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고전(古典)

송 반룡 여 대사 서(送盤龍如大師序) - 최해(崔瀣).

야촌(1) 2009. 2. 5. 00:46

송 반룡 여 대사 서(送盤龍如大師序)

 

지은이 : 최해(崔瀣).

글쓴연도 : 1354년(공민왕 3)

 

반룡정사(盤龍精舍)는 내가 보지 못했다. 젊어서 이 미수(李眉叟=李仁老의 字)의 시(詩)를 뒤져보니 시집 가운데 대숙도리(大叔闍梨)와 더불어 왕복한 시가 없는 권이 없는데, 그가 능히 수습하고 무마하여 성립하게 한 것을 칭도하였다.

 

처음에 도리(闍梨)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다만 부도(浮屠)가 되었으나 독실한 행위는 사부로서도 미치지 못할 바가 있음을 기특히 여겼을 뿐이었다. 그러나 뒤에 이 씨의 종인(宗人)을 만나서 물어본즉 실로 반룡사(盤龍社)를 개설한 승통(僧統) 일공(一公)이었다.

 

사(社)는 부처를 배우는 자가 자포자기하는 데 그치는 것을 민망히 여겨 격려를 가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라 하니, 더구나 그 학에 힘을 기울인 것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 문도(門徒)가 대대로 법을 지켜 떨어뜨리지 아니하여 지금 와서는 동방 화엄의 큰 도가 되었다.

 

태정(泰定) 초기에 원전현수교관(元傳賢首敎觀) 대사문(大沙門)의 여러 강주(講主)가 선배의 청에 의하여 사(社)에 주법(主法)할 이가 없으므로 모두 법수당(法水堂) 두령 각해(覺海) 여공(如公)을 추천하고, 또 도첨의사사(都僉議使司)에게 문의 한바 첨의(僉議)도 또한 승낙하였다.

 

이렇게 되니, 사(師)도 굳이 사절을 못하고 날을 가려서 떠나려 하므로 나는 찾아가서 이별을 나누는데, 손님 가운데 분운(分韻)하여 시를 만들어 증정(贈呈)한 자가 있어 먼저 나에게 서문을 짓도록 부탁하였다.

 

나는 일찍이 말하기를, “()만 알고 불()을 알지 못하면, 불이 되는 길을 말할 수 없고, 불만 알고 유를 알지 못하면, 능히 부처가 되지 못한다.” 하였는데, 세상에서 부처를 말하는 자는, “부처가 되려면 먼저 모름지기 친애(親愛)를 끊어버려야 한다.” 하였다.

 

무릇 사람의 도는 친한 이를 친 하는 데서 근원되었으니, 친 하는 마음이 없어지면 사람이 없는 것인데 누가 불자가 된단 말인가. 그로써 부처를 구한다는 것은 그윽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일공(一公)의 외로운 몸이 마침내 그 문(門)을 크게 일으켰으니, 과연 그 친한 이를 친한 마음으로 끊어버린 것이랴. 그 마음은 온갖 행실의 바탕이 되는 것이니, 미루어 행하면 유교나 불교나 어려울 것이 어디 있으랴. 생각하건대, 그 사(社)를 창설하고 무리들을 모아서 진승(眞乘)을 천양하여 갈수록 장구하고 갈수록 창성한 것은 이로 말미암은 것이 아님이 없다.

 

여공(如公)은 소년 시절에 머리를 깎고 선불(選佛)의 장소에 고보(高步) 하였으며, 태위상왕(太尉上王)에게 지우(知遇)를 얻어 승직(僧職)을 높이고 명찰(名刹)을 제수 받았다. 그러나 어버이가 늙었으므로 차마 좌우를 떠나지 못하고 탕약(湯藥)은 반드시 먼저 맛보았으며 죽은 뒤에도 더욱 형제간에 우애하였으니, 대개 그 효도하고 우애하는 마음이 천성에서 우러난 것이다.

 

비록 그가 부처를 배웠지만 취사(取舍)하는 동안에 선후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지금 일공(一公)의 도량에 거듭 향화(香火)를 새롭게 하고 크게 법고(法鼓)를 떨칠 자는 사(師)가 아니고 누구이랴. 마땅히 중의가 사(師)를 추대하여 이의가 없을 만하다. 내가 말한 불(佛)을 알고 유(儒)를 안다는 것도 두 사에게 거의 맞을 만하다. 그러므로 내 뜻을 써서 서문을 만들었으며, 그 밖에 못 다한 말은 여러분이 지은 것에 있다.

 

사는 동암(東庵) 이 문정공(李文定公)의 둘째 아들인데, 지금 왕부단사관(王府斷事官) 국상(國相) 익재(益齋) 공의 형이다. 친교 맺기를 좋아하여 당대의 이름난 귀공자인 회안군(淮安君)과 그 아우 창원공(昌原公)같은 이도 다 사를 경애하였다.

 

[주01] 대숙(大叔) 사리(闍梨) : 대숙(大叔)은 ‘큰 숙부’, 즉 아버지 형제 가운데 백부(伯父) 다음의 두 번째를 뜻하며, 사리는 아사리(阿闍梨)를 말하는 것으로 법사(法師)라는 뜻의 범어(梵語) ācārya의 음역(音譯)이다.

 

인천이씨 세계도에 의하면, 이인로의 조부 이언림(李彦林)에게 광진(光縉), 요일, 백선(伯仙) 등 세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인로는 백선의 아들이라고 한다. 이인로는 무신 난 때에 잠시 절에 들어가 승려가 되기도 하였다.

 

《고려사(高麗史)》최충헌열전(崔忠獻列傳)에, 흥왕사의 불상(佛像)이 완성되어 그 축하연에 최충헌이 가려고 하자 어떤 사람이 흥왕사의 승통 요일과 중서령(中書令) 두경승(杜景升)이 최충헌을 모해하려고 한다는 익명서를 던졌다는 내용이 실린 것으로 보아 요일은 무신 정권에 비판적인 승려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주02] 이씨(李氏)의 종인(宗人) : 이인로의 후손인 인천이씨(仁川李氏) 종친을 이른다.

 

[주03] 승통(僧統) : 고려시대 교종(敎宗)의 법계(法階) 가운데 하나로서, 가장 높은 등급인 왕사(王師)의 아래이고 수좌(首座)의 위이다.

 

[주04] 일(一) 스님 : 법명을 한 글자로 표기할 경우 일반적으로 두 글자의 법명 가운데 두 번째 글자로 표기한다. 여기에서 일(一) 스님은 이인로(李仁老)의 큰아버지로서 승려가 된 요일(寥一) 스님을 가리키는데, 요일 스님은 이인로가 고아가 되었을 때 그를 거두어 성장시킨 인물로 흥왕사(興王寺)의 승통을 지내기도 하였다.

 

인천이씨 세계도에 의하면, 이인로의 조부 이언림(李彦林)에게 광진(光縉), 요일, 백선(伯仙) 등 세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인로는 백선의 아들이라고 한다. 이인로는 무신 난 때에 잠시 절에 들어가 승려가 되기도 하였다.

 

《고려사(高麗史)》 최충헌열전(崔忠獻列傳)에, 흥왕사의 불상(佛像)이 완성되어 그 축하연에 최충헌이 가려고 하자 어떤 사람이 흥왕사의 승통 요일과 중서령(中書令) 두경승(杜景升)이 최충헌을 모해하려고 한다는 익명서를 던졌다는 내용이 실린 것으로 보아 요일은 무신 정권에 비판적인 승려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주05] 사(社) : 결사(結社)를 이른다.

 

[주06] 태정(泰定) : 원나라 진종(晉宗)의 연호로, 1324년 〜 1327년이다.

 

[주07] 대사문(大沙門) : 사문(沙門)은 불문(佛門)에 들어가서 도를 닦는 승려를 말하며, 대사문은 그들 가운데 가장 존귀한 인물인 부처나 큰스님을 일컫는다.

 

[주08] 강주(講主) : 불교 경전과 교학(敎學)을 강의하는 승려로서 강사(講師), 강승(講僧), 강사(講士), 강장(講匠)으로도 불린다.

 

[주09] 법수사(法水寺) :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경상도(慶尙道) 성주 목(星州牧) 조에 법수사는 가야산(伽倻山) 남쪽에 있는 절이라고 되어 있으나, 그곳이 바로 이 절을 지칭하는지는 불확실하다.

 

[주10] 당두(堂頭) : 절의 주지(住持)에 해당한다.

[주11] 회안군(淮安君) : 왕족인 왕온(王昷)의 첫째 아들로 이름은 순(珣)이다.

[주12] 창원공(昌原公) : 왕온의 둘째 아들로 이름은 우(瑀)이다.

 

[原文]

盤龍精舍。予未之見。少閱李眉叟詩。詩中有與大叔闍梨往復之作。無卷無之。稱其能收撫。至有成立。始未知闍梨是何人。第奇身爲浮屠。行誼之篤。士夫有不可及者。後遇李氏宗人問之。實盤龍開社僧統一公也。社憫學佛者安於自暴。欲加策勵而作也。又知用力於其學爲不少也。其徒世守法不墜。迄今爲東方華嚴大道場。泰定初。元傳賢首敎觀大沙門。諸講主因耆宿請。咸以社無主法。推出法水堂頭覺海如公。且諗都僉議使司而僉議亦允。於是師不能峧[편001]辭。將戒日以行。予往與別。客有分韻爲詩以贈者。先屬予爲序。予甞謂知儒而不知佛。不害爲佛。知佛而不知儒。則不能爲佛。而世之說佛者曰。爲佛先須棄絶親愛。夫人道原於親親。滅親無人。誰爲佛者。以是求佛。竊所未喩。若一公之字孤。卒大其門。果其棄絶乎。親親之心。百行資始。推而行之。於儒於佛。亦何有哉。顧其結社聚徒。以闡眞乘。愈久愈大者。罔不由乎此矣。如公妙年披剃。高步選佛場。見知太尉上王。崇緇秩授名刹。而以親老不忍去左右。湯藥必先甞。至于其歿。尤友愛弟兄間。盖孝悌發於性。雖其學佛。趣舍之間。知有先後。則今於一公道場。重新香火。大振法雷者。非師而誰。宜乎衆議推師而無有異言也。予所謂知佛知儒者。二師庶幾矣。故書予志而爲序。其所未及。有諸公之作焉。師東菴李文定公次子。今王府斷事官國相益齋公之兄。善結交當代名勝。貴公子如淮安君。其弟昌原公。皆敬愛師云。

 

[편-01]峧 : 峻

 

[출전문헌] 졸고천백(拙藁千百)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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