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고을의 옥산 이우(玉山 李瑀)에게 보냄 한강 정구(寒岡 鄭逑) 날씨가 맑고 온화한 요즘 거문고를 울리며 즐기는 몸을 신령이 도우시어 별고가 없으십니까? 저는 지난해 가을부터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돌아온 뒤로 병세가 차도가 없어 다시 조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비실비실 엎드려 날마다 몽롱한 정신으로 지내고 있을 뿐,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 외에는 말씀드릴 만한 것이 없습니다. 지금 또 도사(都事)에 제수한다는 명을 받았으나 병이 깊어 기력을 회복할 방도가 없으므로 대궐로 달려가 사은하지 못하니, 황공하고 불안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노형이 살고 계시는 선산고을이 이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데 서로 만날 계획을 시도하지도 못하고 서찰을 주고받는 것도 적당한 인편을 만나지 못하여 그리움만 간절할 뿐입니다. 지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