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歲寒)의 푸른 소나무
송죽의 푸르른 빛이 사립문에 비치니
松竹蒼蒼色映關 (송죽창창색영관)
지난날 깊은 흥취에 홀로 배회하노라
向來幽興獨盤桓 ( 향래유흥독반환)
덧없는 인생이야 뉘라 뜻에 맞을쏜가
浮生蹤跡誰如意 (부생종적수여의)
꽃다운 맹세 간직하여 세한에 이르리
留取芳盟到歲寒 (유취방맹도세한)
-기대승『奇大升, 1527년(중종 22)~1572년(선조 5)』
「제영(題詠)」
『고봉집(高峯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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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송죽의 푸르른 모습을 보며 홀로 지난날의 자신을 돌아보며 상념에 잠긴 듯하다.
부침이 반복되는 인생사에서 애초 마음먹었던 일을 다 이룬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시인도 여의치 않은 일이 많았나 보다.
그러나 어떤 시련 속에서도 그 마음만은 변치 않으리라 다짐하고 있다.
이제 세한의 계절이 되었다. 나에게 남은 푸르름은 얼마나 되는지,
또 나는 주변 사람에게 변치 않는 푸르른 모습으로 대하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하겠다.
※세한(歲寒) : 설을 전후로 한 추위라는 뜻으로, 매우 심한 한겨울의 추위를 이르는 말.
글쓴이 : 이정원(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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