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한민족의 뿌리

"표암 암각화는 신라 만월부인의 작품"

야촌(1) 2012. 9. 7. 23:20

박대재 고려대 교수 추정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지난해 경주시 동천동 표암(瓢巖) 바위 표면에서 발견된 불당, 불탑, 불번(깃발) 등의 선각화는 신라 35대 경덕왕의 후비(後妃)인 만월부인(滿月夫人=신라 제35대 경덕왕의 後妃 金氏)이 아들을 낳고자 하는 기원을 담아 남긴 그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고대사 전공인 박대재 고려대 교수는 7일 경주 보문단지 현대호텔에서 동국대 신라문화연구소가 주최한 '새로 발견된 표암 암각화'라는 발표문에서 이들 암각화와 함께 발견된 문자를 "天寶二年滿月夫人干子上世也"라고 판독하면서 이같이 추정했다.

 

박 교수는 판독에 논란이 분분한 문자를 이처럼 읽어낼 수 있다고 하면서 이 구절은 "천보 2년(서기 743)에 만월부인이 천상세존(天上世存. 부처)께 아들을 기원합니다"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교수는 이들 암각화가 불당과 탑이 있는 사찰에서 만월부인(滿月夫人)이 당번(幢幡. 불교의식에 사용하는 깃발)을 봉안하면서 아들을 낳기를 기원하는 의식을 담은 그림으로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의하면 만월부인은 신라 제35대 경덕왕(景德王/재위 742∼765)이 원래 부인인 삼모부인(三毛夫人)이 아들을 낳지 못하자 그 후비로 들어갔다. 만월부인은 한동안 아들을 낳지 못하자 불국사 승려 표훈(表訓)이 하늘로 올라가 빌어서 나중에 제36대 혜공왕(惠恭王/재위 765∼780)을 낳았다고 한다.

 

박 교수는 이런 기록을 대비할 때 표암 선각화(線刻畵)는 아들을 낳고자 한 만월부인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동국대 조경학과 홍광표 교수가 '경주 표암 선각화의 사찰경관적 의미'를 발표하고, 이어 같은 대학 미술사전공 한정호 교수는 '표암 마애선각화와 신라의 마애선각상 비교고찰'을 시도했다.

 

홍 교수는 암각화 내용을 분석을 통해 우진각지붕에 치미를 강조한 건물과 불번을 중요하게 처리한 점을 주목하면서 "그러나 표암 암각화는 세밀하게 그려진 도상이 아니라 그림으로 새겨진 것으로 매우 거친 정보를 담고 있어 이미지맵 정도의 투박한 정밀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선각화 중에서도 당간과 불간은 다른 신라시대 마애선각상에 보이는 것과 같은 자연스런 맛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전과 불탑을 표현하는 데 사용한 선은 거칠고 선 테두리에 타격한 흔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후대 어느 시기에 보충에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