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9. 04. 03
독립운동가 권기옥 지사의 ‘심훈 만장’ 발견돼
-죽음 애도하는 슬픔 속 시 지어
우리나라 최초 여성 비행사이며 독립운동가 권기옥 지사가 저항시인 심훈선생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만장이 심훈기념관에서 발견됐다. 그들은 다 1901년생이다.
당진시에 따르면 심훈기념관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념관 소장자료를 정리 중 심훈 추모시를 발견, 권기옥 지사의 후손을 통해 필체 등 확인을 거쳐 권기옥 지사가 심훈 선생의 죽음을 애도한 추모시임을 밝혀냈다.
‘哭小說家沈先生大燮靈座(곡소설가심선생대섭영좌)’란 추모시는 7언 절구의 한시 초서로 적혀 있었는데, 선생에 대해 어지럽고 속된 세계를 걷지 않은 인물로 표현했고, 권기옥 지사 자신을 ‘狂生(광생)’이란 단어로 낮춰 선생을 높이는 비유법을 쓰기도 했다.
전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哭小說家沈先生大燮靈座 (소설가 심대섭 선생 영전에서 곡하다)
聞道玉京卽此樓 (하늘에 옥경 있다더니 이 빈소가 거기라네)
紅塵官海不同流 (번거롭고 속된 관리길 걷지 않았네)
春風到處美人恨 (봄바람 일렁이면 미인들 한탄하고)
秋月明時孤客愁 (가을달 밝으니 외론 나그네 시름에 젖는구나)
權其玉 狂生 挽 (권기옥이 만사를 짓다)
그동안 심훈선생과 권기옥 지사와 관계를 알려주는 직접적인 자료가 없었으나 이번 추모시 발견으로 권 지사와 심훈선생이 생전에 가까운 사이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게 됐다.
장승률 당진시청 학예연구사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심훈선생과 권기옥 지사의 인연은 상해 임시정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며 “앞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심훈선생의 상해시절 임시정부와의 관계 등이 연구돼 심훈선생의 더 많은 업적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기옥 지사는 숭의여학교에 결성된 비밀결사대 송죽회에 가입해 독립운동에 투신했으며, 임시정부의 추천을 받아 1923년 4월 운남육군항공학교 제1기생으로 입학해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활동했다.
권기옥(權基玉, 1901~1988)
한국의 독립운동가로 평양 일대에서 군자금 모집 등으로 활약하였으며, 1920년 이후에는 상하이 임시정부
에서 활동하였다.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중국군에서 10여 년간 복무하면서 항일활동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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