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오성부원군 이항복에게 임금이 내린 제문
(故鰲城府院君李恒福賜祭文) - 광해군.
선조 대왕 재위하신 / 宣廟在位。
사십 년도 넘는 동안 / 逾四十載。
오래오래 기른 인재 / 壽考作人。
앞선 시대보다 융성했도다 / 有光前代。
마치 많은 나무 서 있는 중에 / 如植衆材。
경은 기나무 재나무였고/ 卿爲杞榟。
성대하게 동량의 역할 수행하면서 / 隆然樑棟。
만인을 그늘 아래 가려 줬도다 / 萬人所庇。
경연(經筵) 시절부터 / 粤自經幄。
정승 시절까지 / 以至巖廊。
원대한 계책으로 / 訏謨遠猷。
임금의 덕 보필하며 성취시켰고 / 輔拂贊襄。
온갖 어려움 극복하면서 / 弘濟艱難。
국가가 당한 무함도 깨끗이 씻었는데 / 辯雪邦誣。
그 공적 그 덕망 같이 드높고 / 勳德兼隆。
그 명망 그 실상 진정 부합되어 / 望實允符。
후세에 복 물려주며 / 以貽後人。
태평시대 열었도다 / 太平是啓。
하늘이 변고 일으키려 했음인가 / 天之方蹶。
선묘의 후계자 더러운 짓 시작하자 / 嗣德起穢。
간인(奸人)들 안에서 들쑤셔 대고 / 奸回內奰。
소인들 음험하게 위의 뜻 선동하여 / 左腹煽慝。
형제간의 흔단 만들고 나서 / 釁構同氣。
장락까지 일을 파급시켰네 / 事連長樂。
슬프고 슬프다 어린 대군(大君)을 / 哀哀孺子。
품에서 빼앗아 해치려 들 때 / 奪懷以戕。
충성스런 절개 쏟아 바치고 / 忠貞旣竭。
몸 추스려 황야로 숨어들었네 / 斂身遜荒。
이처럼 극도의 혼란 속에서 / 亂如此膴。
인륜은 땅에 떨어져 버리고 / 彝倫墜地。
금용성(金墉城)의 화란 박두한 가운데 / 金墉禍迫。
모자와 신발 위치 바뀌게 되었는데 / 冠履易位。
누구라서 임금의 신하 아닐까마는 / 孰非王臣。
휩쓸리는 무리들 가득한 조정에서 / 茅靡盈庭。
오직 공이 앞장서 분발하면서 / 惟卿挺特。
목숨보다 의리를 중하게 여겨 / 義重生輕。
한마디 단호하게 말을 한 결과 / 片言出口。
인륜을 다시 부지하게 되었도다. / 人紀以立。
엉뚱한 형벌 문득 가해져 / 淫威旋加。
외딴 지역 귀양가는 처지가 되었는데 / 竄身絶域。
멀고 먼 북쪽 황량한 변방 / 逖彼北荒。
꼼짝달싹 못하는 상황 속에서 / 徽纆纏嬰。
통분한 그 심정 미처 못 푼 채 / 幽憤未洩。
몸이 먼저 세상 떠나고 마니 / 營魄先傾。
원로 잃게 된 기막힌 슬픔 / 人之云亡。
군자들 비통함 못 가누었네 / 善類慘傷。
하늘이 화 내린 것 후회하여서 / 上天悔禍。
종묘사직 다시금 빛을 발하며 / 宗祏重光。
죽은 이들 모두가 / 曾是枯槁。
보살핌 받았도다 / 靡不呴濡。
생각하면 우리 현신(賢臣) / 眷言碩輔。
땅속 깊이 파묻힌 채 / 獨閟泉壚。
구천에서 다시금 일어나지 못하다니 / 九原不作。
그래서 내 마음 더욱더 슬프도다 / 增予心惻。
이에 유사에 명하여서 / 爰命有司。
향기로운 제사 올리게 하였나니 / 薦此芬馥。
밝은 공의 혼백 / 精爽未昧。
전형을 상상하리로다 / 典刑可想。
나의 정성 감응하여 / 一理感應。
내려와 흠향하시라 / 庶幾來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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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01]
경은 …… 재나무였고 :뛰어난 양질(良質)의 재목이었다는 말이다. 기(杞)와 재(榟) 모두 그릇을 만드는 데에 사용되는 양재(良材)이다. 《國語 楚語上》
[주-02]
형제: 광해군(光海君)과 영창대군(永昌大君)을 말한다. 영창대군은 선조(宣祖)의 적자(嫡子)로 정비(正妃)인 인목왕후(仁穆王后)의 유일한 소생이었으나 이이첨(李爾瞻) 등의 무고로 서인(庶人)으로 강등되었다가 강화(江華)에 위리안치된 뒤 9살의 나이로 증살(蒸殺)되었다.
[주-03]
장락 : 한(漢) 나라 궁전의 이름인데 늘 모후(母后)를 모셨기 때문에 흔히 동조(東朝)를 일컫는다. 여기서는 인목대비(仁穆大妃)를 가리킨다.
[주-04]
금용성(金墉城)의 화란: 인목대비의 유폐(幽廢)를 지칭한 말이다. 금용성은 위 명제(魏明帝) 때 축조되었는데, 임금과 후비(后妃)를 폐한 뒤 이 성에 유폐시킨 사례가 많이 전해져 오고 있다.
[주-05]
모자와 …… 되었는데 :모자를 신고 신발을 머리에 얹는다는 말로 상하(上下)의 위치가 전도(顚倒)된 것을 뜻한다.
계곡선생집(谿谷先生集) 제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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