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데스크승인 2012.02.16
도난 문화재 수천점 10년만에 찾았다.
전국 사당·고택서 훔쳐 판 4명 대전서 검거
전국 사당이나 고택 등에서 보물급 문화재를 무더기로 훔쳐 대학교에 위탁 보관하고 공소시효가 끝나자 시중에 판매·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훔친 문화재 중 일부인 분재기(分財記)와 교지(敎旨) 등 고문서는 역사적 중요성은 물론, 수억 원에 달하는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훔친 문화재 수천 점을 몰래 보관하고 유통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등)로 A(63)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1995년 4월 12일경 경북 성주군 한 종가에서 문화재 절도범 B(61) 씨가 훔친 한강(寒岡) 정구(鄭逑)선생의 교지 85점과 문집 300여 점을 구입, 장기간 은닉하고 다시 매매업자 C(40) 씨 등 2명에게 모두 4856점의 문화재를 1억 5000만 원에 팔아넘긴 혐의다.
조사결과 A 씨는 훔친 문화재의 공소시효인 10년 동안 “학술연구 자료로 활용해 달라”며 경북의 한 대학교에 위탁 관리토록 한 후, 공소 시효가 끝나자 문화재 매매업자 C 씨 등에게 판매했다. 경찰은 A 씨가 보유하거나 팔아넘긴 문화재는 모두 9415점으로 시가 50억 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고문서인 ‘홍치6년 성문’ 분재기는 현재 보물로 지정된 유성룡 종가의 분재기보다 연대가 앞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큰 유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퇴계 이황의 제자인 한강 정구선생에게 내려진 ‘한강교지’ 역시 임진왜란 전·후에 작성, 연대가 400년이 넘은 귀중한 자료로 감정가만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훔친 보물급 고문서를 10여 년간 보관해온 해당 대학 측은 A 씨에게 수많은 문화재들을 위탁 받으면서도 아무런 검증 절차를 밟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A 씨는 훔친 문화재를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공소시효가 지나길 기다리다, 기간이 지나면 하나씩 내다파는 방식으로 20억 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지방경찰청 안태정 광역수사대장은 “도난당한 문화재들의 자료가 부족하고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니 후손들이 피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정작 문화재를 훔친 B 씨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입건 할 수 없었고, 자칫 귀중한 역사 자료들이 해외로 유통될 위기였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압수한 문화재 4856점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피해자 확인을 거쳐 반환할 예정이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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