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대통령 카친스키
호민(豪民)이란, 민중들과 함께 지내면서 남몰래 딴 마음을 품고 주위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가 세상에 큰 일이 생기면 이를 기회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하는 사람이다.
[원문]
潛蹤屠販之中, 陰蓄異心, 僻倪天地間, 幸時之有故, 欲售其願者, 豪民也
잠종도판지중, 음축이심, 벽예천지간, 행시지유고, 욕수기원자, 호민야
◇자료 : 허균(許筠 1569-1618),〈호민론(豪民論)〉,《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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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호민(豪民)은 일반적으로 부유하거나 세력을 가진 사람, 즉 부호(富豪)란 의미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런데 허균은 그의 〈호민론〉에서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지배층에 순종하는 항민(恒民)과, 불만은 있으나 저항의지가 없는 원민(怨民)에 대비시켜 부조리한 세상을 변혁하려는 주체세력으로서 호민을 정의하였습니다.
허균은 진(秦)나라에 대항해 군사를 일으킨 하급군인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을 대표적인 호민으로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에서는 이들을 반란자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대사의 대표적인 호민으로 폴란드의 노동운동가 바웬사를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조선소의 전기공으로부터 시작하여 폴란드에 자유노조를 탄생시켰고 1990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습
니다. 또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습니다.
2010년 4월 10일(토)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카친스키는 바웬사와 함께 폴란드노동운동을 이끈 인물입니다. 바웬사가 자유노조의 위원장으로 있을 때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대통령이 된 후에도 측근에서 장관직을 수행했습니다. 이후 바웬사가 간 길을 따라 2005년 대통령에 올랐습니다.
그는 폴란드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였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구소련이 폴란드인 2만여 명을 학살한 비극적 현장에 가던 도중 이러한 참변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바웬사가 폴란드의 진승이라 한다면 노동자 농민 등 소외계층의 지지를 받은 카친스키는 오광에다 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글쓴이 : 최채기(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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