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제의례·제문

기제일(忌祭日) 논란.

야촌(1) 2008. 7. 15. 00:07

■ 기제일(忌祭日) 논란.

우리 선조들은 관(冠).혼(婚).상(喪).제(祭)를 사례(四禮)라 하여 매우 소중히 지켜 왔다.

제례(祭禮)는 제사를 지내는 예법과 예절로 옛날에는 집집마다 사당(祠堂)을 만들고 신주(神主)를 모셨으며 철마다 지내는 사시제(四時祭)와 4대 이상, 조상의 묘지에서 지내는 묘제(墓祭) 등이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지내지 않고 부모, 조부모가 별세한 날에 모시는 기제(忌祭)와 3대가 되는 증조부모 이상의 선영에 모시는 세일제(歲一祭 : 시사, 또는 시향)만 행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기제를 언제(어느날) 모셔야 하는가가 문제인데 요즘 일부에서는 기제를 하루 앞당겨 지내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첫째, 기제는 별세하기 하루 전에 지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제사를 모시는 그 전날을 입재일(入齋日)이라고 하듯이 입재일이란 제사를 모시기 위하여 미리 목욕 재계하고 제수(祭需)를 준비하는 날을 말한다.

 

새벽에 제사를 모시려면 그 전날 미리 제수를 장만해야 하므로 현대인들은 이를 하루 앞당겨 제삿날로 기억하여 이같은 인식의 잘못으로 추측 된다. 그리고 기일(忌)이란 기(忌)는 "꺼린다"는 뜻으로 조상이 돌아가신 날을 당하면 마음이 서글퍼서 술을 마시거나 풍악을 울리는 등의 일을 피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즉 별세한 날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인 것임으로 기제는 반드시 별세한 날에 지내야 하는 것이다.

원래 대부분의 제사는 궐명(厥明)에 차려 질명(質明)에 지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궐명은 날이 밝기 전이며 질명은 날이 환하게 밝았을 때를 이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옛 풍습은 궤연(궤筵)에서 모시는 소상(小祥)과 대상(大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보다 시간을 앞당겨 지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새벽 2시 이후 첫닭이 울고 나면 조상의 영혼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없다는 속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체로 새벽 0시 이후부터 시작하여 2시 이전에 제사를 모두 끝마친다.

 

밤 12시 이후는 다음날 새벽 0시가 되기 때문에 제사를 다소 일찍 지낸다 하더라도 별세한 날짜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아진다. 물론 일부에서는 현재의 우리 시간이 30분 정도 앞당겨져 있다 하여 밤 12시 30분이 지나야 비로소 다음날이 됨을 강조하기도 한다.

 

둘째,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기제를 초저녁에 모시는 편법이 일부 가정에서 흥행되어 왔다.

아마 일찍 제사를 마치고 다음날 직장에 출근하는데 무리가 없기 위한 수단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는 돌아가신 전날에 제사를 올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됨으로, 예는 아니지만 부득히 이른 경우엔 파지날 저녁에 제사를 모셔야 한다. 그래야만 돌아가신날 제사를 모시는게 되는 것이다.

 

축문(祝文) 역시 별세한 날을 기준으로 쓰고 있으며 축문의 휘일부림(諱日復臨)이란 내용 역시 "돌아가신 날이 다시 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부득이 초저녁에 제사를 모실 경우에는 반드시 별세한 날 저녁에 지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유의할 점은 아직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기일(忌日)을 음력(陰曆)으로 따져 지낸다는 사실이다.

만일 큰 달인 30일에 별세하였을 경우에는 음력은 달의 크고 작음이 일정하지 않으므로 작은 달이 돌아오면 부득이 그믐을 기준으로 기준으로 하여 하루를 앞당겨서 29일에 지내야 한다.

 

윤달에 별세하였을 경우에도. 윤달은 매년 있는 것이 아니므로 본월(本月)의 그 날짜에 지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럼으로 오늘날엔 양력을 기준으로 하여 지내는 것이 옳다할 것이다.

 

글쓴이 : 이민희(中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