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란 후 논시사차(亂後論時事箚) - 이항복 (전쟁을 논평하고, 대책을 강구한 이항복의 논설차문) 신은 재주가 없는 사람으로 병조(兵曹)의 장관(長官)이 되었고 또 비변사(備邊司) 유사(有司)의 직임을 겸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초야(草野)의 한천(寒賤)한 선비와는 체통과 형세가 절로 달라서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모두 참예하여 들었습니다. 그래서 평양(平壤)으로부터 의주(義州)에 이르렀다가 이곳으로 환가(還駕)하기까지 해가 장차 두 번 바뀌는 동안에 소장(疏章)이 구름처럼 쌓였으나, 신만이 유독 소장을 올리지 않았는데, 그것은 현재의 일에 미편(未便)함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그 까닭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뜻을 행하는 자리가 있고 말씀을 아뢰는 길이 있으며, 조정에 나가면 회의(會議)가 있고, 어전에 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