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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방어위해 가장 믿었던 대통령 끌어들여

야촌(1) 2009. 12. 19.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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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평 훈계한 재판장 정상문도 매섭게 질타

 

"자신 방어위해 가장 믿었던 대통령 끌어들여"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를 법정에서 준엄하게 꾸짖었던 재판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매섭게 나무랐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백화점 상품권 9천400만원 어치와 현금 3억원을 받고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 전 비서관은 마침 항소심에서 `해운사 로비의혹' 사건 재판 당시 자신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재판장을 만났다.

 

서울고법 형사1부 조병현 부장판사는 17일 정 전 비서관에게 "재직 중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일부 전직 대통령과 달리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농사를 짓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는데 그런 대통령의 퇴임 후를 위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그분을 욕보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조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를 위해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점을 참작해달라는 정 전 비서관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그의 잘못을 하나씩 짚어나갔다.

 

불과 7개월여 전에 정 전 비서관의 해운사 세무조사 무마 로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던 조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의 수사 및 재판에서 피고인이 보인 태도에 매우 실망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가장 믿는 측근이고 친구였던 정 전 비서관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대통령을 끌어들여 큰 부담을 주고 검찰 수사로 상심해 있던 그분에게 결정타를 안겨줬다"며 "명분도 잃고 실리도 챙기지 못한 행위였다"고 꼬집었다.

 

또 "대통령의 친구가 아니었다면 이런 죄를 짓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맞지만 진정한 친구였다면 그 정도의 유혹은 거절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조 부장판사는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부를 때는 정 전 비서관이 진정한 친구였지만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믿음을 저버렸다"며 "재판부는 1심이 선고한 형을 감경할 어떤 이유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옥살이보다 따끔한 질책으로 판결을 마쳤다.

 

올해 5월 `해운사 로비' 사건 판결 선고 때 조 부장판사로부터 `청와대 비서관으로서 사위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점을 이해할 수 없다. 무죄일지라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한차례 훈계를 들었던 정 전 비서관은 고개조차 들지 못한채 법정을 나서야만 했다.

 

조 부장판사는 앞서 9월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게도 "`내가 키웠다'고 자랑하던 동생이 자살했고 이제 해 떨어지면 동네 어귀에서 술 마시며 신세 한탄하는 초라한 시골 늙은이의 외양을 하고 있다. 동생을 죽게 만든 못난 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