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제의례·제문

北靑老德書院賜額祭文 - 金昌協 撰

야촌(1) 2014. 1. 8. 23:55

■ 북청(北靑)에 있는 문충공(文忠公) 이항복(李恒福)의

   사우(祠宇)에 대한 사액제문(賜額祭文)

   (충정공(忠貞公) 정홍익(鄭弘翼)과 충정공(忠貞公) 김덕함(金德諴)을 함께 배향하였다).

 

지은이> 김창협(金昌協)

 

예로부터 호걸은 / 惟古豪傑

몇 대 만에 나오는데 / 間世乃生

공업(功業)과 절의는 / 勳業節義

각기 길이 다르다네. / 亦各殊程

 

누가 둘을 겸비했나 / 孰克兼之

오직 우리 경이거니 / 其惟我卿

출사한 처음부터 / 爰初發跡

명성이 뛰어났네 / 已負儁聲

 

성스러운 선왕께서 인정(仁政)을 베푸시어 / 聖神在宥

걸출한 인재들이 무리 지어 진출하니 / 髦彦彙征

비유하면 가을날 맑디맑은 밤하늘에 / 譬彼秋旻

수많은 뭇별들이 총총히 뜬 듯했네 / 衆星縱橫

 

우리 경은 그중에서 / 卿在其間

장경처럼 빛났으니 / 爛爲長庚

희문 같은 넓은 도량 / 希文之廓

치규 같은 큰 재목에 / 稚圭之宏

경학으로 수양하여 / 養以經學

고명함이 대단했네 / 蔚然高明

 

어려운 때를 만나 / 値時之囏

요직에 발탁되어 / 擢秉樞衡

임기응변 책략 내고 / 謨謀應機

동분서주 정성 다해 / 奔走殫誠

중흥의 공 으뜸이라 / 功冠中興

앞설 자가 없었다네 / 莫之與京

 

엄숙한 묘당이며 / 巖巖廊廟

빛나는 대궐에서 / 赫赫丹靑

경륜을 맘껏 펼쳐 / 肆其彌綸

태평성대 이룰 판에 / 將還太平

태양이 서산에 져 / 日入明夷

천지가 캄캄하니 / 天地晦冥

사특한 간신들이 / 羣姦奰慝

인륜을 어지럽혀 / 斁亂大經

국모를 원수 삼는 / 謂母可讐

사설이 넘쳤건만 / 邪說盈庭

형벌 갖춰 기다리니 / 鼎鑊以胥

나서는 자 없었다네 / 人莫敢攖

 

경은 그때 초야에서 / 卿時在野

비분강개 터트리며 / 發憤氣盈

의리를 내세우길 / 引義昌言

성난 우레 밝은 태양 그처럼 하였다네 / 雷轟日晶

 

실추되는 인륜 기강 / 倫綱幾墜

한 손으로 붙잡다가 / 隻手以擎

필마로 북쪽 변방 유배를 가면서도 / 匹馬北戍

겁내거나 놀라는 기색 전혀 없었네 / 不震不驚

 

머나먼 변방의 거친 풍속 익은 자들 / 逖矣荒俗

공의 기풍 앞 다투어 본보기로 삼았으니 / 爭覩典刑

배우기를 청하여 찾아오는 이들로 / 有來摳衣

문전성시 이루었네 / 踵錯門屛

 

가르침을 받고 나자 / 經承講畫

배추벌레 벌이 되듯 풍속이 변했으니 / 如化螟蛉

소상강(瀟湘江) 가에 쫓겨난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 匪直湘纍

시름 속에 홀로 깨어 있던 그 일보다 뛰어났네 / 枯槁獨醒

 

경자 일에 올빼미가 방 안으로 날아들어 / 鵩集庚子

경의 정신 기성으로 돌아가고 말았으니 / 神返箕星

울적한 맘 펴지 못해 / 喑噫未伸

눈물 아직 반짝이리 / 淚睫猶熒

 

변방 하늘 떠도는 넋 / 關塞楓林

누가 불러 달래줄꼬 / 孰招英靈

유생이며 사대부 애모의 정 끝이 없고 / 衿紳永慕

변방의 몽매한 백성들도 애모하네 / 及于夷氓

 

사당 세워 제사하니 / 立廟以祀

맘 같음을 알 수 있고 / 可見同情

배향된 이 돌아보니 / 迺睠配列

충정공 두 분 일레 / 有二忠貞

 

절의를 지키어서 / 抗節扶義

세 분 모두 우뚝하니 / 鼎峙崢嶸

한겨울에 푸른 소나무의 지조요 / 大冬松操

뜨거운 불 견뎌내는 무쇠 같은 심지였네 / 烈焰金精

 

한 시대에 같은 행적 / 幷世同軌

논평 달리 할 수 없어 / 不容異評

한 사당에 제사하니 / 俎豆一室

그야말로 영광인데 / 休有光榮

처소가 멀고 외져 / 惟是僻遠

그 소식을 내 못 들어 / 限于予聽

표창하는 은전을 / 褒表之典

거행하지 못하였네 / 曠不擧行

 

어떤 이가 아뢰기를 / 有或白予

속히 좋은 이름 내려 / 亟賜嘉名

후인들로 하여금 / 尙俾來者

더욱 존경하게 하라기에 / 益聳瞻聆

관원 시켜 술을 보내 / 遣官馳酹

향기로운 술이며 살진 희생 올리나니 / 牲酒肥馨

영령 행여 있거든 / 不昧者存

부디 흠향하소서 / 歆此尊鉶

 

[각주]

[註01]북청(北靑)에 …… 사액제문(賜額祭文) : 작자의 나이 37세 때인 1687년(숙종13)에 지은 것으로, 노덕서원(老德書院)에 대한 사액제문이다.

 

이항복은 자는 자상(子常), 호는 백사(白沙), 본관은 경주(慶州)로, 참찬 이몽량(李夢亮)의 아들이다.

임진왜란 때 도승지로서 선조를 의주로 호종하였으며, 명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하여 맞아들였고 병조 판서로 병권을 잡고 활약하였다.

 

1600년에 영의정에 올랐고, 1617년 폐모론(廢母論)이 일어나자 이를 극력 반대하다 관작이 삭탈되었으며, 이듬해에 북청에 유배되어 63세의 나이로 죽었다. 죽은 해에 복관되고 청백리(淸白吏)에 녹선(錄選)되었다.

 

[註01]장경(長庚) : 금성(金星)의 별칭이며 태백성(太白星)이라고도 하는데, 저녁 무렵 서쪽 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다.

 

[註02]희문(希文) : 송 인종(宋仁宗) 때의 명재상 범중엄(范仲淹)의 자이다.

 

[註03]치규(稚圭) : 송 인종 때의 명재상 한기(韓琦)의 자이다.

 

[註04]경자일에 …… 말았으니 : 이항복이 죽은 것을 말한다. 경자일에 올빼미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한 무제(漢武帝) 때에 장사왕(長沙王)의 태부(太傅)로 좌천된 가의(賈誼)가 3년 뒤인 무제 7년 4월 경자일 저녁에 올빼미가 방 안으로 날아드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을 예감했는데, 이항복 또한 벌을 받고 쫓겨나 경자일에 죽었으므로 인용한 것이다.

 

정신이 기성(箕星)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은(殷)나라 재상 부열(傅說)이 죽어서는 하늘의 별이 되어 동유성(東維星)과 기미성(箕尾星)을 타고 뭇별들과 나란히 있게 되었다는 데에서 인용한 것으로, 이항복의 죽음을 부열에 견주어 한 말이다. 《漢書 卷48 賈誼傳》 《莊子 大宗師》

 

ⓒ 송기채 (譯) l 2005

    농암집 제29권>제문(祭文)/金昌協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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