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이씨/선세자료

칭찬과 비난

야촌(1) 2006. 3. 5. 09:19

■ 칭찬과 비난

 

지은이 : 이시발[李時發, 1569(선조 2) - 1626(인조 4)]

 

나의 문하에 장생(張 生)이란 자가 있는데 하루는 두려운 듯이 와서 말하기를“”저는 스스로 몸가짐을 언제나 조심 하였고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싫어하는 짓은 한 적이 없었으므로 마을에서 모두 훌륭하다고 칭찬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갑(甲)이란 자만은 유독 날 헐뜯고 미워하기를 마지않으니 제가 감히 그에게 원망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하기에 내가 말하였다.

 

“” 내가 자네에게 말해줄 것이 있으니 앉게나. 자네는 어찌하여 그 사람을 원망 하는가? 그는 자네를 헐뜯는 것이 아니라 바로 칭찬하는 것이요. 자네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일세. 자네 스스로 보기에 자네가 몸가짐에 있어서 그 도리를 다하였고 사람을 대할 때도 해야 할 예를 다하였는가?

 

몸가짐을 한 도리가 과연 집에서는 효도하고 나와서는 공경하며 거처할 때는 공손하고 일을 할 때는 삼가 하였으며 안으로는 용모와 신체에 있어서 밖으로는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이에 한 가지라도 그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다하지 않음이 없었던가?

 

또 남을 대하는 방법도 과연 노인을 대접하고 어린이를 어린이로 대하며 윗사람 에게 교만히 굴지 않고 아랫사람에게 소홀히 하지 않으며 그러한 마음을 이웃과 마을 사람들에게 까지 미루고 친근하거나 소원한 구분에 따라 적절히 베풀어서 한 가지라도 그 교제하는 예를 다하지 않음이 없었던가?

 

이 두 가지에 대해서 과연 모두 극진히 하였다면 내가 또 할 말이 있네. 자네가 생각하기에 사람이 태어난 이후로 주공(周 公),공자(孔子),맹자(孟子)같은 성인(聖人)이나 굴 평(屈 平),가의(賈 誼),증자(曾 子),주자(朱 子),같은 현인(賢人)이나 순경(順 璟),한유(韓 兪),소식(小 識),같은 재사(才士)들이 어떠한가.

 

저처럼 성스럽고 어질고 재주가 있었는데도 관숙(管 叔)과 채 숙(蔡 叔)은 주공(周 公)에 대해 유언비어를 퍼뜨렸고, 숙손(叔 孫)씨는 공자(孔子)를 헐뜯었으며 장(莊)씨의 아들은 맹자(孟子)를 비난 했고,초란은 굴 평(屈 平)을 참소(讒訴),하였고 강 후와 관 후는 가의(賈 誼)를 참소했고, 증자(曾 子)와 주자(朱 子)는 당론으로 위학(僞學)이라고 금지를 당하였네,

 

또 순경(順)은 등용되지 못했고 한유(韓 兪)는 좌천되었으며 소식(小 識)은 귀양 갔으니, 그 나머지를 어찌 다 꼽을 수 있겠는가. 아아! 저 몇몇 성현과 군자들도 오히려 헐뜯는 자가 있음을 면치 못하였으니 이 세상에 나서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 기필코 자신을 헐뜯는 자가 없기를 바라기는 어려운 것이 라네.

 

그러므로 군자(君子)가, 이 세상에 처신 하면서 돌보아야 할 것은 상대에게 달려 있지 않고 자신에게 달려있는 것이니 어째서 이겠는가. 이미 자신이 할 도리를 과연 다하였는데도 또 헐뜯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저 몇몇 성현이나 군자를 헐뜯던 자들처럼 성현들과 군자들의 덕과 재주는 오히려 여전하되 미워하고 질투하는 자가 대부분 제 분수를 모르는 것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네.

 

혹 자신이 할 도리를 다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헐뜯는 사람이 없다 할지라도 실정보다 지나친 명예나 입을 모아 칭찬하는 말이 날마다 들어온다면 스스로 반성하여 돌아봄에 어찌 마음에 부끄럽지 않겠는 가.

 

어찌 혼자 있을 때에 방한귀퉁이에서 부끄럽고 혼자 잘 때에 금침에 부끄럽지 않겠는 가. 또한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고 아래로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겠는가. 스스로 도리를 다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또 혹시 지적할만한 잘못이 있고 심지어 방일하고 편벽되고 사치하는 등 하지 않는 짓이 없는 데까지 이른다면 내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 반드시 장차 남에게 질정을 받아도 부족할 경우에는 반드시 장차 뭇사람들의 비난으로도 부족할 경우에는 반드시 형륙(刑 戮)에 빠진 뒤에야 그칠 것일세.

 

그렇고 보면 나는 그 헐뜯는 자가 잘못한 것이라고 보네.“” 참으로 훌륭한 말이다!

자산(子 産)이 말하기를 “” 남들이 잘 한다고 하는 것은 내가 행하고 나쁘다고 하는 것은 내 고치겠다. “” 하였으니 상대의 말이 어쨌든 간에 내가 듣고 약석(藥石)으로 삼는다는 뜻이라네.

 

지금 자네가 이 두 가지 점에 있어서 이미 미진한 점이 없다면 우선 몇몇 성현들조차 비방을 면치 못했다는 것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고, 만일 혹 미진한 점이 있거나 또 다시 지적할만한 과실이 있다면 자네가 어찌 저 사람을 원망할 수 있겠는가.

 

반성하여 자기 자신에게 허물을 찾아볼 것이니 저가 나를 헐뜯는 것은 나에게 비방을 받을만한 잘못이 있어서인가 보다. 나의 몸가짐이 그 도리를 다하지 못했던가. 아님 사람을 상대할 때에 그 예를 다하지 않았던 가, 라고 생각 하여야 하네.

 

그래서 허물이 있으면 고치고 없으면 더욱 힘써서 나날이 새롭게 하여 부지런히 힘쓰고 순순히 해서 종당(從當)에는 지선(至善)의 경지(境地)에 이르게 해야 할 것일세. 이렇게 된다면 내가 보기에 오늘날 자네를 헐뜯는 자는 반드시 훗날 자네를 칭찬하게 될 것이요. 오늘 자네를 미워하는 자는 반드시 훗날 자네를 사랑하게 될 것이네.

 

아아! 비방이 무슨 해될 것이 있겠는 가. 백성들의 비방은 나라의 다행이요. 쇠미한 세상에서 귀감으로 살아야 할 것이며 동료의 비방을 군자(君子)는 다행으로 여기고 소인(小人)은 원망 한다네. 사람들은 항상 잘못을 저지른 후에야 고칠 줄을 알며 비방을 받은 후에야 그 잘못을 아는 법이지.

 

지금 자네가 갑(甲),아무 게의 비방이 없이 한갓 마을 사람들의 칭찬만 들었다면 반드시 스스로 할 만큼 다했다고 만족스럽게 여겨서 안일하고 방자해서 날로 게으르고 사벽(邪辟)한 지경에 빠져들어 갔을 것이고 오늘날처럼 두려워하는 일이 없었을 것일세.

 

저번에 자네를 헐뜯고 미워하던 것은 자네의 병통(病 痛)이었는데 지금 자네의 두려워하는 마음이 바로 그 병통을 고칠 수 있는 약인 것일세. 그렇다면 저번의 자네를 헐뜯고 미워하던 것은 바로 훗날에 자네를 사랑하고 칭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 자네가 덕을 훌륭하게 이루는 데에도 이미 많은 보탬을 주었을 것이니 어찌 저 사람을 원망 하겠는가 “” 물러나서 그 내용을 글로 써서 또한 스스로를 경계 하노라.

 

조선조 중기의 문신(文臣)으로 자(字)는 양구(養 久), 호(號)는 벽 오(碧梧), 후영어은(後潁漁隱), 본관은 경주(慶州), 시호(諡號)는 충익(忠 翼), 임진란(壬辰 亂)때, 유성룡의 종사관으로 활약한 것을 비롯하여 이몽학의 난, 정유재란(丁 酉再亂)에 모두 전공을 세워 벼슬이 함경도 관찰사에 이르렀다.

 

광해군 때 폐모론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탄핵받아 사직 했다가 인조반정 후 재(再) 등용되어 형조판서(刑曹 判書)와 삼남추검찰사(三南追檢察使)를 역임했다. 윗글은 그의 문집 벽오유고(碧梧遺考), 卷6中, 원제 훼예설증장생치운(毁譽設贈張生致雲)의 제하(題下) 글이다..

 

2005. 10. 31

옮긴이 : 김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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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碧梧先生遺稿卷之六

 

毀譽說贈張生 致雲

 

有張生者遊於余之門。一日。瞿然進曰。某知己自不敢不謹。且於接乎人也。未嘗以所惡加之。故鄕里或皆稱善。而某甲者獨毀之不已。嫉之不已。吾不敢不致怨於彼。余曰。坐。吾語子。子烏彼之怨。是非毀子者。乃譽子也。非嫉子者。乃愛子也。子自視。子之持己盡其道乎。接人盡其禮乎。所以爲持乎己者。果能入則孝。出則弟。居處恭。執事敬。內而容貌四枝之上。外而視聽言動之間。無一不盡其當然之則乎。所以爲接乎人者。果能老其老幼其幼。上不驕下不慢。推之鄕黨都鄙之下。施之厚薄親疏之分。無一不盡其交接之禮乎。於斯二者。果無不盡。則吾且有說焉。子謂自生民以來。聖何如周公,孔,孟。賢何如屈,賈,程,朱。才何如荀卿,韓愈,蘇軾諸人。聖如彼。賢如彼。才如彼。流言周公者管蔡。毀仲尼者叔孫。謗孟氏者臧氏之子。椒蘭讒屈平。絳灌譖賈生。程朱以黨論放。以僞學禁。荀卿廢。韓愈貶。蘇軾謫。其餘何限。噫。彼數聖數賢與數君子者。猶不免有毀之者。則生乎世。立乎人之類。必欲人之無毀己。難矣。然而君子處乎此也。所恤者。不在彼而在己。何者。己果能自盡。而猶且有毀之者。則有若毀彼數聖賢數君子者。其於數聖賢數君子之德之才猶自若。而多見其媢嫉者之不知量也。己或未能自盡。則雖人無毀之。而過情之譽。交口之稱。日至於前。自反而顧。寧不愧于心。獨居寧不愧于屋漏。獨寢寧不愧于衾。仰不愧于天而俯不怍于人乎。非惟不能自盡。且或有過失之可指。甚至放僻奢侈。無所不爲。則吾知自愧之不足。必將見正於人之不暇。見正之不足。必將被人群起而攻之。群起而攻之不足。必將陷於刑戮而後已。然則吾見其毀者之非失。而見毀者之自失也。善乎子產之言曰。其善者。吾則行之。其惡者。吾則改之。不如吾聞而藥之也。今子之於所謂二者。旣無未盡。則姑且以數聖賢之不能免自寬。如或未盡而且復有過失之可指。則子盍無怨乎彼。反求諸己曰。彼之毀我者。我有見毀之失歟。彼之嫉我者。我有取嫉之過歟。吾所以持己者未盡其道歟。接人者未盡其禮歟。有則改之。無則加勉。旣日新之。又日新之。勉勉循循。終至於至善之地而後已乎。夫如是則吾見今日之毀子者。必將譽子於後日。今日之嫉子者。必將愛子於後日矣。於乎。夫謗何傷焉。庶人之謗。有國之幸。而衰世鑑之。朋友之謗。君子之幸。而小人怨之。人恒過然後知改。謗然後知其過。今子無某甲之謗。而徒有鄕里之譽。則必且自以爲盡矣足矣。安然肆然。日入於怠惰非僻之境。無今日之瞿然矣。向之毀嫉子。乃子之疢疾。而今日之瞿然。是子能改之藥也。然則向之毀子嫉子者。非特將譽子愛子於後日。今日所以譽子愛子。庸玉汝于成者。亦已厚矣。烏彼之怨。退而書其說。且以自警云。<끝>