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6. 01. 05
<앵커>
1905년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딸이 대한제국을 방문했을 당시의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구한말 서글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사진들을 장세만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일본에게 외교권을 빼앗기게 되는 을사늑약 두 달 전인 1905년 9월 당시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21살 딸로 '워싱턴 사교계의 공주'로 불리던 앨리스 루스벨트가 인천항에 도착합니다.
그동안 밀사를 보내는 등 미국 대통령에게 대한제국의 독립 유지를 애타게 호소해 온 고종 황제는 구원의 천사가 왔다며 앨리스를 극진히 대접합니다.
앨리스가 지나갈 도로는 미리 보수했고, 황제 전용열차를 내줬으며 황실 가마에 태워 왕릉을 관람까지 시켰습니다.
[이진현 학예연구사/서울역사박물관 : (앨리스 방한 시) 황실악단이 미국 국가를 연주했고 떠날 때에는 각부대신이 남대문 정류장까지 나와서 직접 배웅을 했습니다.]
열흘간 서울, 대구 부산 등을 돌아보고 귀국길에 오른 앨리스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지만, 감명은 없었고 황제가 서글프고 애처로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속내는 고종의 간절한 바람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미 앨리스의 방한 두 달 전, 자신들의 필리핀 지배권을 인정받는 대신 일본의 조선 지배권을 인정한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었습니다.
[정성화/명지대 사학과 교수 : 고종으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앨리스를 접대했지만, 힘의 논리가 적용되는 국제정치를 오판한 결과였습니다.]
당시 사절단 외교관이 찍은 사진들은 110년 만에 사진첩으로 공개돼, 구한말 비운의 역사를 돌아보게 합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 영상편집 : 오영택) / 장세만 기자jang@sbs.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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