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ility Obliges)
김성종 추리문학관 관장 |
한국은 과연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이 같은 물음에 어떤 사람은 한국은 지금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기 때문에 선진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어떤 이는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와 유럽의 경제 불안 같은 것도 없는 한국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라고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자기 도취에 빠진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단언컨대 한국은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선진국은 경제 발전 하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은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넘쳐흐르는 문화가 있고, 빈부 격차 없는 복지 사회와 함께 흔들림이 없는 윤리의식이 사회 저변을 받치고 있고, 상류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살아있고, 거기다 부패가 없는 깨끗한 사회여야 가능한 것이다. |
그러나 우리한테는 그 어느 것 하나 가진 것이 없다. 현재 한국이 선진국이 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부패 현상이다. 국가 기반을 좀먹어 들어갈 정도로 심각한 부패가 존재하는 한 한국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문화가 넘쳐흐르고 깨끗한 나라가 선진국 오늘날 한국의 부패는 그물망처럼 촘촘이 짜여있는 데다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감히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권력을 휘두를 수 있고 서민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고액의 수입이 보장되는 높은 자리는 서로 끼리끼리 나누어 갖는다.
법조인들의 전관예우라는 행태, 정부 요직에 있던 자들이 퇴임 후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들어가 중요 정보를 흘려주고 위험을 막아주는 대가로 받는 억대의 연봉, 지방자치단체장의 정당 공천권을 움켜쥔채 내놓지 않으려는 국회의원들의 질긴 탐욕, 선거 때마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상류층들만의 공천 파티, 수백 수천억 원의 공공사업이 결국 세금 잡아먹는 하마가 되어 하수구로 줄줄 흘러내리는 혈세, 정경유착으로 인한 대기업위주의 경제 구조, 두껑을 열면 터져나오는 상류층의 비리 백태. 교육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들은 울쌍이고, 대학 당국은 차비도 안 되는 강의료로 시간 강사들을 착취하고 있는 데도 고액 연봉을 받는 교직원들은 나몰라라하고 자기 안전만을 꾀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과 그 처자식들, 또 그 형제가 종횡으로 해먹은 횡령액은 수천 수백억원에 이르고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들이 사과 상자로 옮긴 현찰만도 입이 벌어질 정도로 엄청나다.
상류층의 끊임없는 탐욕은 결과적으로 서민에 대한 약탈이나 다름없다. 그들이 횡령하고 그들 때문에 하수구로 흘러들어간 돈은 모두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다. 저축은행 사태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상적인 은행 대출길마저 막인 불쌍한 서민들은 제2금융권에 손을 내밀지만 간교한 금융권은 고액의 이자로 약탈적 대출을 일삼는다. 그마저 막히면 결국 사채업자를 찾아갈 수밖에 없는데 그 이자가 가히 살인적이다.
우리 사회 구조는 상류층에는 항상 관대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서민들에게는 가혹하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발휘되어야 이처럼 비리 탐욕 낭비 부도덕 약탈 등 모든 악덕은 다 가지고 있는 마당에 무슨 수로 선진국 국민이 되겠다는 것인가.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상류층이 더 이상의 탐욕을 멈추고 높은 사회적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발휘하는 일이다. 최근 스위스는 날로 커져가는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비상조치로 고액 연봉자들의 보수를 삭감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70% 정도가 지지 의사를 밝혔고, 이 같은 방침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원 하나 없는 조그만 나라 한국에서는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지금까지 절약과 검소를 국정의 기반으로 삼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김성종 소설가 추리문학관관장 /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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