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보다는 행동으로
몸으로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따르지만,
말로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대든다.
以身敎者從 以言敎者訟
(이신교자종 이언교자송)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영조(英祖) 3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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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영조(英祖) 3년 10월 3일 기사에는 당시 호조 판서였던 이태좌[李台佐,1660(현종 1)~ 1739(영조 15)/좌의정 역임]의 사직상소가 실려 있습니다. 이 상소를 쓴 시점은 왕세자인 효장세자(孝章世子, 진종(眞宗)으로 추존)의 관례(冠禮)와 혼례(婚禮)를 마친 직후였는데, 이태좌는 판서의 직임을 사직하는 글머리에서 세자의 혼례를 성대히 마친 것을 축하하며 영조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올렸습니다.
“‘말로 가르치는 자에게는 대들고 몸으로 가르치는 자에게는 따른다.[以言敎者訟, 以身敎者從]’고 하였으니, 전하께서는 학문을 더욱 부지런히 하고 아랫사람을 더욱 정성스럽게 대하며, 다스릴 때는 모든 교화의 근원을 맑게 하고, 부부 사이에 대해서는 『시경(詩經)』의「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의 교화를 펴서 몸소 후손에게 모범을 보이도록 하소서.”
이는 중국 후한(後漢)의 청백리(淸白吏)였던 제오륜(第五倫)이 쓴 상소문에 나오는 ‘이신교자종 이언교자송(以身敎者從 以言敎者訟)’이라는 글귀를 인용해, 이태좌가 왕세자의 교육을 위해 왕에게 솔선수범할 것을 권장한 간곡하고도 절실한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식을 교육함에 있어 솔선수범하는 것은 비단 왕에게만 필요한 덕목일까요? 요즘을 사는 우리 부모들도 꼭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하는 덕목일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입에 잔소리를 달고 살게 됩니다.
아이들의 올바르지 않은 습관, 말투, 행동 등을 바로잡아 주어야겠다는 책임감과 의무감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지,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면 듣는 사람은 싫은 소리로 받아들여 결국엔 말하는 사람의 입만 아프고 효과는 없게 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말보다는 행동일 것입니다. 아이가 변하기를 바란다면, 변하기를 바라는 모습을, 부모인 내가 먼저,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해 보이는 것입니다. 아이가 책 읽기를 바란다면 내가 먼저 책을 손에 들고, 아이가 인사를 잘하길 바란다면 내가 먼저 남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죠.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부모의 이런 모습 속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학습이 되고 또 이를 실천하게 될 것입니다.
난 오늘 또 우리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잔소리를 늘어놓게 될까요? 지적하는 말을 하기 앞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아이에게 바라는 점을 나부터 행동으로 보일 것을 다짐해 봅니다.
글쓴이 : 서인숙(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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