으니 옛 분들도 모두 다 그러하였다. 하물며 고인(古人-옛날사람)에게 미처 가지 못한 지금 분들은 십분 상세히 살려서 처리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경솔하게 발언을 하면 상귀(桑龜: 남생이는 말을 잘 하였다. 어느 날 사람이 남생이를 죽이려고 솥에 넣고 불을 짚혔으나 죽지 않으니 남생이를 물가에 버렸다. 남생이가 말하기를 뽕나무로 불을 짚히면 죽는다고 하자 그 사람이 다시 뽕나무 불을 짚혀 주었다)처럼 두려움이 있고 어눌하게 말을 하면 애봉(艾鳳)도 가능하다.

 

의심이 나는 일은 의심으로 전(傳)한 것은 당시의 상황인 것이고 잘못된 말이 나가면 잘못된 말이 들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이니 자신이 능히 충성하고 믿음이 있으면 누구가 의심을 하며 누구 가 거슬릴 것인가.

 

집안에서는 처첩(妻妾)사이와 동서 간에 노비사이에 서로 삼가고 밖으로는 이웃마을 친구사이에 삼가면 어디를 가지 못할 것인가. 내가 반드시 저 사람을 삼가면 저 사람 역시 나를 삼가 할 것이니 삼가야 할 것이다.

 

19.급속히 진취함을 경계할 것계급속진취(戒急速進就)

“급히 달려가면 넘어지는 경우가 많고 속히 만들어진 물건은 견고하지 않은 것이다” 라는 옛말이 있다.

어찌 특히 이 한 몸만 위하는 일이겠는가. 전 세계의 장래를 준비하는 말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대체로 경영자가 되어서는 반드시 쌓이고 쌓인 경험에서 성공을 가져온 것이니 급속히 경영을 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옛날뿐 아니라 지금도 역시 눈으로 보고 있지 아니한가.

경기도 포천에 사는 모씨가 급속히 부자가 되기 위해 집터 전부를 저당하고 많은 현금을 차관하여 토지 수백 두락(斗落-논밭 넓이의 단위. 논은 150~300평,밭은 100평 내외임)을 매매하였는데 그뒤 흉년은 계속되고 채무는 날로 불어나 마침내 집터까지 잃어버렸다.

 

충청도 공주에 모씨 또한 속히 부자가 되기 위해 금을 캐는 사업을 했는데 금을 캐내지 못하자 산업을 온전히 잃었으니 이것이 거울처럼 분명한 경계가 아닌가. 설령 급속히 부자가 되었다 해도 그 부자는 상서롭지 않다는 것은 이미 이전에 있었던 증거이다.

 

모름지기 의복과 음식을 절약하고 저축하여 마치 작은 먼지가 쌓여 산을 이루듯 하고 작은 물이 흘러 바다에 들어간 것처럼 하여야 할 것이니 어찌 포천과 공주 사람처럼 급속히 부자가 되려고 하여야 되겠는가.

 

20.연못에 맺은 어름을 경계할 것계연빙(戒淵氷)

물이 깊은 곳을 못이라 하고 물이 맺음을 어름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연못에 어름을 보고 말하기를 저 연못 어름이 인간에게 무슨 교훈을 주느냐고 하니 이는 지식이 없는 사람이다.

 

세상을 관찰하면서 설명하자면 가는 곳 마다 모두가 깊은 연못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살펴보면 일마다 모두가 어름과 같다.못물이 깊고 어름이 옆 다는 것을 이미 알았다면 당연히 삼가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온 세상을 두루 살펴볼 때 곳곳마다 험악하여 가히 경솔하게 발을 내 디들 수가 없다. 얼어붙은 세월이 바야흐로 풀리지 않은 계절이라서 망년 되어 경솔하게 발을 내 딛는다는 것은 불가하다.

 

어름은 오히려 벗어날 수는 있으나 치욕은 가히 벗어날 수가 없으니 정도(正道)로써 키를 삼은다면 깊은 물을 건너가는데 걱정할 것이 없고 믿음으로써 발걸음을 내딛는다면 얇은 어름 밟는 것을 미리 염려할 것이니 경계하고 경계할 지어다.

 

21.음주를 금할 것금주(禁酒)

의적(儀狄)이 술을 비지는 날 대우(大禹)같은 성왕(聖王)으로써 어찌 엄금을 하지 않았을 것인가.

그 뒤부터 술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천하를 잃은 자 많으며, 술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자 또한 수천수만 명이니 매우 나쁜 것이다.

 

술이란 그 성격이 고약하고 냄새가 매워서 마시면 자신도 깨달을 수 없이 취기가 찾아와 몸을 가눌 수 없도록 몹시 취할수록 더욱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드니, 이는 술이 술을 끌어 당기는 것이요 취기가 취기를 부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취한 것을 보면 성격과 기세가 발로되어 말소리가 저절로 커지고 눈의 시력이 몽롱하여 가정에 돌아오면 부형(父兄)의 엄격함도 모르고 조정에 들어가면 임금과 스승의 존엄함도 없어져 버린다.

 

하늘은 하나의 엽전(葉錢)처럼 보이고 도로가 실올처럼 보이며 왼쪽으로 넘어지고 오른쪽으로 넘어져 의복이 찢어지고 코 등과 이마가 상처를 입어도 깨닫지 못한다.

 

이는 돈을 낭비하여 병을 산 것이니 걱정된 것이 크다. 나 역시 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일찍이 마음으로는 결정을 하였건만 맹세와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

 

부리는 동복(어린 머슴)을 경계하여 보리농사를 경작하지 않도록 할 것이며, 아내를 경계하여 누룩을 제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어찌 이 한 몸을 위해 금지한 것이겠는가. 마땅히 한 가문을 위해 금지하여야 할 것이다.

 

22.여색을 삼가 할 것신색(愼色)

색(色)이란 눈을 기쁘게 하는 영물(靈物)이니 옛날 사람이나 지금 사람 모두가 패가망신하는데 누구 가 여색의 야유에 빠져들지 않겠는가. 제목에 여(女)라 아니하고 색(色)이라 한 것은 여인의 외면에 목표를 두고 색을 취택한 까닭이다.

 

여인의 눈썹이 굽은 갈 꾸리와 같아서 사내들의 마음속을 낚시하기 쉽고 입술은 붉은 꽃을 먹음은 것 같아서 많은 사내들의 기름과 피를 빨아 먹는다. 한번 접견하여 말하며 웃음을 보이면 사내들의 귀와 눈동자가 황홀하고 정신이 몽롱하며 온 몸이 미친 듯 취한 듯하여 그 여색(女色)이 사내를 녹여내는 것이 큰 대장간에 붉은 화로 불 보다 더 쉬우니 어찌 삼가지 않을 것인가.

 

23.씀씀이를 절약할 것절용(節用)

무릇 사람들의 씀씀이가 어느 날 없으며 어느 때 없을 것인가 만은 가정을 다스리는 자는 절약하고 또 절약하지 않으면 좋지 않을 것이다. 재화의 근원은 원천수(源泉水)와 같아서 계절 따라 옹색하면 물이 쌓이고 쌓이지만 터서 방류한다면 그 물은 움켜 잡을 수가 없으니 이것이 실지 경험이 아닌가.

 

의식과 음식을 절약하는 것은 씀씀이를 절약하는 도리이니 한결 가치 절약하는 것이 과연 긴요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최근에 풍속이 사치를 숭상하여 견고한 포갈(布褐)을 버리고 그 가격보다 10배나 더 주면서도 비단 옷을 입고 옥(玉)으로 장식을 하며 잡곡밥을 먹어 뱃속을 채우면 되련만 그 가격을 10배나 더 주면서도 쌀밥에 기름진 고기를 먹으니 이는 모두 다 꺽 어 써야할 씀씀이가 아닌가.

 

어찌 소중한 화폐를 자취도 없는 경계에 헛되이 내던져 버릴 것인가.

절약이라는 절(節)자의 뜻은 절단이라는 절 자의 뜻이 아니고 숙소라는 뜻을 담고 있으니 절약할 지어다.

 

24.마음을 잡을 것『조심(操心)

마음이란 지각(知覺)을 주재하는 것이니 금은과 폐백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도 마음이요.

기름진 고기와 좋은 밥을 보면 침이 도는 것도 마음이요. 아름다운 것을 보면 욕심이 싹트는 것도 마음이다.

 

귀와 눈이 보고 하는 바를 마음이 따르는 것이고 손발이 움직이는 바를 마음이 호응하는 것이니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영대(靈坮)의 위에서 마음이 위치를 얻지 못하고 비바람에 붕괴되고 큰 물 이 범람한 격이니 이는 마음을 잃었다 잡았다 하는 까닭이다.

 

마땅히 옥황상제와 더불어 협의를 하고 영대옹(靈坮翁)을 초청하여 위치를 선정해 조금도 치우치는 일이 없는 뒤에야 온몸이 윤택할 것이요 온갖 일이 잘 이루어질 것이니 어찌 마음을 잡지 않을 것인가.

 

[문헌] : 취운일기(翠雲日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