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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8천억 '특수활동비' 영수증도 없다

야촌(1) 2011. 10. 18. 01:06

[뉴스플러스] 1년에 8천억 '특수활동비' 영수증도 없다

MBC | 김연국 기자 | 입력 2011.10.17 22:39 | 수정 2011.10.17 22:54 |

[뉴스데스크]

◀ANC▶

정부 고위관료들이 현금으로 인출해 마음만 먹으면 쌈짓돈처럼 쓸 수 있는 돈이 있습니다. 바로 특수활동비인데요.
누가 어디에 썼는지 국회에도 공개하지 않는 돈인데 1년에 8천억 원이 넘습니다.
필요하니 만들었겠지만, 모두가 제대로 쓰고 있느냐가 문제겠죠.
김연국, 조효정 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CR▶

지난 4월 2일, 검찰총장과 검찰 고위간부 45명이 비공개로 회의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회의자료 속에 2백에서 3백만 원짜리 돈 봉투를 넣어 돌렸습니다.
봉투 뒷면에는 '업무활동비, 검찰총장 김준규'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SYN▶ 박영선 의원/이귀남 당시 법무장관

("업무활동비는 뭡니까? 업무추진비인가요? 성격을 분명히 해 주세요.")
"아마 봉투에 쓴 것은 관행적으로 쓴 모양인데 그것은 잘못..."
("관행적으로, 그러면 법무부와 검찰은 법도 없습니까? 국민의 세금을 관행적으로 아무렇게나 자기 쌈짓돈처럼 집어서 그냥 주면 되는 겁니까?)"



검찰총장이 이날 돌린 9,800만 원, 바로 '특수활동비'입니다.
특수활동비.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와 정보수집 목적으로 쓰는 돈입니다.


그래서 다른 예산과 달리 어디에 무슨 목적으로 쓰는지 국회의 감시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올해 특수활동비는 모두 8,504억 원.


국가정보원이 4,963억 원으로 가장 많고, 국방부 1,435억, 경찰청 1,219억, 청와대 266억, 법무부 252억 원입니다.
수사나 정보수집과 관련 없는 방송통신위,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도 이 돈을 씁니다.
모두 현금으로 빼내 쓰고, 영수증은 안 냅니다.



◀INT▶ 주광덕 의원/국회 예결특위 (한나라당)

"얼마든지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서 개인용도로 주머니돈처럼 횡령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 스스로도 문제를 인정하고 특수활동비를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SYN▶ < 2010. 9. 3 > 윤증현/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그동안 특수활동비를 써 온 부처에서는 굉장히 저항이 심합니다. 그래서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오남용을 막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약속한대로 특수활동비를 줄였을까요?
올해 특수활동비는 8,504억 원. 내년도 예산안은 8,435억 원입니다. 고작 0.8% 줄였습니다.
이 예산안을 놓고 내일부터 국회가 심의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국회의 행태를 보면 철저한 감시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조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CR▶

2009년 3월,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이 해외출장을 떠나는 국회의원들에게 1천 달러가 든 돈 봉투를 돌렸습니다.
공식 출장비 외에, 규정에도 없는 장도 격려금을 준 겁니다.


이 돈은 국회의장의 특수활동비.
국회의 특수활동비는 2009년과 2010년 99억 원, 올해 88억 원, 내년에도 86억 원이 잡혀 있습니다.
누가 얼마나 이 돈을 썼는지, 국회는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SYN▶ < 2010. 9. 9 > 권오을/국회 사무총장

"의장님 활동이나 위원회 활동이라든가 이런 경우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영수증을 첨부하지 못하는 그런 경비가 많이 발생됩니다."
국회의원의 첫 번째 임무는 예산 감시.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발언을 보면 그런 역할을 기대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SYN▶ < 4월 13일 > 박준선 의원

"(검찰총장 특수활동비가) 어떻게 외부로 유출됐는지에 대해선, 국가 기강의 문제고, 검찰조직 기강에 관한 문제예요."



◀SYN▶ < 2010. 9. 9 > 조전혁 의원

"특수활동비 가지고 자꾸 야당도 그러고 여당도 그러는데요. 나는 이것도 일종의 포퓰리즘 같아요. 공개하는 게 무슨 제일주의인 것처럼..."


국민이 낸 세금을 감시해야 할 국회. 자기들부터 이런 눈먼 돈을 쓰면서 제대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MBC뉴스 조효정입니다.
(김연국 기자 ykkim@i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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