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이씨/축문. 제문

고 오성부원군 이항복에게 임금이 내린 제문.

야촌(1) 2009. 8. 31. 05:09

■ 고 오성부원군 이항복에게 임금이 내린 제문

  (故鰲城府院君李恒福賜祭文)

 

덕수 장유 찬(德水 張維 撰)

 

선조 대왕 재위하신 / 宣廟在位

사십 년도 넘는 동안 / 逾四十載

오래오래 기른 인재 / 壽考作人

앞선 시대보다 융성했도다 / 有光前代

 

마치 많은 나무 서 있는 중에 / 如植衆材

경은 기나무 재나무였고 / 卿爲杞榟

성대하게 동량의 역할 수행하면서 / 隆然樑棟

만인을 그늘 아래 가려 줬도다 / 萬人所庇

 

경연(經筵) 시절부터 / 粤自經幄

정승 시절까지 / 以至巖廊

원대한 계책으로 / 訏謨遠猷

임금의 덕 보필하며 성취시켰고 / 輔拂贊襄

 

온갖 어려움 극복하면서 / 弘濟艱難

국가가 당한 무함도 깨끗이 씻었는데 / 辯雪邦誣

그 공적 그 덕망 같이 드높고 / 勳德兼隆

그 명망 그 실상 진정 부합되어 / 望實允符

 

후세에 복 물려주며 / 以貽後人

태평시대 열었도다 / 太平是啓

하늘이 변고 일으키려 했음인가 / 天之方蹶

선묘의 후계자 더러운 짓 시작하자 / 嗣德起穢

 

간인(奸人)들 안에서 들쑤셔 대고 / 奸回內奰

소인들 음험하게 위의 뜻 선동하여 / 左腹煽慝

형제간의 흔단 만들고 나서 / 釁構同氣

장락까지 일을 파급시켰네 / 事連長樂

 

슬프고 슬프다 어린 대군(大君)을 / 哀哀孺子

품에서 빼앗아 해치려 들 때 / 奪懷以戕

충성스런 절개 쏟아 바치고 / 忠貞旣竭

몸 추스려 황야로 숨어들었네 / 斂身遜荒

 

이처럼 극도의 혼란 속에서 / 亂如此膴

인륜은 땅에 떨어져 버리고 / 彝倫墜地

금용성(金墉城)의 화란 박두한 가운데 / 金墉禍迫

모자와 신발 위치 바뀌게 되었는데 / 冠履易位

 

누구라서 임금의 신하 아닐까마는 / 孰非王臣

휩쓸리는 무리들 가득한 조정에서 / 茅靡盈庭

오직 공이 앞장서 분발하면서 / 惟卿挺特

목숨보다 의리를 중하게 여겨 / 義重生輕

 

한마디 단호하게 말을 한 결과 / 片言出口

인륜을 다시 부지하게 되었도다 / 人紀以立

엉뚱한 형벌 문득 가해져 / 淫威旋加

외딴 지역 귀양가는 처지가 되었는데 / 竄身絶域

 

멀고 먼 북쪽 황량한 변방 / 逖彼北荒

꼼짝달싹 못하는 상황 속에서 / 徽纆纏嬰

통분한 그 심정 미처 못 푼 채 / 幽憤未洩

몸이 먼저 세상 떠나고 마니 / 營魄先傾

 

원로 잃게 된 기막힌 슬픔 / 人之云亡

군자들 비통함 못 가누었네 / 善類慘傷

하늘이 화 내린 것 후회하여서 / 上天悔禍

종묘사직 다시금 빛을 발하며 / 宗祏重光

 

죽은 이들 모두가 / 曾是枯槁

보살핌 받았도다 / 靡不呴濡

생각하면 우리 현신(賢臣) / 眷言碩輔

땅속 깊이 파묻힌 채 / 獨閟泉壚

 

구천에서 다시금 일어나지 못하다니 / 九原不作

그래서 내 마음 더욱더 슬프도다 / 增予心惻

이에 유사에 명하여서 / 爰命有司

향기로운 제사 올리게 하였나니 / 薦此芬馥

 

밝은 공의 혼백 / 精爽未昧

전형을 상상하리로다 / 典刑可想

나의 정성 감응하여 / 一理感應

내려와 흠향하시라 / 庶幾來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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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01]경은......재나무였고,

뛰어난 양질(良質)의 재목이었다는 말이다. 기(杞)와 재(榟) 모두 그릇을 만드는 데에 사용되는 양재(良材)이다. 《國語 楚語上》

 

[주02]형제

광해군(光海君)과 영창대군(永昌大君)을 말한다. 영창대군은 선조(宣祖)의 적자(嫡子)로 정비(正妃)인 인목왕후(仁穆王后)의 유일한 소생이었으나 이이첨(李爾瞻) 등의 무고로 서인(庶人)으로 강등되었다가 강화(江華)에 위리안치된 뒤 9살의 나이로 증살(蒸殺)되었다.

 

[주03]장락

한(漢) 나라 궁전의 이름인데 늘 모후(母后)를 모셨기 때문에 흔히 동조(東朝)를 일컫는다. 여기서는 인목대비(仁穆大妃)를 가리킨다.

 

[주04]금용성(金墉城)의 화란

 

인목대비의 유폐(幽廢)를 지칭한 말이다. 금용성은 위 명제(魏明帝) 때 축조되었는데, 임금과 후비(后妃)를 폐한 뒤 이 성에 유폐시킨 사례가 많이 전해져 오고 있다.

 

[주05]모자와 …… 되었는데

모자를 신고 신발을 머리에 얹는다는 말로 상하(上下)의 위치가 전도(顚倒)된 것을 뜻한다.

 

[자료문헌]

계곡선생집(谿谷先生集) 제9권 > 제문(祭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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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故鰲城府院君李恒福 賜祭文

 

宣廟在位。逾四十載。壽考作人。有光前代。如植衆材。卿爲杞梓。隆然樑棟。萬人所庇。粤自經幄。以至巖廊。訏謨遠猷。輔拂贊襄。弘濟艱難。辯雪邦誣。勳德兼隆。望實允符。以貽後人。太平是啓。天之方蹶。嗣德起穢。奸回內奰。左腹煽慝。釁構同氣。事連長樂。哀哀孺子。奪懷以戕。忠貞旣竭。斂身遜荒。亂如此膴。彝倫墜地。金墉禍迫。冠履易位。孰非王臣。茅靡盈庭。惟卿挺特。義重生輕。片言出口。人紀以立。淫威旋加。竄身絶域。逖彼北荒。徽纆纏嬰。幽憤未洩。營魄先傾。人之云亡。善類慘傷。上天悔禍。宗祏重光。曾是枯槁。靡不呴濡。眷言碩輔。獨閟泉壚。九原不作。增予心惻。爰命有司。薦此芬馥。精爽未昧。典刑可想。一理感應。庶幾來饗。

 

谿谷先生集卷之九 / 祭文 四十二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