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 이 상공에 대한 제문
[祭 白沙李相公文]
덕수 장유 찬(德水 張維 撰)
만력(萬曆) 46년 무오년 추 7월에 고(故) 상국(相國) 백사(白沙) 이 선생(李先生)의 상거(喪車)가 적소(謫所)에서 돌아와 묘차(墓次)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장차 8월 경신일에 영원한 안식처에서 쉬시게 되었기에 문하생인 덕수() 장유가 삼가 술과 안주를 가지고 영구(靈柩) 앞에 나가 제사 드리며 통곡하였다.
아 끝났구나 / 嗚呼已矣。
철인이 가셨도다 / 哲人萎矣。
백 년에 한 번쯤 나오실 인물 / 百年間氣。
지금 어디로 떠나시는가 / 今何歸矣。
유도(儒道)는 종장을 잃고 / 斯文失宗匠矣。
나라는 주춧돌 잃고 / 國家失柱石矣。
군자는 의지처 잃고 / 善類失依歸矣。
정론은 표적을 잃었도다 / 正論失標的矣。
나 같은 못난이야 더 말할 게 뭐 있으랴 / 若維之愚蒙。
태산이 무너져서 바라볼 곳 이젠 없고 / 太山頽而失所仰矣。
장막이 거두어져 몸 가릴 곳 이젠 없고 / 帲幪輟而失所燾矣。
길 잃고 헤매는데 지남거(指南車)를 잃었도다 / 倀倀迷途而失指南之導矣。
하늘에 통곡하며 부르짖어도 / 呼天之慟。
사모하는 그 마음 펼 수가 없고 / 不足伸其思矣。
황천에 사무치게 눈물 흘려도 / 徹泉之淚。
이 슬픔 해소할 길이 없구나 / 不足泄其悲矣。
비통하고 비통하며 / 痛矣痛矣。
슬프고 슬프도다 / 哀哉哀哉。
공에게 죄 들씌워 모욕한 것도 사람이요 / 加公以罔羅僇辱者人也。
황량한 변방으로 귀양보낸 것도 사람이나 / 處公以荒塞絶域者人也。
갑작스레 병이 들어 빨리도 데려간 건 사람 탓 아니리라 / 而病公之亟而死公之速者未必人也。
공보다 유배지가 원악지(遠惡地)라도 그렇게 갑자기 죽지는 않고 / 地固有遠且惡於公之處者而未遽死。
공보다 노쇠해도 그렇게 갑자기는 죽질 않는데 / 人固有衰且老於公之身者而未遽死。
변변찮은 사람들은 목숨을 보존하고 / 錄錄者存。
번듯한 인물만 떠나가는가 / 堂堂者逝。
원로 한 사람 남겨 두어서 / 不遺一老。
종묘사직 돕게 하지 않다니 / 以相我宗祊也。
하늘이란 원래 믿을 수 없고 / 信乎天之不可恃。
신령에 바랄 수 없단 말 정말이구나 / 而神之不可望也。
예법과 인륜을 하늘이 본디 펴 주지만 / 是無乃典禮彝倫天固敍之。
때로는 타락하게 하기도 하고 / 而時或斁之。
영걸과 준재를 하늘이 본디 키우지만 / 英豪俊特天固培之。
때로는 꺾어서 그런 것은 아닐런가 / 而時或摧之耶。
하늘이 타락시키는 것을 / 天之所斁。
억지로 일으키고 / 强欲扶之。
하늘이 꺾는 것을 / 天之所摧。
붙들어 두려 한다 해도 / 强欲留之。
예로부터 하늘은 이길 수가 없었으니 / 人之不能勝天也久矣。
어떻게 하리요 / 謂之何哉。
어떻게 하리요 / 謂之何哉。
비통하고 비통하며 / 痛矣痛矣。
슬프고 슬프도다 / 哀哉哀哉。
세상의 재목되기 어려운 게 셋 있으니 / 世之所難於材者三。
그릇과 재질과 절조가 그것이라 / 器也才也節也。
재질 없는 그릇은 일처리 잘 못하고 / 有器而無才則窒。
절조 없는 재질은 남의 부림받게 되고 / 有才而無節則奪。
절조만 있을 뿐 재질과 그릇 부족하면 꺾여져 버리나니 / 有節而無才與器則折。
세 가지 겸비해야 / 三者兼備。
통달한 이라 일컬으리 / 方稱特達。
공은 도량(度量)이 웅혼하니 / 如公閎中偉量。
그릇이 갖춰졌고 / 有其器矣。
학식과 문장 뛰어나니 / 敏識雄文。
재질 또한 구비했고 / 有其才矣。
확고한 신념과 탁월한 행적 / 若其操履之確樹立之卓。
더더욱 미치기 어려워서 / 尤有人之所難及者。
조정의 법도 백관의 모범 / 端委廟堂儀刑百寮。
진정 공에게 기대했고 / 人固望於公。
정대한 글 솜씨 국가 시책 펴내는 글 / 陶鎔大雅斧藻鴻猷。
진정 공에게 기대했고 / 人固望於公。
육척 백리의 몸 신명 다 바칠 것을 / 六尺百里盡瘁鞠躬。
진정 공에게 기대했네 / 人固望於公。
우리 선왕 오래 사시며 인재들 양성하여 / 以我先王之壽考作人。
준걸들 빽빽이 조정에 늘어서서 / 俊乂林立。
대들보도 되고 / 大爲樑棟。
서까래도 되었는데 / 小猶榱桷。
완전한 재질 위대한 덕성으로 / 而全才碩德。
시종(始終)을 멋지게 마친 이론 / 善始善終。
짝할 자 거의 없이 / 邈焉寡儔者。
오직 한 분 공 계셨네 / 人惟推公。
불행히도 온갖 재앙 한꺼번에 일어나서 / 不幸百罹之會。
선류(善類)들 빠짐없이 한 그물에 걸렸는데 / 一網無遺。
지초(芝草) 난초(蘭草) 꺾여지며 / 芝蘭旣摧。
솔과 잣이 뒤따랐네 / 松柏隨之。
방국진췌(邦國殄瘁) 이 참혹함 / 殄瘁之慘。
하늘이 실로 꾸몄으니 / 天實爲之。
비통하고 비통하며 / 痛矣痛矣。
슬프고 슬프도다 / 哀哉哀哉。
옛날 기록 살펴봐도 / 歷觀諜記。
인륜의 변고 일어난 건 / 倫常之變。
백세에나 한 번 있을까 하였는데 / 百世一値
정신(貞臣)과 열사들 그럴 즈음엔 / 貞臣烈士之遘其際者。
완곡하게 임금 깨닫게 하고 / 有巽詞以悟主。
준엄한 말로 듣게끔 하여 / 有危言以動聽。
군신(君臣) 모두가 복을 받으며 / 臣與主俱福。
세도(世道) 함께 온전케 하였었지요 / 世與道兩幸。
공이 액운의 시대를 만나 / 而公遭罹厄會。
일편단심으로 아뢰었던 / 寸心如丹。
완곡하고도 바른 그 말은 / 婉詞正言。
태양보다 밝고 귀신도 감동시켰거늘 / 足以爭日月而動鬼神。
거꾸로 사태는 잘못 전개되어 / 事乃有大謬不然者。
임금에 바친 충성 / 致君之忠。
범죄 사실로 뒤바뀌고 / 翻成罪案。
후손들 잘되게 노력한 것이 / 錫類之誠。
화란(禍亂)의 계기로 작용했으니 / 遂作厲階。
어쩌면 세도가 몰락하는 운세라서 / 豈亦世道淪胥之機。
인력으론 만회가 불가능했기 때문일까 / 有非人力所能輓回者耶。
그래도 세상은 공에게 기대하였나니 / 然而世猶有望於公者。
주상이 죽을 곳에 공을 두려 하지 않고 / 蓋主上不欲處公以死地。
법관도 배소(配所)를 옮겨 주려 했고 보면 / 抑有司之議而移公善地。
원래부터 공의 충성 알았던 것이로다 / 則固察公之忠矣。
집에 물러나 계실 때에도 / 公之家居。
마냥 괴로움의 연속이었고 / 羸頓已甚。
막상 귀양을 가실 때에는 / 嶺外之行。
사람들 위태위태 여겼었는데 / 人爲懔懔。
가신 뒤엔 신명이 도와준 덕택으로 / 旣而神明扶相。
안분지족(安分知足) 편안히 지내셨으니 / 素履安適。
어쩌면 하늘이 이 세계 마련하여 / 意天之爲此世界。
복을 내려 주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 / 延公之遐祿也。
그런데 몇 개월 미처 못 되어 / 曾未數月。
홀연히 질병이 몸을 휘감아 / 奇疾忽纏。
태산이 무너지고 대들보 꺾였으며 / 山頹樑壞。
호랑이 쓰러지고 용이 넘어졌네 / 虎倒龍顚。
공의 부음 듣고서는 / 聞公之沒者。
행인도 상심하고 / 行路傷心。
아녀자도 탄식하고 / 婦孺嗟咄。
사림은 슬픔에 잠긴 채 / 士林相吊。
애간장을 저미누나 / 摧心鎖骨。
위태로워지는 조짐 / 而囏危之象。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데 / 日甚一日。
도대체 세상 변고 / 悠悠世變。
어디까지 이를런고 / 于何其極。
공은 상관 않게 되어 좋다고 여기실까 / 不知公以長寐無聰爲快樂耶。
시대 상황 염려하여 눈을 차마 못 감을까 / 抑亦念及時事而有不得瞑其目耶。
비통하고 비통하며 / 痛矣痛矣。
슬프고 슬프도다 / 哀哉哀哉。
형편없는 나로 말하면 / 小子無狀。
일찍부터 공의 전형 몸받았는데 / 早承型範。
인정을 받으면서 흠모한 것이 / 受知之厚仰德之勤。
보통 사람 곱절은 족히 되었지 / 實倍常品。
그런데 공 유배갈 땐 / 而公之謫也。
말고삐도 못 잡았고 / 不能備執鞭之役。
공이 병들었을 땐 / 公之病也。
수발도 못 들었고 / 不能與擧扶之列。
공이 돌아가셨을 땐 / 公之喪也。
가 보지도 못했다오 / 不能視含斂之節。
상여가 도착한 지 / 喪車戾止。
며칠이 또 지났건만 / 亦旣有日。
술 한 잔 올리는 것도 / 絮酒之奠。
남보다 오히려 늦었으니 / 猶後於人。
정리(情理)로나 의리로나 / 俯仰情義。
신령 뵙기 부끄럽소 / 靦面明神。
오직 뜻 점검하고 행동을 단속하여 / 惟當飭志厲操。
배운 대로 실천하며 / 不負所學。
공이 알아주심 욕되게 하지 않고 / 無辱公知人之明。
길러 주신 그 은덕 헛되이 않으리다 / 無隳公成物之德。
저의 이 마음 살펴 주시어 / 庶此心之昭感。
공께서는 이 술잔을 거절하지 마옵소서 / 公無吐乎玆爵。
아 슬프다 / 嗚呼哀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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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주01] 백사(白沙)는 이항복(李恒福)의 호이다.
[주02]육척 백리의 몸
어린 임금을 보필하여 국정(國政)을 대행(代行)할 만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논어(論語)》 태백(泰伯)에 “육척의 어린 임금을 맡길 만하고, 제후국의 명을 부탁할 만하며, 큰 절조를 세울 때를 당하여 굽히지 않는다면, 그가 바로 군자이다.[可以託六尺之孤 可以寄百里之命 臨大節而不可奪也 君子人與 君子人也]”라 하였다.
[주3]방국진췌(邦國殄瘁)
나라가 병들고 피폐해지는 것을 말한다. 《詩經 大雅 瞻卬》
[찬인소개]
본관은 덕수(德水). 자는 지국(持國), 호는 계곡(谿谷)·묵소(默所). 우의정 김상용(金尙容)의 사위이며 효종비 인선왕후(仁宣王后)의 아버지이고 김장생(金長生)의 문인이다.
계곡집(谿谷集) 제9권 > 제문(祭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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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祭白沙李相公文 - 德水 張維 撰
維萬曆四十六年歲次戊午秋七月。故相國白沙李先生喪車。歸自謫所。至于墓次。將以八月庚申。永就窀穸。門下生德水張維。謹以壺醪榼肴。來奠于柩前而哭之曰。嗚呼已矣。哲人萎矣。百年間氣。今何歸矣。斯文失宗匠矣。國家失柱石矣。善類失依歸矣。正論失標的矣。若維之愚蒙。太山頹而失所仰矣。帲幪輟而失所燾矣。倀倀迷途。而失指南之導矣。呼天之慟。不足伸其思矣。徹泉之淚。不足泄其悲矣。痛矣痛矣。哀哉哀哉。加公以罔羅僇辱者人也。處公以荒塞絶域者人也。而病公之亟而死公之速者。未必人也。地固有遠且惡於公之處者而未遽死。人固有衰且老於公之身者而未遽死。錄錄者存。堂堂者逝。不遺一老。以相我 宗祊也。信乎天之不可恃而神之不可望也。是無乃典禮彝倫。天固敍之而時或斁之。英豪儁特。天固培之而時或摧之耶。天之所斁。強欲扶之。天之所摧。強欲留之。人之不能勝天也久矣。謂之何哉。謂之何哉。痛矣痛矣。哀哉哀哉。世之所難於材者三。器也才也節也。有器而無才則窒。有才而無節則奪。有節而無才與器則折。三者兼備。方稱特達。如公閎中偉量。有其器矣。敏識雄文。有其才矣。若其操履之確。樹立之卓。尤有人之所難及者。端委廟堂。儀刑百寮。人固望於公。陶鎔大雅。斧藻鴻猷。人固望於公。六尺百里。盡瘁鞠躬。人固望於公。以我 先王之壽考作人。俊乂林立。大爲樑棟。小猶榱桷。而全才碩德。善始善終。邈焉寡儔者。人惟推公。不幸百罹之會。一網無遺。芝蘭旣摧。松柏隨之。殄瘁之慘。天實爲之。痛矣痛矣。哀哉哀哉。歷觀諜記。倫常之變。百世一値。貞臣烈士之遘其際者。有巽詞以悟主。有危言以動聽。臣與主俱福。世與道兩幸。而公遭罹厄會。寸心如丹。婉詞正言。足以爭日月而動鬼神。事乃有大謬不然者。致君之忠。翻成罪案。錫類之誠。遂作厲階。豈亦世道淪胥之機。有非人力所能輓回者耶。然而世猶有望於公者。蓋 主上不欲處公以死地。抑有司之議而移公善地。則固察公之忠矣。公之家居。羸頓已甚。嶺外之行。人爲懍懍。旣而神明扶相。素履安適。意天之爲此世界。延公之遐祿也。曾未數月。奇疾忽纏。山頹樑壞。虎倒龍顚。聞公之沒者。行路傷心。婦孺嗟咄。士林相弔。摧心銷骨。而囏危之象。日甚一日。悠悠世變。于何其極。不知公以長寐無聰爲快樂耶。抑亦念及時事而有不得瞑其目耶。痛矣痛矣。哀哉哀哉。小子無狀。早承型範。受知之厚。仰德之勤。實倍常品。而公之謫也。不能備執鞭之役。公之病也。不能與擧扶之列。公之喪也。不能視含斂之節。喪車戾止。亦旣有日。絮酒之奠。猶後於人。俯仰情義。靦面明神。惟當飭志厲操。不負所學。無辱公知人之明。無隳公成物之德。庶此心之昭感。公無吐乎茲爵。嗚呼哀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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