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의 ‘善德’은 왕휘(王諱)인가 시호(諡號)인가?
↑대구 부인사 숭모전에 있는 선덕여왕의 영정이다.
1990년대 경북대 교수였던 유황 화백이 그린 작품이다.(조선일보 DB)
사전을 찾아보면 선덕여왕은 이름(諱)을 덕만(德曼), 시호를 선덕(善德)이라고 했다, 라고 되어있다.
‘선덕’은 과연 시호인가?.
일본학자 말송보화(末松保和)에 의하면 '선덕'은 시호가 아니라 생전의 왕명(王名)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에서 시호(諡號)는 지증왕때 부터 추증(追贈)하기 시작했다. 삼국사기는 지증왕 다음의 법흥왕, 진흥왕, 진평왕, 선덕여왕을 모두 시호라고 기술했다.
진흥왕의 이름은 삼맥종(三麥宗) , 시호를 진흥(眞興)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진흥(眞興)은 시호가 아니다.
『북제서』에 ‘詔以新羅國王金眞興(조이신라국왕김진흥),爲使持節東夷校尉樂浪郡公新羅王(위사지절동이교위낙락군공신라왕)’이라고 있는 것은 그가 생전에 이미 ‘진흥왕’이라고 불렸다는 증거이다.
또 그가 세운 순수비에도 ‘진흥대왕(眞興大王)’이라고 새겨져있다. 아마도 그는 즉위 전에는 ‘삼맥종’이라고 불리다가 즉위 후에는 ‘진흥왕’이라고 한 것 같다. 진평왕[이름은 백정(白淨)]의 경우 수서 신라전, 구당서 고조기(高祖紀) 등에 김진평(金眞平)이라는 이름이 보이며, 선덕여왕의 경우에도 책부원구 제왕부의 정관18년(654년) 12월조의 조서(詔書)에 김선덕(金善德)이라고 나온다.
'진평'이나 '선덕'은 시호가 아니라 생전의 왕명(王名)이었음을 알수 있다.시호는 지증왕 부터 추증(追贈)하기 시작했고 법흥왕은 지증왕의 바로 다음 왕이지만 ‘법흥(法興)’이 반드시 시호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법흥(法興)은 불법을 일으켰다는 뜻이므로 불교를 공인하기 이전에는 법흥왕이라고 불렸을리 없지만 불교 공인 이후에는 생전에도 법흥왕이라고 불렸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선덕여왕은 이름이 덕만과 선덕 둘이었을까?
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진흥왕의 경우 처럼 그녀도 즉위 전에는 덕만공주라고 했고 즉위 후에는 선덕여왕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럼 백제는 어떠했을까?
근초고왕(近肖古王)은 시호가 아니다. 그는 생전에도 초고왕(肖古王)이라고 불렸을 것이다.
‘여구’는 중국에 파견한 백제의 사신이 왕의 이름을 ‘초(肖)’를 빼고 외자이름으로) ‘고(古)’ 라고 한것을 중국의 관리가 ‘구(句)’ 라고 잘못 기록한 것이다. 그러므로 드라마에서 그를 ‘여구’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여고’ 또는 '초고'라고 해야 맞다.
그의 정식 이름은 ‘부여초고’이다.
전지왕(腆支王)은 여영(餘暎)이라고 되어있는데, 이것도 ‘전(腆)’을 중국의 관리가 ‘영(暎)’이라고 잘못 적은 것이다. 그는 태자 때부터 '전지(腆支)'라고 불렸으므로 '전지왕(腆支王)'은 시호가 아니다.
개로왕(蓋鹵王)은 이름을 경사(慶司)라고 했고 동성왕(東城王)은 이름을 모대(牟大)고 했다.
하지만 삼국사기에 개로왕이나 동성왕을 시호라고 하지 않았으므로 이것은 생전의 왕명(王名)이었던 것 같다.
백제에서 처음 시호를 사용한 것은 무녕왕(武寧王) 때부터 인 것 같다.
삼국사기에 '무녕왕[이름은 사마(斯摩, 斯麻) 또는 융(隆)]은 시호라고 했고, 이것이 지석(誌石)에 의하여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는 생전에는 '사마왕'이라고 불렸던 것이다.
'성왕[聖王, 이름은 명농(明濃)]도 시호이다. 반면 '의자왕(義慈王)'은 시호가 아니라 생전의 왕명(王名)이다.
신라와 백제는 비슷한 시기(6세기 초)에 시호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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