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학/고사성어

호화 청사와 민심

야촌(1) 2010. 3. 18. 05:19

■ 호화 청사와 민심

 

누각 하나가 무너지고 서는 것으로써 한 고을의 인심을 알 수 있다.

夫以一樓之廢興 而一鄕之人心可知矣
부이일루지폐흥 이일향지인심가지의

 

하륜(河崙,1347∼1416),〈진주촉석루기(晋州矗石樓記)/《동문선(東文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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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진주(晋州) 남강(南江) 바위벼랑 위에 세워진 촉석루(矗石樓)는 저자가 어린 시절 즐겨 올라 노닐며 경치를 감상하던 곳이었지만, 고려 말엽의 혼란기에 도적떼의 침입으로 불타버리고 맙니다.

 

그 후 조선이 개국하고 태평한 세상이 되자 저자는 자신이 주도하여 촉석루를 새로 일으켜 세운 뒤 이런 말을 합니다. 누관(樓觀)을 경영하는 것은 정치하는 자의 여사(餘事)이긴 하나, 그 흥하고 폐하는 것으로써 인심(人心)과 세도(世道)를 짐작할 수 있다.



누각 자체야 그저 하나의 건축물에 지나지 않겠지만, 세상이 좋아지고 인심이 아름다우면 누각도 아름답게 보존될 것이요, 세도가 무너지면 누각도 그에 따라 퇴락하고 무너질 것이니, 건축물 하나에도 민심과 세상 형편이 고스란히 투영된다는 말씀.



요즘 지방자치단체마다 너나없이 경쟁적으로 크고 높은 호화 신청사를 짓는다고 야단들입니다.

하륜 선생의 말씀대로 그만큼 백성들의 살림이 풍족해지고 민심이 아름다워졌다는 뜻이라면 좋으련만, 행여 겉모습의 화려함만 숭상하는 세상의 풍조가 그렇게 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글쓴이 :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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